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세

정태헌 〈혁명과 배신의 시대〉

사나예 2022. 9. 25. 23:03

 

 

 

 

 귀퉁이만을 배워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나라가 지엽(枝葉)만을 추구하고 뿌리를 찾는 사람이 전혀 없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루쉰)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를 배울 때는 언제나 한국에 집중해서 공부했었다.

그런데 깊이 들어가면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또한, 독립운동에 대해 아는 것과 더불어서  반대쪽

친일 행위를 아는 것도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던 차에  책은

근현대에 한국·일본·중국에서 살았던 6인의 사상과 행적을 쫒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루쉰, 왕징웨이, 조소앙, 이광수, 후세 다쓰지, 도조 히데키.

 


 

한번쯤 들어본 이름들, 익숙한 이름들이 섞여 있었다.

 중에는 별다른 계기가 없어서 관심이 부족했던 이도 있고,

자세히 알기 껄끄러워서 외면했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실제했던 역사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인물들 이었다.

 

중국의 루쉰, 조선의 조소앙, 일본의 후세 다쓰지.

모두 언젠가는 깊이 알고 싶었던 분들이었는데 이번에  잘증을 해소할  있어 좋았다.

대만영화 <,> 양조위가 연기한 친일파가 있었는데 왕징웨이는  캐릭터의 정치인 버전으로 보였다.

 

의사로써의 편한 길을 버리고 조국을 위한 계몽운동에 뛰어든 루쉰.

그는 소설, 산문을 넘나들면서 작가로써 뛰어난 기량을 보였고

청조의 낡은 전근대성을 비판하고, 서양 제국주의도 꼬집은 지식인이다.

 


 

다소 낯설었던 중국사에서 갑작스럽지만 낯익은 우리나라 사람이 등장할  반가웠다. 그는 바로 이육사이다. 문학의 정신은 상통하는 것이어서 조선의 깨어있는 문인들도 루쉰을 많이 알았다고 한다. 1933 여름 상해에서 루쉰을 만난

적이 있는 이육사 시인.

그는 루쉰이 작고하자 신문에 다섯차례에 걸쳐 추모글을 연재했다. “위대한 중국 문학가의  앞에 고요히 머리를 숙인다.”

 

조소앙 선생은 사상가이자 독립운동도 실천했던 진정한 지성인이었다.

삼균 三均 주의의 근간이  평등’ ‘평화’ 제시하여 ‘대한민주라는 개념을 만들었다고 한다.

광복이  이후 해방공간에서는 다소 퇴보한 인식을 보여주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해방공간 워낙 혼란스러웠던 시기기에  시절의 세태를 고려하여 읽을 필요도 느껴졌다.

한국전쟁 직전인 1950 5월에 선거를 통해 성북구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6.25 강제 납북되었고 1958년에 북한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조소앙이 남한, 북한 모두에서  ‘업적 모두 인정받은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1989년에 정부가 대한민국장을 수여했으며 북한은 1990 조국통일상을 추서했다고 한다.

 

결코  존재감이 미약한 분이 아니었는데 학창시절  정규교육   이분을 가르치지 않은 걸까.

뒤늦게라도 그분의 탁월한 지성과 치열했던 행동들을 돌아볼  있었다.

 


 

 

후세 다쓰지는 영화 <박열> 통해 친근하게 알았던 일본의 변호사다.

제국주의 시절에, 그것도 일본의 국민으로써 적극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한 것만으로 보통 분이 아님은 알았다.

책의 자세한 서술을 통해서 얼마나 신념이 견고했고, 흔들리지 않는 양심을 견지했는지를 알아 숙연해졌다.

 


 

 

이광수는 한때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나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서 친일로 변질한 대표적 지식인이다.

이광수를 비판하는 일은, 단순히  사람을 비난하면서 놀림감 삼자는 취지가 절대 아니다.

그의 문인활동, 집필 작업들은 철저히 일제를 찬양하는 것이었고, 영혼을 끌어모아 조선의 식민 상황을 정당화했던 것임을 재확인 하게 된다.

글로 친일한 것이니 다른 부역보다 ‘경미한  아닌가, 나도 일말의 그런 생각이 있었지만 이번에 완전하게 파악했다.

평범한 조선인들 위에 서서 군림하면서 지식인 행세를 하고

조선총독부의 나팔수 노릇 자발적으로  것은,  어떤 친일 못지 않게 악질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도조 히데키 이번에 처음 알게  일본의 고위 관리이다.

41 총리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A 전범이며 야스쿠니 신사에 묻혔다고 한다.

   이력만으로, 벌써 공분히 차서  이상 알고 싶지 않았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축을 이뤘다니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사람의 인생을 접하고, 일본이 그를 어떻게 대우했는가를 보니

 일본이 1945 패전 후에도 정신을  차리고 군국주의 망령을 떨치지 못했나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모름지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유리한 .

일본의 야욕을 속속들이 알고자 한다면, 야스쿠니로 들어간 A급전범의 역사를 앞으로도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단지 6인의 역사라니 가뿐할 알았다.

그러나 웬걸, 시대가 격동기여서 인지  ,    무게감이며 의미 대단했다.

저자인 정태헌 교수의 친절한 서술 덕분에 385페이지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있었다.

 

가까운 현대사라는 부담감, 중국과 일본의 낯설은 사람들,

우리 역사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특징들로 인하여  책이 일면 어렵게 보일  있다.

허나 저자의 진정함과 역사에 대한 해박함, 편안한 서술이

앞서의 진입장벽을 단숨에 깨트리게 했다.

 


 

 

중국, 일본을 아우르는 넓은 시선으로,

우리나라의 암흑기였던 시대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혁명과 배신의 시대> 이다.   Aslan

             

               본문 중에서

루쉰은 지치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미래의 희망, 중국의 희망을 찾는다.

스스로 ‘민족 지도자임을 자임하면서 자신이 조선 민중과 다름을 부각하는 경박한 천재 이광수의 무정 이형식과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40쪽)

 

근원을 가진 자는 날마다 성장할 것이며 말단을 쫒는 자는 전멸할 것이다. 루쉰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 후세 다쓰지  (316쪽)

 

당대의 한중일 지식인들은 저마다 어떤 신념을 품었을까.

처참한 현실에서도 희망과 평화를 찾으려 했던 루쉰 ·조소앙 ·후세 다쓰지와

침략전쟁에 나서거나 동조하며 조국을 버린 왕징웨이, 이광수, 도조 히데키.

대조적인  속에서 그들이 남긴 말과 글을 통해

20세기 동아시아가 걸어온 길을 짚어본다.    프롤로그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