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레니와 마고의 백년

사나예 2022. 12. 25. 21:02

 

“메이 병동에 있으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엄마들을 많이 봐요. 그걸  하게 해주는  딸로서 제가   있는 마지막 일인  같아요.”   (262쪽)

 

 

겨울에 읽기에 알맞은 소설을 만났다.

작품의 배경이 스코틀랜드 여서인지 추운 날씨를 묘사하는 부분들을 만날  굉장히 실감이 났다. 요즘 많이 추웠어서.

 

글래스고 프린세스 로열 병원.

이곳에는 미술 치료를 하는 로즈룸이 있다.

여든  살의 환자 마고, 열일곱살의 레니는  곳에서 만났다.

 

소설 <레니와 마고의 백년>   여자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그린 책이다.

 

여성  명이 주인공인 소설은 오랜만이라 반갑고 기대되었다.

이야기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부분이 있었지만 99.9프로 만족스러움을 선사했다.

 

여든  살의 마고와 열일곱살의 시한부 환자 레니는 그림을 매개체로 서로에게 가까워진다.

화자 話者가 레니였다가, 마고였다가 번갈아 나오는데 그게 소설에 생동감과 리드미컬함을 준다.

 

2차대전을 지난 1950년대, 20대를 거쳐서 격동의 시대를 통과한 마고의 삶은 

질곡의 고난과 사랑의 환희를 고루 겪었다.

한편 마고는 스웨덴에서 태어나서 영국으로 이민을 왔는데 많이 아프게 되어 지금의 병원으로 들어왔다.

 


 

 

마고가 어린 나이지만 죽음을 직시하면서 병원 생활을 하는 모습이 가슴 찡하게 그려진다.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병원에 있는 성당의 아서 신부님과 대화하는 모습들은 경쾌하게 그려진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작가는 17세라는 주인공에 걸맞게 탁월하게 캐릭터를 묘사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를 보듬고 사랑했고, 또 우리에게서 달아났던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101쪽)

 

영화, 소설을 통해서 영국적인 멋을 좋아해온 사람으로써,

 작품이 견지하고 있는 이런 유쾌함이  좋았다.

영국식 블랙 유머. 그게 확연하게 살아 있고, 이야기 내내 유지가 된다.

 

그렇기에 끝에 이르러 레니가 죽음을 맞고,

마고를 비롯한 병원 친구들하고의 우정을 통해서 의연하게 천국으로 떠나는 모습이 설득력을 얻을  있었다.

 

마고의 파란만장했던 인생과,

레니의 반짝이는 빛을 남긴 짧은 .

 사람의 스토리가 진한 여운과 애틋함을 남겨 주었다.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과시하지 않는 문은 대개  뒤에 최고 좋은 것들을 숨기고 있는 법이니까 (50쪽)

 

 세상 어딘가에 우리를 보듬고 사랑했고,  우리에게서 달아났던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나는, 우리는  많은  원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것인지 알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고  뒤에도 우리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101~102쪽)

 

어쩌면 나는 게시판 같은 사람인지도 몰랐다. 핀은 많지만 꽂을 메시지는 없는 사람.

휴대전화에 번호를 저장할 공간은 넘쳐나지만 저장할 친구는 없는 사람. 뼈가 성장할 기간은 한참 남았지만 그때까지 살지 못할 사람. 용서할 마음보다 복수심이   사람  (125쪽)

 

 사람과 함께 있던  순간의  기분은, 마음속 안식처를 찾은 느낌이랄까?

 사람과 함께 있으면 대화가 끊기질 않았고, 볼거리도 어찌나 많던지.

 사람에게  보이거나  사람을 웃게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어.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어.   (362쪽)

 

묻지 않는 , 미스터리를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것은 용납할  없는 일이었다.                                                                                 4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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