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28

〈더 잘 하고 싶어서, 더 잘 살고 싶어서〉

좋아하는 ‘인디 씬’의 뮤지션들이 있다. 커피소년, 달빛옥상, 십센치, 제이 래빗.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결이 곱고 가사가 희망적이며 재기발랄하단 것. 본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저러한 느낌에 가까웠다. 양경민 작가는 ‘글토크’라는 필명을 갖고 있다. 짧은 세글자인데 무슨 뜻인지 감이 팍 온다. 아울러서 작가는 유튜브 20만구독자를 보유한 실버버튼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일부러 책을 읽고 나서 가보려고 아직 너튜브는 가보지 않았다. 신박했다. 유튜브로 ‘글’을 쓰는 작가라니. 그만큼 작가의 글은 MZ세대, 스마트폰 환경하고 ‘통하는’ 성격으로 소개되어 있다. 블로그나 페북, 인스타에서 ‘인기’를 얻어 책을 냈다는 에세이는 많이 봤는데 또 다른 느낌으로 기대감을 갖고 펼쳤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창작 2022.03.27

활인 活人

​ ​ 오랜만에 긴 호흡의 역사소설을 만나서 우선 설레임으로 시작했다. 1,2편 대신 上권 下권 이라는 명명도 고즈넉한 기분. 때는 조선 시대 세종 임금 때. 병원이 있는데 이름이 ‘활인원’ 活人院 이다. 소설은 이곳에서 의술을 펼치는 의원 노중례, 승려이면서 의술에 뛰어났던 탄선 그리고 의녀인 여성 소비를 주인공으로 한다. 여기에 충녕대군 즉 세종이 엮이면서 역사소설로써의 매력을 더했다. 「활인! 사람을 살리는 일, 탄선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종교도 학문도 정치도 모두 사람 살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했다. 물론 임금이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였다.」 上권 에서 소설이 택한 소재 중 ‘역병’은 참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요즘도 전염병은 막강하지만 조선시대의 역병은 그야말로 ..

창작 2022.02.02

국어교사 -추리소설

독일 추리협회상,을 수상했다는 문구. 이 하나로 이 책이 궁금했다. 그리고 ‘독일 추리소설’의 진수를 경험했다. 소설가인 크사버 잔트. 학교 국어교사 마틸다 카민스키. 주인공 남자와 여자의 직업과 이름이다. 어느날 주 문화국에서 학생들의 소설 창작 워크숍을 개최한다. 촉망받는 소설가를 15인 선정하여 학교와 매칭하는데 방법은 랜덤이다. 크사버 잔트는 ‘성 우루술라 여자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담당자 국어교사에 메일을 보낸다. 아니 그런데 선생의 이름 두 음절이 낯익다. ​ 낯익은 정도가 아니라 대학시절 사귀었던 애인의 이름이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나. 기쁜 예감도 이번에는 맞았다. 크사버에게는 그랬다. 반갑고 궁금한 일. 그런데 역시 연애사란 쌍방 이야기를 들어봐야..

창작 2021.12.19

드라마 <지리산> 1회

슬의생 드라마가 끝나고 방황하던(?) 차에 본방 사수할 드라마가 나타났다. 전지현 주지훈 등 짱짱한 캐스팅이며 김은희 작가의 오랜만의 브라운관 복귀인 작품 . ​ 1회는 마치 ‘이래도 우리 드라마 안 볼래요?’ 하는 거 처럼 스펙타클함의 향연 이었다. 생각해보니 전지현을 드라마로 보는 게 무척 오랜만이다. ​ 코믹한 멜로 드라마에서의 그녀도 좋았지만 액션이 많은 이런 작품도 대환영! 드라마는 지리산의 ‘국립공원 구조대’가 소재이다. 소위 ‘전문영역’ 드라마인데 1회 만으로 보면 그 묘사가 합격이다. 본인은 등산 마니아 인 건 전혀 아니지만 1회를 본 것만으로 산을 가고 싶어 졌다. ​ ​ ​ ​ 지리산 등장인물 캐릭터 ​ 전체 16부작인 드라마 이니 앞으로 자세한 리뷰를 할 기회가 또 여럿 있으리라 생각..

창작 2021.10.24

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 ​ ​ ​ ​ 예능 프로를 즐겨보는 일인이다. ​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PD가 몇 있으신데 그 중에 김태호, 나영석 피디가 있다. 방송국의 편성은 가장 트렌드를 보여주는 세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 책 은 일본의 방송 제작자 모토하시 아도가 펴낸 책이다. 전통적 미디어인 활자매체부터 영상매체, SNS 까지 요즘은 ‘전달’과 표현의 수단들이 넘쳐난다. 소위 핫 하다는 유튜버와 작가,크리에이터를 찾아보면 문장력이 뛰어남을 금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문장력이라는 게 대문호같이 심오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단순하고 겸손하면서 재치있고, 공동체의 문화를 꿰뚫어보는 그런 것이 요즘식의 문장력이라 할 수 있다. PD로서 저자 모토하시는 이렇게 겉으로 심플해보이는 ‘1줄의 문장력’이 결코 거저 얻어진..

창작 2021.10.14

스스로 있는 자 #한국소설

신과 악마의 대결을 그렸다는 이 소설. 사실 처음에는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외국, 서양에서는 익숙한 소재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의 신과 사탄을 정면으로 그리는 게 가능할까?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 소설은 ‘신한수’라는 청년의 신앙 고민으로 시작한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기독교의 하나님을 믿으며 성장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온갖 불행과 불운의 쓰나미를 겪으면서 ‘의심’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이 계시다면 왜 세상에 악한 자들이 활개를 치며, 무고해 보이는 이들에게 고난이 닥치는가. 작가 화이트맨은 ‘신한수’라는 인물을 빌려서 이러한 신학적인 주제를 철저히 장르소설의 문법으로 풀어간다. 한편 한수의 반대적인 인물로 나오는 ‘조필성’. 그는 한수처럼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현실의 시련 가운데 ‘절대적’ 존..

창작 2021.08.02

차민주 -덕후와 철학자들

특별한 예민함이란 탁월한 미적 취향의 다른 표현이다. (197쪽) ​ ​ 서양 철학과 미학을 전공한 연구자가 ‘덕후’에 대해 쓴 글. 이것만으로 굉장히 신선한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와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책은 ‘띵’작이었다. 명을 띵이라고 하는 것부터 덕후의 표현이니 이 책을 표현하는데 딱인듯하다. 아이돌 멤버에게 다채로운 별명을 지어주는 문화로부터 소쉬르의 기호학을 불러왔다. 예컨대 에이핑크의 윤보미는 ‘뽐가너’라는 별명이 있다. 그녀의 애칭 ‘뽀미’와 미국 야구선수 범가너의 이름을 합친 것. 보미는 야구에서 시구폼이 탁월한 걸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먹보미’는 그가 복스럽고 맛있게 잘 먹은 것에 팬들이 붙인 것. ‘실력이 뛰어나고 잘생기고 성실하고 귀엽다’는 상투적 표현만으로는 매력이 충분이..

창작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