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올빼미

사나예 2022. 11. 24. 21:51

 

조선 왕조의 역사에서 정조의 죽음 이후로 연민이 가는 사건은 단연 이거였다.

소현세자의 죽음.

영화 <남한산성>의 사건 이후

조선은 왕자 소현세자, 세자빈을 청나라로 볼모로 보냈다.

8년이 흘러서 그나마 다행히 소현세자와 강빈은 조국으로 돌아왔다.

영화 <올빼미>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가미해 창작한 작품. (이하 리뷰에 스포일러 없습니다)

한편

맹인인 침술사 '천경수'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역사에서 기록되어 나오지 않은 가상의 존재를 사용한 팩션 사극이다.

이러한 한국영화 좋아하는데 꽤 오랫동안 못 봤기에 우선은 반가웠다.

거기에

최애배우 류준열, 믿보배 유해진을 비롯한 짱짱한 배우들이 나오니

아니 볼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던 영화.

영화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까?

상영관에 불이 꺼지면 나는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될까?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갖고 보는 즐거움을

한껏 안고 보아 나갔다.

처음에는 빌드업 설정들이기에 무조건 집중하면서 봤다.

중반부로 가면서는 조금 어려웠다. 이런 시대극을 너무 오랫만에 본 탓도 있어서 적응이 좀 필요했다.

그런데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장면부터는

영화에 한껏 몰입하게 되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소경 침술사 경수.

그는 사실 100프로 안 보이는 건 아니었고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시력을 회복하는 특수한 병을 앓고 있었다.

궁궐에 실력으로 뽑혀서 들어왔는데, 굳이 자세한 걸 밝힐 이유는 없었기에

내의원의 신참으로 조용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특수한 비밀'이 사건의 키를 쥐게 된 것.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동안

'시각장애인'이 어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다, 라는 영화들은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영화적으로 이러한 서사는 스릴러와 미스터리의 소재로 각광을 받았다.

예전에 <블라인드>라는 영화가 호평을 받았는데 나는 아직 못봤다.

그런 소재를 '조선 시대물'로 옮겨온 <올빼미>는

탄탄한 각본에 힘입어서 매우 새로운 영화로 탄생했다.

후반부의 중요한 사실들은

인조실록에도 나오고 역사적으로 실제했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인 '천경수'의 스토리와, 역사가 만나는 지점들이 나올 때 소오름 이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 영화는, 항상 딴지를 받기 쉽상이다.

"그런 일이 역사에서 없었는데 거짓 아니냐?"는 질문 같은 거로 말이다.

하지만 팩션 영화는 굵직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한 쟝르이기에

이제는 나름 환영받지 않나 싶다.

철저히 상상력을 가미하였기에,

오히려 실제의 역사 속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이러한 '상업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역사를 왜곡해서 받아들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치 않는다.

오히려 엄근진의 역사를 두고서 이런 생각, 저런 상상을 해보면서

더욱 우리 역사의 외연도 확장되는 게 아닐까.

물론 그렇대도 엄연히 '지켜야할 선'은 있기 마련이다.

영화 <올빼미>는 그런 점에서도 합격점을 주기 충분하게

실제 역사를 잘 우려냈다고 생각한다.

천민, 하층민으로 나오곤 했던 유해진씨가 처음으로 왕, 인조 역으로 나왔는데

무척 잘 어울렸다.

조연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신구의 조화가 완벽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올해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좋게 본 작품 아니었나 싶다.

실제 역사도 찾아보고 싶게 만든

웰메이드 사극 史劇 <올빼미> 이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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