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북극 허풍담 6

사나예 2022. 11. 13. 18:49

 

 


 



미지의 소설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양가적인 감정을 동반한다.
설레임과 긴장감.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실망도 할 거 같아서 약간 마음을 비우는 것까지 있다.



덴마크의 소설이라는 것만도 낯선데
북극의 그린란드가 주 배경이라고 한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북극 허풍담 6>은
그린란드에서 생업을 갖고 있는 16여명의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연작소설의 형태인데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냥 하나의 이야기로도 느껴졌다.


첫 수록작 <지골로>는 유독 텐션감을 갖고 읽은 이야기.
기겁할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행히 건전한 결말로 매듭지어졌다.

이 소설들은 이런 분위기인 걸까?
젼혀 가늠할 수 없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와 그런데 두번째 이야기부터는 정말 이야기에 쑥 빨려들어갔다.






 



1980년대 작품이고 낯선 북극이 배경이기에 오히려 시대를 안 탄다.
요즘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한
신기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소설이었다.


근데 그게 너무 '보편적인' 사람들하고 동떨어져 있다면, 또 마냥 낯설 것이고
내게는 거리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주인공들의 캐릭터 면면, 심리 묘사들이
너무도 흥미로왔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겹치는 것없이 개성적이고, 
북극의 극한 환경에서 극한직업을 가진 남자들이지만 각자 매력이 있었다.






 



블랙 코미디적인 면이 내내 있지만 또 그게 다는 아니었고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주인공들에 푹 빠졌다.


1986년의 덴마크 작가가 그린, 북극 그린란드 사람들 이야기.

정말 이렇게 내게 낯설고 거리가 멀다고 느꼈을 소설에
키득키득 대고, 피식 웃고, 뭉클하고, 울컥하며 읽을 줄이야.



원작에 충실한 번역, 사려깊고 재치있는 문장 표현들은
소설의 가독성을 한층 더 높였다.



그 어떤 소설하고도 비견할 수 없는 독창성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했다는 설명 덕분에 이해하게 된다.

정말 한번 읽어보시라.

직접 읽어보고 느껴봐야 알 수 있는
멋진 소설 <북극 허풍담> 6편 이다.


 

     책 중에서
여긴 사는 모습이 아랫동네와 완전히 다르고, 세상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으니까.
 (29쪽)



후미진 그린란드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게는 호기심만큼 강렬한 충동이 없다는 것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것이 재현에의 본능이라는 것이었다.  (49쪽)


작은 즐거움이 큰 행복이 되던 시절이었어. 한센, 그런 시절을 살 수 있었다는 것에 우리는 감사해야 해.   (70쪽)


그린란드 북동부에서는 기묘한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일은 어떻게 전해지는지 도저히 과정을 알아낼 수 없는, 소식의 발 빠른 전달이었다.
무슨 일이 어디서 일어나든 소문은 빠른 속도로 연안에 퍼졌고, 얼마 못 가 사냥꾼 모두가 사건의 진상과 경위를 꿰뚫게 되었다.  (95쪽)



"빌어먹을, 정말 너무 거룩하잖아! 멋진 저녁이야!"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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