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시간이자 성찰의 시간

오징어 게임 심리학

사나예 2022. 8. 13. 21:59

나는 <오징어 게임>을 직접 보지는 않았다.

이후에 대단한 신드롬이 되고 유튜브 등을 통해서 깨알같이 접해서 내용을 거의 알게 되었다.

넷플릭스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이들이 클릭하여 시청했다는 신드롬을 낳은 드라마.

 

해외 반응 영상이 많은데 90프로가 영미권이어서

어느 정도 영어사용자들의 반응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살짝 궁금함은 있었다.

그러던 차에 시의적절하게 만난 책 <오징어 게임 심리학>.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학자 장 프랑수와 마르미옹

심리학에 기초해서 드라마를 분석한 책이다.

 

분석하였다고 해서 냉정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드라마, 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아는 저자는

전 세계인이 이 드라마 시리즈에 열광하였을까,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 프랑스 작가의 책들이 꽤 있었다.

장편소설, 단편집부터 에세이 까지 다양하였는데 전부 내 취향에 맞았다.

드라마를 해석하는 이 책은 그러한 프랑스 책의 끝판왕으로

내게 재미와 일깨움을 주었다.

 

프랑스 지성의 글 쓰는 맛을 제대로 느끼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자체의 매력을 전혀 훼손하지 않으면서

철학, 심리학을 비롯한 프랑스 인문학의 잣대로 작품을 평하니까 너무도 흥미로왔다.

일석이조의 유익함을 느낀 책이었다.

 

 

원래는 '오징어 게임'의 의미를 알려고 짚어든 게 맞지만

프랑스 심리학자의 해박한 통찰, 자신의 생각을 유려하게 글로 풀어내는 맛에도 제대로 빠져들었다.

 

가끔은,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우리나라의 것이니까 '우리'가 가장 잘 안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 현상은 더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었고

왜 전세계의 넷플 회원, 시청자들이 이토록 감동과 의미를 느꼈는지를 인문학의 눈으로 파헤치는 게 너무도 유용했다.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저 '국뽕'에 취하는 것을 넘어서

오징어 게임, 이라는 9부작 드라마가 어떻게 현재의 사람들의 심리를 관통하였는지,

그것이 대중문화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하나씩 짚어보는 소중한 기회를 책은 주었다.

프랑스 책에 선입견이나 거부감이 있는 이라도

한번 읽어 보시라, 자신있게 권할 수 있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칸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가 인정받는 게 그저 자랑스러움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줄 수 있다는 건

그들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지난 두 달여간 유희열 표절이 온라인과 문화계를 흔든적이 있었다. 그저 속 상하기만 했었는데,

이걸 발판으로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반성할 건 반성해야 겠다는 생각.

 

이제 대중문화, 드라마, 영화는 더 이상 일방적일 수 없고

서로 교류하고 대화하면서 이루어지는 시대라는 걸

다시금 느껴보았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책 중 에서

드라마의 중심에서 가장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노인 일남과 번쩍거리는 동물 가면을 쓴 VIP 집단은 지긋지긋한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만의 맞춤식 서커스를 즐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그 즐거움을 지속시켜 줄 무언가를 기대하며 수십억 개의 데이터, 공연, 노래, 개그, 돌아서면 잃어버리고 말 분노를 인터넷상에서 찾아 헤매지 않는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역시 오징어 게임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잔인하지 않은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게임은 훨씬 더 사실적이고 노골적이며 현실적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펼쳐지는 각종 불공정의 끝에는 정의가 기다리고 있다. 냉소주의는 힘을 쓰지 못하고 결국 쓰러진다. 정의 구현을 바라는 마음은 결코 헛되지 않다. 비록 가상의 세계지만, 어쨌든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끝내 보상을 받는다.

 

가면 너머로, 피투성이가 된 얼굴 너머로 어김없이 드러나는 끔찍하면서도 경이로운 인간의 복잡성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해본다.

그것은 인간 보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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