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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굿모닝

사나예 2023. 5. 9. 21:21

 

어떤 장르가 나에게  알맞게 필요한 때가 있는  같다.

 

얼마전에 책장 정리를 하다가 이병률 산문에 ‘흥분했던 적이 있어서인지

여행 에세이가 부쩍 끌리던  나였다.

 

저자 신미정 작가는 방송국 아나운서로 살다가 여행이 좋아서 퇴사했다고 한다.

아나운서 ‘출신 작가들의 책이 한때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여행 작가가 되었다는 점에서 손미나  아나운서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여행 책을 쓴’ 이라는 수식어로 전혀 다른 사람들을 비슷하게 묶는 것도 어쩌면 고정관념이리라.

 

마음을 열고 편안한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며칠동안 혓바늘 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비스듬히 쿠션에 기대어 읽기 시작.

아니 근데 점점 자세를 고쳐 앉는 나를 발견했다.

신미정  아나운서.    솜씨 무슨 일이지?

 

어떤 에세이를 읽었을  

‘안 읽은 것보다 읽는 경험을 해서 정말 좋았다’ 느끼는 책들이 있는데 

 산문도 단연코  부류였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의 .

 『나는 너를 보기 위해 에둘러 싱겁고 심심한 시간들을 버텨냈나 보다.

각자의 마음에 벅차게 무언가를 채워주느라 우유니는 이다지도  비어있나 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이구아수 폭포 앞에서의 .

 『비유와 상징을 허용하지 않는 비현실의 공간. 이구아수가  상상의 세계를 삼켜버렸다.』

 

여행은 이런 단어들로 보통 표현된다.

쉬는 것. 놀기. 맛있는  먹기.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기. 힐링. 재충전.

좋은 여행 작가는  단어들을 수렴하면서 자기만의 창의적인 것들을  스푼 얹어서 독자를 감동시키는 이들이다.

신미정 작가도 뛰어난 여행 작가의 재질이었다.

 


 

나를 비우기 위해 떠나는 여행. 나를 채우기 위해 떠나는 여행.

 비우고, 다시  채우고.

‘죄책감 없이’ 맛있는 것들을 즐기고, 몸의 감각을 한껏 오픈시키기.

 

낯선 곳에서의 경험들은 이러한 것들을 ‘누리게하고

그렇게 새로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땅에서 일상을 살아가게 한다.

 

외국 현지에서의 사진들은 적절히 배열되어서 읽는 쾌감을 더한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거들 ’. 역시 작가의 빼어난 글을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낯선 곳에서 굿모닝, 굿나잇 했던 경험들을 

진솔하고, 사려깊은 문장으로  내려간 책이다.

 

낯선 곳에서의 감동과 깨달음 덕분에,

여기 익숙한 곳에서 살아 자양분과 활력을 얻는 여행의 매력을 

풍성히 담은 산문집이었다.

 

 

   중에서

혼자 여행을 오면 낯선 사람에 대한 장벽이 터무니없이 낮아진다.  사람은 나처럼 여행자니까,  사람은 여기 살고 있으니까 같은 말도 안되는 접점으로 호들갑을 떨며 마음의 문을 쉽게도 열어버린다. 선택적 고독은 좋지만 은둔은 절대 싫은, 나도 결국은 ‘사람’  (41p)

 

사서 고생 제법 가치가 있다.  허세엔 이유가 있다 (48쪽)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없을 만큼 사소할  있다.

  (84p)

 

이루 말할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도저히 표현이   정도로 아름다웠다.

  (127p)

 

릴케는 내려다보지 않았다. 들여다보았다. 주변을,  앞에 놓인 것을, 위를, 사람을, 옆을 촘촘히 살폈다. 그리고  감회를 삼키지 않고 로댕과 나누었다.

나는 그래서 헤밍웨이보다 릴케를 사랑한다.  (151쪽)

 

새소리와 풀벌레소리, 이름 모를 생명체들의 울음소리가 제법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아래 모두가 닮아 있다.

치앙다오가 그리운  쏟아질    때문일까.  자유로움에 속해있던 내가 그리워서 일까.

La Vie de Boheme!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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