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이렌 네미롭스키 〈무도회〉

사나예 2022. 5. 15. 22:13


 

마르쉘…,  원하니? 그게 바로 삶이야.   그대로의 삶은 그런 거야.  (139쪽) 

 

소설가 이력을 읽는데 작가가 요절했다는 정보를 만나면 가슴 철렁해진다.
이렌 네미롭스키 또한 그러한 작가다.

그런데  중편 <무도회> 읽으며 몰입하게 되었고 
재기발랄한 표현들에 재미를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표제작 [무도회] 
14살인 주인공 소녀의 시점으로 프랑스의 사교계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1928년의 프랑스의 귀족,부자들의 모습은 현재 기준으로 봐도 향락적이어서 충격이었다.

작가 네미롭스키가 얼마나 깊숙히 부유층을 관찰했는가에 놀라게 된다.

 

소설집은 작가의  컬렉션을 내면서 4편을 선별하여 수록했다.

중편인 ‘무도회 거쳐서 다른 젊은 여자 나오는데

1940년작이다.

 

1928년에서 갑자기 12년을 뛰어 넘다니.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소설은 경향이  달라져서  놀랐다.

그리고  때부터 작가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편의 단편들은 모두 프랑스의 비시정부 하에서 유대인 핍박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쓰여졌다.

 

다른 젊은 여자에는 열여섯살 질베르트와 오십세의 마들렌  여성이 나온다.

마들렌이 운영하는 가게의 단골이 질베르트. 그는 마들렌이 해주는 얘기를 통해서 지난 전쟁시기에 마들렌이 행한 용감한 일을 듣고 그녀를 존경하게 된다.

 

 다른 1940년작 《로즈씨 이야기》.

로즈 라고 해서 여자명 같은데 의외로 50 독신남성이 주인공이다.

로즈씨는 폭격이 벌어지는 전쟁의  가운데 프랑스에 있고, 인생의 격변을 경험한다. 엔딩에서는 누군가를 위해서  작은 행동이 놀라운 결과로 이어지는 ‘기적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 수록작인 《그날  가장 작가의 시그니처가 느껴지는 단편소설이었다.

마흔다섯에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을 하고 7 딸을 키우고 있는 카미유.

프랑스의 소설이지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처럼 7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점이 반가웠다.

 

카미유는 동성의 친구  명이 있고 친구들은 (책의 표현)노처녀독신들이다.

소설은 어느날 밤에 카미유와 여성들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던 때를 단편으로 깨알같이 담았다. 7 주인공의 시점이어서 객관적이면서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든  사실이다.

모파상 ‘투르게네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작가들을  몰라서 비교는  하겠다.

 

그런데 정말  작가를 알게 된게 너무도 좋았다.

 상반기에 발견한 최고의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물, 풍경을 묘사하는 표현, 사건을 전개하는 기법  모든  완전히 나의 스타일이었다.

 

작가는 유대인이어서 독일군에게 잡혀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티푸스로 사망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1942년이었다.

 

  떠나서 ‘소설 작가를 처음 만나서인지 나는 그녀와  친밀해진 느낌이었고, 그래서 더욱 이런 죽음이 애석하게 다가왔다.

 

아이러니 일까. 그녀는 소르본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쓰면서 왕성히 활동하였고 생애 기간에 비해서는 다량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슬픈 와중이지만  사실이 ‘독자로서  다행스러웠고 앞으로  만나보고 싶어진다.

 

 책 에서

 

 ! 그래, 행복한 시절이라니, 행복한 시절 좋아하네. 농담도 무슨 그런 농담을!  (32쪽) 

 

앙투아네트는 문득 자신에게 온전한 미래가 있다는 것을,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싱싱한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72쪽) 

 

고양이와 함께 난롯가에서 보내는 외로운 나날들. 아마  똑같은 꿈이 되풀이되는 불면의 밤들도 있을 것이다. 영광이나 사랑, 그리고 피의 추억이. 얼굴이 상한  자그마한 여자는 한때 영웅이었다.   (85쪽) 

 

 남자를 알려면, 그가 식탁에서, 또는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어떻게 구는지 봐야 한다.  (89쪽) 

 

나는  채로 졸고 있었다. 부엌에는 식탁이 차려졌고, 모든 것이 밝고, 따뜻하고, 눈부셨다.  (123쪽)   

 

그게 바로 삶이야.   그대로의 삶은 그런 거야.“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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