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각본집 〈안개〉 김승옥

사나예 2023. 1. 1. 13:17

 

 

1967년작 영화 <안개> 김수용 감독의 멜로 영화이다.

60년대는 한국영화 르네상스기였는데 나도 아직  영화는  봤다.

이번에  영화의 시나리오집이 나왔다.

 

처음에는 지금 갑자기 ‘안개 시나리오가? 놀랐는데  계기를 알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노래 ‘안개 때문이었다. 정훈희가 부른 가요 ‘안개 <헤어질 결심> 영화의 OST 수록곡이었다. 얼마전에 영화제에서 정훈희 선생님이 라이브로 부를  탕웨이씨가 눈물을 지어서 화제가 됐었다.

 

원래 각본집, 시나리오집을 좋아하는데

<안개> 1967년작이니 그렇게 많이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근데  흥미로움은 뭐지?

 

오래전에 ‘무진기행 소설을 읽긴 했지만 까먹고 있었는데

소설가 김승옥님이 직접 각색하였다는 시나리오는 소설의 예술성을 견지하고 있었다.


 

주인공 윤기준. 그는 재벌집의 사위로 제약회사의 전무로 있다.

어느날 갑자기 고향인 무진을 방문하는 기준의 시선으로 시나리오는 시작한다.

 

<안개> 앞부분의 빌드업이 정말 예술이었다.

남쪽의 어느 도시로 나오는 ‘무진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농촌으로 그려진다.

 

1967년은 한국이 아직 가난할 때였지만

윤기준이 상경해 살던 서울은  발전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남쪽의 시골인 무진은 여러면에서 아직 저개발인 지역이었다.

기준은 고향의 친구들, 후배의 대사를 통해서 ‘무진에서 가장 출세한 남자 묘사된다.

 

그는 한국전쟁  어머니의 부탁으로 숨어살아서 목숨을 부지했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상경하여 재벌집의  여인을 만나서 급격하게 ‘신분이 상승했다.

자타 공인 ‘무진에서 출세했다는 표현은 과언은 아니었다.

 

한여름에 고향으로 내려온 기준.

그런데 그는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무슨 일인 걸까.

 

시나리오는 가독성 끝판왕이라  정도로 술술 읽혀졌다.

점점 재미까지 느껴졌고, 1967년도 작품이라 지루하고 고루할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놀라움의 연속으로 읽어 나갔다.

 

무기력한 기준은 고향에서 ‘하인숙이라는 젊은 처자를 만나고

 사람은 급속도로 서로 친해지더니 급기야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사실 나는 <무진기행> 이러한 ‘불륜 코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통해 읽을 때는 그래도 나름대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음을 알았다.

로맨스 물로써 1967년작으로 대단히 앞서갔다고 느끼면서 결말을 향해 책장을 넘겼다.

 

아니 아니 근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무진기행> 소설의 엔딩을 기억 못했고, 영화 <안개> 아직  봤기에 더더욱 놀라운 결말이었다. 

소오름.

 


 

 

소설이 중단편이었기에 아주  담론은 아니었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담고, 은유적으로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가 지금 봐도 굉장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완성도, 지금 읽어도 촌스럽지 않은 전개에  감탄했다.

 

정말  놀라운  영화 <헤어질 결심>하고 유사한 점들이 여럿 있었다는 거다.

영화 <안개> 주제가가 정훈희의 ‘안개였다고 하는데  노래도 진짜 예술이다.

개인적으로 소설 ‘무진기행보다 시나리오 ‘안개 나에겐 취향 저격이기도 했다소설가님이 보면 언짢아하실까? ^^;

 

이번 각본집을 읽으면서 ‘각본집 읽는  진짜  체질이구나 느낀 것도 다른 수확이었다.

앞으로 영화 <안개> 찾아볼 예정이다. 신성일 윤정희씨가 나온.

 

<헤어질 결심> 좋아했던 분들에게 추천하고

김한민 감독의 말대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울

시나리오집 <안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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