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cooool

그저 고요히 응시하는 것의 치유력 〈바라;봄〉포르체 펴냄

사나예 2022. 4. 23. 22:35

 

 

 

 

 

                                                가만히 본다는 것은 방관이 아니다.    (140쪽)


 

 

지난해 가을에 김혜남의 에세이를 즐겁게 읽은 적이 있다.

<바라;> 같은 직업을 가진 작가 김건종이  산문집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하는 의사이다.

 책은 구성이  산뜻해서 가독성이 좋았다.

김소연의 ‘마음사전처럼 한글 자음 초성으로 구성한 것이다.

 

 5개의 장은 

 살펴 , 이해해 , 사랑해 , 알아 , 바라 봄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래도 계절이 봄인데^^

책을 읽으며 계속 봄봄거리니 좋았다.

 

자음 ,   으로 시작하여  으로 끝마치는 단어들.

책의 표지에 부제로 적힌 것처럼

작가가 일상을 통해 자유롭게, 깊게, 재치있게 사유한 심리학들을 담은 책이다.

 

  『가로수

나무는 마치 우리 인간처럼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도 같은  없어서, 키도 다르고  가지가 갈라지는 높이도 다르고 꽃이 피는 순간도 어제오늘 아침저녁으로 다르다. 그렇게 각자가 고유한 생을 산다  14쪽

 

 나무에게서 사람의 어우러짐을 읽어낸 저자. 각자가 ‘고유하다 표현에서 사람들의 멘탈을 상담하는 이의 자세가 느껴진다.

 

  『가해자

피해자의 인생에 흉터로 새겨진  사건이 가해자에게는 과거의 일상  한순간일 뿐이고, 힘들다 하니 미안하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상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공감도 못할뿐더러 그러려고 하지도 않는다.

타인에게 감정을 쏘아낸  깔끔하고   내면을 유지한다. 자꾸 감정을 비워내다 보면 마음의 그릇 역시 작아져 점점 감당할  있는 감정의 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겉으로는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못하는) 대신, 빛나는 기쁨과 무거운 슬픔도 경험하지 못하며, 슬퍼할  없기에 사랑할 수도 없다.   20쪽  

 

김건종은 ‘가해자 내면을 분석하여 독자에게 전해준다. 이들이 특별히 ‘악해서그런 경우는 드물고 그들의 심리는 어떠하며, 어떻게 그렇게 무감각하여 잔인함에 이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고립

사람을 만나서 마주 앉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공감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과 고통을 듣는 일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받으려 돈과 시간을 내어 오지만, 동시에 자신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고, 오래된 감정이 흘러나올까 경계한다.

‘나를 이해해 주세요라는 초대와 ‘나를 알려고 하지 마세요라는 거부가 뒤엉켜 안팎으로 팽팽하다.    28쪽

 

  문장으로,나는 ‘정신과 의사 무슨 일을 하는지  핵심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직업이던 ‘특수한점이 있고 그걸 보통 사람들에게 간결하게 설명하기란 힘든 법인데, 저자는 문장력과 통찰력을 겸비한 뛰어난 작가이기도 하다.

밀당 극치인 ‘환자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계속해가는 .역시 아무나   있는 일은 아닌 같았다.

 

  『균형

하루하루의 일상은 균형을 잡는 일의 연속이다. 단호하게 무던하게 꾸준하게 뭔가를 하는 일에 서툴러 항상 진자처럼 혹은 팽이처럼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끊임없이 불규칙적으로 방향을 바꾼다. 송재학 시인은 “평정을 잃는 순간이란 바로  다른 질서 말했다.   37쪽

 

저자의 글편에서는 예술작품이 수시로 불쑥 등장한다.독자이자 영화덕후인 나는 갑자기 영화 얘기가 나올  너무도 반가웠다.

일말의 거리감을 두었던 것이 사라지면서 작가에, 글에  바짝 다가가는 순간들.

그저 ‘호기심 약간의 호의로 책을 집어들었는데 이런 희열을 선사받을   읽는 이유를 알게 되는  같다.

 

  『놀다

문득 놀면 되는구나, 깨닫는다. 놀면 되는구나. 기다리고 준비하고 맞이하고 그러는  아니라, 놀다 보면 생은 흐르고 끝날  되면 끝나는구나.

