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cooool

〈별일 있는 미국〉김태용 저

사나예 2022. 6. 11. 22:30

 

 

누가 내게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좋아하지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라고 답할 것이다.

 

학창시절 미국식 영어를 배워서 지금 구사하는 영어가 미국어이고

팝송과 헐리웃영화를 듣고 보며 자랐지만

어른이 된후 알게 된 미국은, 꽤나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을 얼만큼 아냐?’는 질문에는 어떨까.

본서 <별일 있는 미국>은 미국에서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가 미국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흥미롭게 풀은 에세이다.

 

커다란 대륙이고 패권이 있는 미국을 그저 ‘우러르는’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저자 김태용은 미국을 ‘경험해 본 이들’ 중에 이런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고 한다. ‘내가 미국 겪어봤더니 별 거 아니던데.’ ‘미국, 별 거 없어요’ 라고 단언하는 사람들. 태도의 거만함은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뭔지, 나 또한 궁금해졌다.

 

김태용은 말한다.

미국에 치부가 있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별 거 없는 나라인 것도 아니라고.

 

 

 

 

문만 잡으면 뒤를 살피는 미국인

 

도어 홀드 Door hold 라는 말이 있다. 어떤 건물 입구에서 뒤에 누가 올 때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문고리를 잡고 기다려주는 행위를 말한다.이런 사람을 ‘도어 홀더’라고 한다.

 

미국인들에게는 도어 홀드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1~3m 정도의 간격울 두고 있을 때 이렇게 도어 홀드 해주는 친절을 받는 것은 소소한 듯 행복함을 전한다고 하는 저자.

 

웃지 못할 이야기도 부언했는데 그 부분이 재밌다.

5m가 넘는데 저 멀리서 미국인이 문고리 잡고 있을 때는 난처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또 드물지만 10여m 거리에서 누가 도어홀드 해서 아이들과 뛰어갔는데 더운 여름에 매우 곤란했던 적도 있었다고.

 

예외적인 상황들을 빼고는, 도어 홀드 문화는 작지만 이웃들을 배려하는

미국의 배울만한 문화라고 느껴졌다.

 

미국에는 고아원이 없다

 

여러 이유로 부모의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 그들을 기르는 고아원이 미국에는 없다고 한다. 시설에서 여러 아이를 일괄적으로 보호하게 하지 않고 ‘위탁 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정 폭력, 알콜과 마약 중독된 부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위탁 보호 제도를 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등 지금 유명한 사람들 중에 어렸을 때 위탁 보호제도를 받은 적이 있는 이들이 여럿임을 처음 알았다. 그만큼 ‘위탁 가정’은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제도에는 항상 맹점이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법과 제도도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에 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악용하는 어른들에 의해 위탁 아동이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도 빈번하다.그럼에도 미국은 보육원 보다는 이 쪽을 택해 실시하고 있다.

 

 

 

투 잡 뛰는 미국 교사들

한국의 취준생이나 미국의 그들이나 치열한 구직난에 고민하는 청춘들은 동일하다.

그런데 선망하는 ‘직종군’을 보면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의사 등 전문직에 대해서는 같았으나 ‘교사’와 ‘공무원’에 이르면 천양지차라는

김태용 작가.

교사와 공무원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인기 직종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직업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연봉,둘째는 일과 생활의 균형,셋째는 업무의 발전 가능성이다.

미국에서 교사직은 이 세 가지에서 한참 밀려나 있는게 현실이라고 한다.

 

공교육은 연방 정부에서가 아니라 각 주에서 90프로를 담당한다고 한다.

이것은 납세와 직결되는데 미국인들은 공교육 질 저하를 지적하면서도 세금 문제에서는 예민한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교육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교육에 예산을 주기를 꺼려하는 모습은 미국 교육의 민낯이다.

 

아마존은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아마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다. 김태용 저자도 미국 생활 2년 동안 아마존 덕을 톡톡히 보고 소비생활 대부분을 활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는 ‘아마존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건 바로 ‘독점’ 이었다. 심하게 얘기하면 ‘아마존은 소상공인을 잡아먹는 초대형 블랙홀’인 것.

 

연방정부는 반 독점법 Antitrust Law를 오래전에 제정해 시행해 오고 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만 맡겨 두면, 한 업계 선발주자의 독점은 더욱 공고해지므로 이것을 막자는 취지이다.

현재 진행형인 이 이슈는 앞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한, 미국적이면서도

자본주의적인 사안이었다.

 

 

 

 

이렇듯이 저자는 한가지 주제를 두고서 심도 깊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해설해주고 있다.

 

이번 책은 2018~2020년에 한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얼마전에도 칼럼을 모은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술술 읽는 가독성에서는 믿고 읽을 수 있는 장점이 확실했다.

 

다른 토픽들은 다음과 같다.

 

『나도 총을 가지고 싶어졌다』 『공짜로 빌려 쓰는 사람들』

『담배 회사의 깊어지는 고심 』 『30초간 아이를 혼자 두면 벌어지는 일』

『세계 1위 쓰레기 대국』 『노숙인이 보였습니다』 『화장지를 패닉 바잉 하는 이유』

『넷플릭스도 넷플릭스 당할까』 『사체 사진을 문자로 받았다』 『미국인의 양치를 대하는 자세』

 

어떤 이슈에서는 미국인들도 자기들끼리 ‘논쟁’할 만한 사안들인데

그렇다고 글의 소재로 삼아선 안 될 이유는 없어 보였다.

 

반대로 누군가 한국에서 2년 살고 한국은 왜 이럴까, 라는 책을 쓴다 해도

넓은 가슴으로(?) 받아줄 역량도 이제는 우리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라는 크고도 문제있는 나라를 사대주의로,비하와 폄훼로 보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고자 한 시선이, 책 전반의 기저에 있었다.

 

일반화의 오류를 최대한 피하고자 애썼고,

자신이 겪은 것을 바탕으로 자료조사를 뒷받침하여 생각을 풀어낸

재미있고 의미도 있게 읽을 수 있는 글 아니었나 싶다.

 

일독을 자신있게 추천해 본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