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일본 소설 두 편을 무척 좋게 읽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과, 판타지 전문 작가의 작품.
두 작품이 모두 ‘쟝르소설’적인 면이 강했는데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찾다가 이 책을 만났다. <혼자라는 건>.
주인공은 가시와기 세이스케. 돗토리라는 소도시에서 태어나 스무살을 맞은 푸릇한 청년이다.
앞 부분에서 세이스케는 큰 시련을 맞는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
사실 세이스케는 고등학생 때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돗토리에서 도쿄로 대학을 왔던 세이스케.
천애 고아가 되었고 수중에 약간의 돈 밖에 없는 채
월세 5만엔의 자취집에 덩그라니 남았다.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쿄에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둔다.
구직할 생각은 있고, 당연히 해야도 하지만
너무도 막막한 현실에 짓눌려서 세이스케는 그냥 길거리를 걸었다.
계획하고 있는 식비가 있기에, 어느 반찬가게 앞에서
튀김 가격을 보면서 계산을 하고 있던 그.
그를 보던 주인은 친절을 베풀어서 좋은 튀김을 반값에 세이스케에게 판다.
이 묘사가 참 따뜻했다.
튀김을 먹고 나서 가게를 보던 세이스케는 ‘직원 구함’이라는 안내말을 보고 사장에게 의사를 말하고 다음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한다.
이러면서, 세이스케가 도쿄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이야기가
<혼자라는 건>의 본격적인 얼개였다.
인연. 그런 것이 정말 있을까. (19쪽)
주인공이 스무살에 갑자기 고아가 되었고,
대도시 도쿄에서 친절한 사장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이야기.
무척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재인데,
작가가 섬세하고 재치있게 그려서 완전 빠져 들었다.
발표된 해에 서점대상 2위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주인공. 그렇다고 무슨 범죄에 연루된 사람도 아니어서 자극적인 소재는 전혀 없다.
세이스케도 꿈이 있었고, 그 꿈을 목표로 삼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도쿄의 한 시장터, 상점가에 위치한 다노쿠라 반찬가게.
튀김, 조림, 샐러드 세 종류를 판매하는 가게이며 주력 메뉴는 튀김이다.
이, 튀김을 조리하는 모습, 튀김의 맛을 묘사하는 부분들이 어찌나 리얼한지.
흔한 일본의 ‘장인 匠人’ 장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튀김에 진심인 이 30년된 가게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멋있었다.
튀김 부심이 뿜뿜하면서도, 누군가의 칭찬에는 늘 겸손한 사장 다노쿠라.
드넓고 막막한 세상에 혼자 던져진 세이스케가
스무살에 용기있게 삶을 시작하면서,
친구, 동료들과 부대끼면서 한걸음 한걸음 성장하는 이야기.
세이스케 에게는 여러 가지 역경이 닥치고, 달콤해 보이는 유혹도 온다.
그런 것들을 겪으면서, 배우고, 주위의 좋은 어른들을 통해서 격려도 받게 된다.
친구가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것에 상처를 받지만, 금방 손절하지 않았고,
기회를 주었을 때 친구도 용서를 빌고 더욱 우정을 돈독히 하게 된다.
중퇴했던 대학교 때 록 밴드를 했던 세이스케.
그러다가 학교도 밴드도 그만 두었기에, 베이스를 치는 것에 미련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을 통해서 훌훌 털게 되고,
요리사가 되려는 길로 본격적으로 향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그리고 풋풋한 첫사랑과의 설레이는 이야기가 한 스푼.
처음에는 되게 평범한 소재에, 무거운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세이스케가 일하게 된 튀김 가게에서의 일들이
평범 속에서의 새로움을 느끼게 했다.
세상에 내쳐진, 사회에 발을 디딘 세이스케가 겪는 일들이
참 진실되었고, 진솔하게 그려져서 따뜻했다.
허황된 이야기가 전혀 없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을
그리는 작가의 솜씨가 비범했다.
편안하게 읽히면서, 청춘의 순수함과 잠재력을 그리는 이야기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좋은 이야기, 취향 저격인 소재.
작가를 알게 되어 감사했다.
그러나 여기는 도쿄. 어디를 가든, 아주 캄캄해지지는 않는다. 어디에든 불빛이 있다. 동네들이 이웃하고 있어서, 불빛도 이어진다. 지방에는 흔히 있는 동네 어귀 같은 부분이 없다. 시골에는 있는 어둠이 없다. (239쪽)
나는 스물한 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하나씩, 하나씩. 서두르지는 않지만, 멈춰 있지도 않는다. 이 세상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미래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도 중요하다. 미래를 보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살아 있는데. (3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