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right 이웃사랑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사나예 2023. 1. 25. 00:33

 

 

서양 바로크 미술의 한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 루벤스.

그의 작품 중에 『한복을 입은 남자』 라는 1617년 그림이 전해온다.

한편 임진왜란 때 조선인들이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잡혀간 아픈 역사가 있었다.

일본인들은 포로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많았는데 조선인들을 서양에 노예로 팔기까지 했다.

작가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조선인이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외국으로 팔렸다는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한 소설이다.

안토니아 코레아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

루벤스가 제목을 남기지 않아서, 그림 속의 인물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오래전의 역사이기에 한계가 존재하지만, 뚜렷이 발자취를 남긴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다.

포로로 일본에 건너간 주인공의 이름은 유승업이었다.

그는 개성의 유명한 상인 집안의 후손이었다.

처음에는 노예로써 허드렛일을 하는데 장사에 남다른 재주가 있음을 주인이 알게 된다.

오사카에서 잘 나가던 어느 무역상인은 승업의 재주를 알고 그를 살려고 계획한다.

그 즈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자기 사망하게 되어 조선인 포로들은 송환될 꿈을 안고 있었다.

헌데 유승업이 일본상인에게 팔려가면 조선으로 돌아갈 가망은 영영 없게 되는 거였다.

이를 알게 된 지인이 승업을 이탈리아 무역상에게 노예로 팔리도록 주선한다. 명목상은 노예였지만, 이탈리아인들은 명나라로 가서 승업을 풀어줄 계획이었다.

나가사키 항에서 배를 타고 마침내 중국에 당도한 승업. 그런데 명나라에 도착하고 보니 조선으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에 승업은 중국인 은인의 조언을 듣고 난생처음 들어본 ‘의대리아’로 떠나게 된다. 가톨릭 신부와의 교류를 통해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갖게 되기도 했다.

1601년 마침내 이탈리아 땅에 발을 디딘 유승업. 그는 자신을 거두어준 ‘델 로치’ 가문이 사는 베니스라는 낯선 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정말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장대하고 모험넘치는 이야기였다.

유승업이 포로로 일본으로 갔다가 중국 명나라까지 가게 되는 스토리는 나름대로 익숙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승업이 처음 들어보는 나라와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로 가면서부터는 정말 새롭고 낯설은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당시에 외국인은 5년을 살아야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고 1604년 마침내 베니스의 국민이 된 승업. 이름을 안토니오 꼬레아라고 바꾸며 정식 베니스 사람이 된다.

책을 통해서 이탈리아가 피렌체, 베니스 공화국으로 나뉘어 있음을 상세히 알게 된다. 이제 승업이란 이름 대신, 안토니오 꼬레아가 주어가 되면서 안토니오의 활약상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안토니오의 은인인 ‘델 로치’ 가문 무역 상사는 베니스 공화국에서 으뜸 가는 상인 집안이었다.

안토니오는 현지에서 줄리에타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가정도 꾸리고, 완전한 베니스 공화국민이 되어서 살아가게 된다.

당시에 베니스는 작지만 강한 나라였고, 안토니오가 속한 델 로치 상사가 이 중심에 있었다.

자세히 알지 못했던 유럽의 역사가, 베니스를 중심으로,

그 속에 놓인 조선인 출신 안토니오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와,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 걸까.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중간 중간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워낙 치밀하고 촘촘한 이야기여서 거리감이 없었고,

어느새 황급히 2권을 집어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베니스 공화국의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 너무도 신박했다.

승업, 이제는 안토니오인 주인공이 개성 상인의 후예로써 델 로치의 한 중심이 되어가는 이야기.

낯설긴 하지만 개연성이 있게 느껴지면서, 어느새 푹 빠져서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루벤스가 언제 등장하는지 궁금해 하다 어느샌가 까먹고

격변의 베니스와 유럽의 전쟁 이야기에 몰입했다. 루벤스는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끝에서야 나왔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기업을 훌륭히 성공시키고는 은퇴한 안토니오.

그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노년을 보내면서 어느날 문득 그림 한 장을 발견하며 감회에 젖는다.

베니스에서 루벤스를 초빙해 초상화를 그리게 했던 젊은 어느 날의 한 때를

회상하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오세영이 쓴 <베니스의 개성 상인>은 정통 팩션 소설이다.

기초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되, 많은 부분에서 작가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쓰는 장르.

유승업, 안토니오 꼬레아가 머나먼 이탈리아에서 시민이자 지도층이 되고,

베니스 공화국의 운명을 결정짓는데 기여했다는 이야기는 벅차고 환상적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이름을 떨쳤다고 해서 소위 ‘국뽕’이 차오른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저러한 인생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했고

그게 유쾌하고 감동적이었다.

꼭 이 소설의 모든 점에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팩션 소설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물씬 느끼게 한 작품이다.

400년전의 역사를 그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승업이 안토니오가 되어서 베니스에서 살면서, 자기 가문과 공화국을 위해서 노력하는 삶을 살았지만

그 바탕에는 조선의 개성 상인의 피가 언제나 흐르고 있었음을 작가는 수려하게 묘사했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자신있게 추천하는 장편소설

<베니스의 개성 상인> 1편, 2편이다~~.

 

#오세영   #역사소설    #베니스의개성상인    #팩션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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