그것이 회피나 조적 방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구나.   61쪽

 

의사가  글이라고 해서 ‘심오하기만  거라는 선입견은 거두어도 좋았다.

유연하고 적절한 아재력도 보유한 작가의 글들이니 말이다.

 듯이 살아갈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덕업일치, 말이 바로 그런 원대한 로망을 담은 말일 것이다.

 

 

한글 자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생각’‘감정 번뜩이는 성찰들에 스며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순수한 우리말도 많고,

추상적인 개념을 담은 말부터, 주변의 사물들, 공간들,

소소한 감정부터 격렬한 감정까지를 돌아볼  있게 한다.

 

그냥 글을 차분히 풀어썼어도 재미있었겠는데

이렇게 흥미로운 구성으로 담으니 더욱 독서의 결이 풍성해질  있었다.

 

책의 소개 표현대로 「일상 속에서의 사유 심리학이라는 말이 딱이었다.

또한 ‘마음 사전이란 말도.

 

어느 때고, 떠오를  부담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책과 금새 통할  있는

<바라;> 이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우리는 유식한 사람을 부러워한다.지식은 권력 같은 거라서 박사님이라는 호칭이 붙으면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멋져 보인다.

하지만 유식만큼 무지도 중요핟. 미래를 모르니 설렘을 느끼고 희망을 느낀다. 상대를 모르니 사랑하고 신뢰한다.  자신을 모르니 성장하고 변화한다. 무지하기에 우리는 현재를 산다.  『무지』   108쪽

 

 

정보나 지식, 관념보다 손으로 사물을 다루는 요령을 배우는  점점  재밌다.

추상적 세계를 뇌로 이해하는 일보다 물리적 세계에 몸으로 참여하는 일이 점점  깊은 만족감을 준다. 『배우기 』   131쪽

 

성장 그리고 변화 같은 용어는 박해적일  있다. 사람들은 얼마나 경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변화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판단한다. 변화가 경험을 박해하는 것이다.

  『변화 135쪽

 

 

가만히 본다는 것은 방관이 아니다.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은 고개를 숙인다. 응시하지 않는다. 응시하는 것은, 담담하게 꾸준하게 고통을 바라보는 것은 그만큼의 힘과 결연함이, 대상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강하기 때문에 외면하지 않을  있는 것이다.  <보다141쪽

 

 

줄리언 반스는 이렇게 말했다.“사랑을  하고  괴로워하겠는가,아니면 사랑을  하고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순수』   161쪽

 

 

성공이란 단어를 이렇게 좋아하는 시대가 있을까? 실패를 이렇게 수치스러워 하는 시대가 있을까? 모든 인생은 결국에는 실패한다. 우리가  일은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기는 것이다. 『실패  175쪽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준 음악가들은 그러고보면 하나같이 유약했다. 글렌 굴드의 피아노,  베이커의 트럼펫, 앨리엇 스미스의 목소리.  자리를 탐했던 적이 있으나 그렇게 약할 만큼 강하지 못했다. 『약함 187쪽

 

 

삶이란 결국 잠들고 깨어나는 하루하루 일상의 열거가 아닐까.

평생 기억에 남는 소중한 날도, 어제와 다를 바없는 뻔한 날도 똑같이 스물네 시간의 비중으로 열거되어 우리 삶을 이룬다. 『열거 201쪽

 

울음을  가지로 나눠볼  있다. 자신의 내면에 접촉하여 슬픔을 흘려보내는 울음. 그리고 감정을 조각내고 방출하여 혼란스러운 내면을 비워내고자 하는 울음.

전자일  우리는 차분하고 평온해진다. 이상하게 충만한 상태에 잠시 머무른다.

  『울음 209쪽

 

 

세상 어딘가에 좋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 그늘까지 껴안는 사람이 상대를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 물론 그늘은 서로 껴안을 때만 껴안을 만한 법이라,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다. 『인연  220쪽

 

 

 식물은, 우리의 육체는, 그리고 정신은 무엇에 접속해 있는 것일까?

흙에 작은 자리를 만들어 뿌리를 심을  땅과 연결되듯,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무엇에 연결되어 아물고 치유되는 것일까?  『접속』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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