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right 이웃사랑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사나예 2023. 4. 8. 19:17

 

요즈음에 동사 뒤에 붙는 어미  가지에 마음이 가고 있었다.

하나는 ~가다’.

살아가다, 쉬어 가다, 이런 말이  좋다고 느꼈다.

 

나머지 하는 ‘~내다’였다.

살아 내다. 해내다. 살아내자, 살아낼게.  말을 스스로와 누군가에게 자주 해주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책의 제목을 만났을  더욱 반가웠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작가는 ‘세월호 생존자 학생이셨다. 책의 부제는 ‘세월호 생존 학생이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그런가. 벌써 시간이,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9년이 흘렀으니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반가웠고,  다음에는 호기심이 일었고,

책장을 펼쳐 읽으면서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

내가, 기성세대인  독자로서, 책을 이렇게 심상하게 여기면서 읽으려고 했구나.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1년여간, 세월호를 모욕하는 많은 망언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악마적이고,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언어였음을 지금 새삼 느끼고는 소름 끼쳤다.


 

책의 분량은 두껍지 않다. 요즘 읽어온 책에 비해선 가장 얇은 편이었다.

지면들에는 작가가 꾹꾹 눌러쓴, 오래 망설이기도 했을, 마음의 표현들이 

다양하고 깊이있는 결로 쓰여져 있었다.

 

책의 부제에 있는 단어인 ‘청년이 쓰는 다짐.’

 말이  적절하게 느껴지고 책을 대변하고 있었다.

 

작가는 세월호 생존의 아픔을 겪고  이후에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삶을 걸어오셨다.

살아왔고, 살아 냈고,  기록을  작지만 무게감 있는 책에 담고자 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치유를 담담히 풀어내면서

세상에 대한 생각,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말들도 뚜렷하게 담았다.

 그게 고마웠다.

 

개인적인 일상을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미안했는데,

고등학생으로부터 청년이 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갖게  신념을 당당히 피력한 것이 더욱 감사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 ‘사회적인 사건이었다.

비극적이게도 우리는 작년의 10.29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기시감을 느꼈다.

참사 이후에 어느 ‘고위직 공무원 해임되지 않고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보면서 아득하게 세월호를 오버랩 했었다.


 

 

산문집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청춘의 에세이, 힐링 에세이,  청년이 성장해온 기록. 이렇게 불릴  있을 거다.

내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도 던져주어서 감동을 받았다.

 

나름대로 삶의 중대한 ‘길목에서 선택을 하는 기로에  있었다.

가족이, 가까운 지인들이 나를 ‘판단하지 않고 지지해주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힘을 얻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것처럼  책이 그랬다.

 

어제, 6개월만에 헤어펌을 하고 기분이 전환되어서 귀가했더니 책이  있더라.

 속의 문장들, 글귀들은 나를 건드렸다.

강압적이지 않고 포근하게, 한편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머리를   맞은  하게 했다.

 

감성적이다, 라는 말이 하도 흔해서  책에도 쓰긴 한다만

 말로는 부족하다.

 청년이,  인간이, 9 동안 아파하고, 다시 자신을 추스르고

끝내 일어섰던 일을 그저 감성적이다, 교훈을 얻었다 라고 평하지만은 못하겠다.

 

아니, 애초에 ‘ 생각은 없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더더욱 그랬다.

 

리뷰어라는 존재로  글을 올리긴 하지만, 그저 책을 느꼈고, 깊이 생각을 했다.

책을 고이 집어 책장에 꽂으면서, 이제는 기도를 해야겠다 했다.


 

의미있는 책을 만나는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독자에게 알맞은 타이밍에 만나는 , 정말 축복 아닌가 싶다.

 

귀하고 값진 에세이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였다.

 

 


 

'upright 이웃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어〉 Hear  (1) 2023.02.26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0) 2023.01.25
〈우리는 이태석입니다〉  (0) 2022.07.10
허리케인에서 탈출하기  (0) 2022.06.25
임민경〈자해를 하는 마음〉  (0)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