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긴 호흡의 역사소설을 만나서 우선 설레임으로 시작했다.
1,2편 대신 上권 下권 이라는 명명도 고즈넉한 기분.
때는 조선 시대 세종 임금 때.
병원이 있는데 이름이 ‘활인원’ 活人院 이다.
소설은 이곳에서 의술을 펼치는 의원 노중례, 승려이면서 의술에 뛰어났던 탄선
그리고 의녀인 여성 소비를 주인공으로 한다.
여기에 충녕대군 즉 세종이 엮이면서 역사소설로써의 매력을 더했다.
「활인! 사람을 살리는 일, 탄선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종교도 학문도 정치도 모두 사람 살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했다.
물론 임금이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였다.」 上권 에서
소설이 택한 소재 중 ‘역병’은 참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요즘도 전염병은 막강하지만 조선시대의 역병은 그야말로 ‘재난’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무력하게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음을
소설은 의술에 종사하는 이들을 통해서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두 토대가 ‘이야기’와 ‘문장력’이라면
팩션 소설 <활인>은 이를 기대한 독자에게 충분한 만족을 선사해준다.
특히
사람을 살리는 의술을 ‘활인’이라고 명명한 것이 무척 신선했고
이를 ‘정치’로 확장하여서 세종의 통치 철학과 연결시키는 지점이 무릎을 치게 했다.
의료인들은 사람의 몸과 목숨을 다루는 이들이다.
죽어가는 사람을 마주할 때 그가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심지어 자신의 원수라 해도 우선 살리고 보는 일이 ‘사명’인 이들.
그런데 정치와 통치도 마찬가지였다.
세종 이전에 왕족들 사이에는 피비린내나는 살인이 난무했다.
그것이 아무리 ‘나라’와 종묘사직을 위한 대의명분을 지녔다 해도 무참한 살인임에는 분명했다.
세종은 더 이상 이런 ‘살인’의 통치를 중단하고
활인 즉 사람을 살리는 통치를 지향하기로 의연히 결단한다.
“활인?”
“그렇습니다. 활인(活人), 즉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상권 145쪽
고려왕조에도 역적이고, 조선왕조에 와서도 역적이 되었으니, 정도전에게는 역적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삼봉이 역적이라면 이방원도 역적이고 이방원의 아들 금상도 역적의 아들이 되는 것이었다. 하권 45쪽
사람을 살리는 일은 정말 고귀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최선을 다했으나 아픈 이가 끝내 죽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활인으로, 살리는 것을 위해 매순간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의술’에 종사하는 이에게도 생명력을 더하게 하는 게 아닐까.
정치에 있어서도
목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수단, 방법으로써 무고한 살생을 한다면
그것은 결코 정당하다 할 수 없을 거다.
처음에는 ‘활인’이라는 조어 造語가 낯설었으나
이야기 속에서 계속 접하면서 점점 친숙해졌다.
처음으로 ‘활’ 活 이라는 단어를 오래 지그시 바라보는 경험을 했다.
평범한 단어라고 생각했던 글자.
그러나 ‘활인’이라는 말이 되고
이를 위해 활인원에서, 치열한 정치판에서
애를 쓰면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서 숭고한 의미로 변화해 갔다.
시신 검시관을 뜻하는 ?作人 오작인을 등장시키고
조선시대의 역병과 맞서싸우는 이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느끼게 한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사료에는 몇 줄 등장하는 사실들.
역사 소설은
그를 근거로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서 ‘문학’의 향취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분야이다.
역사소설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게 한
뛰어난 작품 <활인> 상, 하 권이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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