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말아톤

사나예 2022. 8. 21. 15:39

 

 

 

극장 상영 때 봤었고 이후에도 몇 차례 감상했지만

지난 5년여 동안은 안 봤던 영화.

 

작년부터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요 근래 보고 싶은 생각이 강렬해 플레이 했다.

 

 

와,

영화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느낌이어서 신기했다.

 

자폐 스펙트럼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일까,

오래전 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서 세련되게 다가왔다.

 

자폐인을 그린 영화들에서는 항상 부모 중에 어머님의 시선이 비중있게 그려졌었다.

며칠전에 본 홍콩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시점이 주되게 나와서 또 다른 뭉클함이 있었다.

 

<말아톤>을 다시 보니 김미숙 님 연기는 여전히 안정적인데

남편, 아버지 역 안내상 씨도 좋았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초원.

스무살에 마라톤을 시작했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무척 뛰어나다.

지금도 자폐인에 대한 인식은 일천한데, 2005년에 이러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게 참 대단하다.

 

조승우 배우가 지금도 동안이지만, 이 때는 정말 해맑은 인상이었다.

그는 많이 준비를 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하는데,

지금 보니 무엇보다도 '진심'이 올곧았던 게 신의 한수였다.

 

 

엄마로 나온 김미숙 배우가 남편 앞에서 말하는 장면이,

자폐 아들을 둔 엄마를 대변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초원이 어렸을 때 초원이를 버릴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던 엄마.

 

노력 한다고 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고

잘 키울 자신이 도저히 없었기에 그만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대목은 사회적인 경종을 울렸다.

 

왜 자폐인을 둔 가족이,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자폐라는 장애는 나라 차원과, 또 공동체에서 도울 일이지

결코 한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잘못'은 아닌 것이다.

 

한 편의 픽션 영화를 통해서, 완성도 있는 각본을 통해서

초원이와, 초원이 가족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하는 게

<말아톤>의 미덕 이었다.

 

 

그런데 그런 거 말고도 나를 뭉클하게 하는 씬을 발견했다.

분명히 봤었는데 전혀 다르게 새롭게 느껴진 장면.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고, 더이상 초원의 말아톤 뒷바라지를 하기 어려워진 상황.

초원이는 병원에 왔다가 바깥에서 비가 쏟아지자, 뛰쳐 나간다.

 

동생이 급하게 따라 나갔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속에 우두커니 서 있던 초원.

동생에게 말한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엄마가 아픈 것, 힘든 것을 이 장면으로 표현하는 연출,

조승우의 오묘한 연기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해주어 심쿵했다.

 

 

자폐인을 그리는 픽션에서

자폐인을 그저 '연민'어리게 보는 건 온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희노애락 감정이 있고, 변덕을 부리기도 하고,

사랑을 주면 그것을 모르지 않는 '존재'인 것을.

 

오래전 영화인 <말아톤>의 묘사에서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에 너무도 전율했다.

 

 

최근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우영우' 드라마를 나는 보지 않았다.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인 사람이 변호사가 되었다는 게, 실제적으로 와닿지가 않았다.

 

마라톤, 골프 같은 스포츠는 가능함을 알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의 라이센스를 딸 수 있다고?

이건 자폐인을 '존중'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게 아닐까.

 

다시 <말아톤>으로 돌아오면

뛰어난 시나리오와, 조승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선하고도 현실적인 연기가

어우러져서 완성도를 이루어냈다.

 

 

 

흔히들 말한다.

정신장애, 자폐에 대해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그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 그래서도 안 될지 모르겠다.

 

인식, 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매체가

영화라는 걸

<말아톤>으로 다시금 느낀 오랫만의 감동이었다.

 

음악 OST도 정말 너무 좋더라!

이렇게 좋을 일인가.

마치 초원이가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음악이 대신해 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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