권리세 36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

​ ​ 얼마전에 일드 을 인상깊게 봤었어요. 내친 김에 소설도 읽었어서 그 세계관에 푹 빠졌었죠. 최근 몇 년동안 가장 감명깊게 본 일드는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한 주에 하나씩 보면서, 쫄깃하고 참신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 그 이후로 10부작 일드로는 원픽이 이 작품이 되었어요!! ​ ​ 2022년 상반기 TBS 방영작입니다. 시놉시스를 읽었는데 아내를 사별하고 홀로 지내는 아버지와, 그의 딸이 각기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익숙한 스토리여서 패스할까 하다가 캐스팅을 보고 눈이 번쩍! 바로 우에노 주리가 딸로 나오는 것. ​ 우에노 주리의 드라마는 몇 년 전에 를 봤었습니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의사이자 수사관을 연기한 우에노 주리가 참 멋졌..

권리세 2024.03.02

드라마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 ​ 좋아하는 배우인 타카하시 잇세이가 출연한 2022년 1분기 드라마. 이런 드라마도 있었나 싶어 보기 시작했다. 恋せぬふたり. 우선은 포맷이 특이했다. 8부작인데 한 회차 분량이 45분여가 안 된다. ​ 그동안 본 8부작 드라마들은 다 각기 1시간이 넘었어서 좀 낯설었다. 그래서 초반부는 뭔가 이야기가 중간에 툭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 ​ 흔히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섹스리스 Sexless 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그게 좀 성적인 의미가 강했다면, ​ 이 드라마에서는 순수하게 정말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에이로섹스’라고 지칭한다. 그들은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끼며 자괴하거나 하지는 않고 동호회 모임을 만들어서 아예 서로가 서로를 지지한다. ​ 그 속의..

권리세 2023.10.24

드라마〈교장〉きむらたくや

​ 올해에 본 일드에 ‘경찰’이 많이 등장했다. 10부작 은 경찰이 주인공이고 는 주연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형사가 서브 롤 이었다. 2020년작 작품인 은 2부작 드라마이다. 전편과 후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합치면 5시간에 육박한다. 이러한 장르는 처음 보았는데 신선했다. ​ 소재는 ‘경찰 학교’. 일본의 경찰제도를 잘은 모르겠는데 경찰학교는 6개월 과정이라고 나온다. 처음엔 좀 의아하기도 했는데, 그 빡센 커리큘럼을 보고 나면 나름 납득은 되었다. 무려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 그런데 웰 메이드 일드가 언제나 그렇듯이, 어느 한 사람에게 쏠리지 않고 학교 학생들에게 골고루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드라마는 이야기 자체도 매력적이었는데 이러한 절묘한 균형감이 참 멋졌다. ​ 100여명의 학교 학생들은 스무..

권리세 2022.12.13

정태헌 〈혁명과 배신의 시대〉

한 귀퉁이만을 배워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온 나라가 지엽(枝葉)만을 추구하고 뿌리를 찾는 사람이 전혀 없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루쉰)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이 때의 역사를 배울 때는 언제나 한국에 집중해서 공부했었다. 그런데 깊이 들어가면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또한, 독립운동에 대해 아는 것과 더불어서 그 반대쪽 친일 행위를 아는 것도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은 근현대에 한국·일본·중국에서 살았던 6인의 사상과 행적을 쫒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루쉰, 왕징웨이, 조소앙, 이광수, 후세 다쓰지, 도조 히데키. 한번쯤 들어본 이름들, 익숙한 이름들이 섞여 있었다. 이 중에는 별다른 계기가 없어서 관심이 부족했던 이도 있고..

권리세 2022.09.25

푸른 고도 ·모리사와 아키오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 걸까. 언제나 ‘착한’ 이야기를 써왔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이다. BTS의 노래 하나가 모티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걸 내세우지 않아도 내게는 충분히 끌리는 소재였다. 폐쇄적인 일본의 마을에 낯선 사람이 들어와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는데 그게 모두 아름답게 귀결된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일본의 드라마, 영화에서 주기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일당백이랄까 많지는 않다해도, 일본의 이런 ‘건강한’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울리는데 또한 그러했다. 크리스마스로 향하는 대림절의 기간.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서 참 좋았다. 최근에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를 보면서 일본의 ‘군중극’ 이라고 할까 한 집단을 묘사하는 장르에 진한 매력을 느꼈었다. 소설을 읽고 싶은 이유는..

권리세 2021.12.12

〈사랑입니다!~ 양키 군과 흰 지팡이의 걸~〉 일드

매 분기별로 하나씩, 1년에 서너편은 일드 리뷰를 해왔다. 그런데 한동안 소원하다가 딱~ 글감으로 적합한 일본 드라마 발견! 제목은 명랑순정만화 같은데 물론 내용은 그러한데 조금 결이 다른 일드이다. 우선은 청춘 순정 드라마이고 주인공이 시각장애인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후에 여성주인공이 장애인인 작품으로 오랜만이라 무척 두근두근. 첫 감상이 5화였다. 아마 그 전까지는 썸을 타고 그랬던 듯. 맹인학교에 다니는 유키코. DVD 대여점에서 알바하는 쿠로카와. 쿠로카와가 유키코에게 반하고 ​ 장애-비장애를 뛰어넘어 순수한 사랑을 갖게 되고 유키코가 먼저 고백을 하는 씬이 이번 회차의 중심이었다. 드라마, 너무 따뜻하다. 장애인을 다룬 드라마, ​청춘들의 순정한 연애를 그린 드라마의 장점이 크..

권리세 2021.12.01

박시백 〈친일파 열전〉

박시백은 ‘친일인명사전’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셨다. 4,389명 중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153명을 추려 선별하여 이 책에 담았다.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 나라를 일제에 파는데 앞장섰던 매국노들. 그들은 백작 등 귀족 지위를 받고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생을 마친 이들이 많았다. 해방 이후에 반민특위가 해체되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고 이후에 정치권에서 한 자리하거나, 명망가로 변신해 편안하게 여생을 살기도 한다. 독립운동을 앞장서 한 이들의 후손은 가난하고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친일 부역자들 후손은 신기하게(?) 상속을 받거나 부를 축적하여 과시하면서 살았다. 정치권과 경제계의 인사들도 알아봐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나머지 분야의 대표적인 친일파를 정리해 보았다. 이 책에서..

권리세 2021.09.16

독도야 함께 놀자

세 명의 저자가 기록한 독도의 모든 것. 독도 ‘문제’를 생각하면 정말 답답해서 이러한 책을 진득히 읽을 생각을 미처 못했다. 그런데 독도가 단순히 20세기 들어서 ‘핫 이슈’가 된 게 아니고 신라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신경쓰던 영토라는 걸 접한 첫장부터 나는 이 책에 빠져들었다. 그저 단순히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인데, 일본의 억지주장 어쩌지?” 라는 답답함에 머물기에는 독도는 너무도 길고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음을 이 책으로 알게 된다. 일본은 삼국시대 때부터 왜구로 우리나라 해안을 얼쩡댔다. 극성스러웠기 때문에 왕과 조정도 이를 잘 알았고 직접적으로, 여러 방법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시행해 왔다. 도무지 근절되지 않자 부산에 왜관 이라는 걸 설치해 아예 합법적으로 왜구를 포용하기도 했으니, 얼마나 왜..

권리세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