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끄러지는 말들〉타인의 사유

사나예 2022. 5. 22. 22:36

 

 

 

 

   한국인들은 어떤 말들을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거대한 산맥과 평야를 이루고 있는 것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이다.   (74)

 

 

훈민정음 윷놀이라는 게임이 있다.

윷놀이 경기를 하는 동안 ‘영어쓰면 벌칙을 받아 진행되는  일컫는다.

이걸 하면 평소에 얼마나 영어를 많이, 아무렇지 않게 썼나를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경기 자체가 커다란 웃음을 준다.

 

그런데  ‘웃김 어디서 오는 걸까.

<미끄러지는 말들> 은 진지한 책인데,  이유를 알게 했다.

 

평상시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 생각할 필요성을  느꼈던

한국어에 대해서 사회언어학자의 시선으로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의 ‘문제의식부터 너무도 신박했다.

저자는 ‘제주도 출신으로 대학 진학  처음 서울을 와서 생활을 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이후 대학교교수가 되셨는데

이러면서 겪은, 크고 작은 생각들로  책은 시작한다.

지금은  다르겠지만

이전에만 해도 ‘제주도 출신이란 뚜렷한 핸디캡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주류이기 때문에 ‘기득권 예리하게 관찰하는 눈이 길러질  있었다.

 

저자는  궁금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서울 가면 빛의 속도로 ‘서울말표준어를 구사하는가.

 

또한,같은 지방 사람들이라도 남성보다 여성들이 월등하게 ‘표준어 빨리 완벽히 익히는데  이유는 뭘까.

이런 것들을 지적하는데 나도 소오름이 돋았다.

대학  만난 친구들 생각해보면 정말 저러한 지적이 정확하고 빼박이었던 거다.

 

방송같은 인기 매체에서 ‘경상도 사투리 구사하는 연예인들이  있었다.

심지어 유행어도 있어서 ‘머선129’ 같은 말이 일상생활에서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전라도  유행어 같은  거의 없을까.

 

저자는 이를 언어의 위세라는 관점으로 파악해 독자에게 해석해준다.

 

경상도나 전라도나 제주도나, ‘지방언어임은 같은데

사회의 각계에서 ‘출세 이들의 비율에 경상도인이 현저히 많고

경상도사투리를   이들이 서울 상경했을  굳이 언어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는 거다.

 이는 지역 감정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고 

사회언어학 적인 연구를 통한 저자의 통찰이었는데

읽어 보면 매우 수긍을 하게 된다.

 

 

 


 

 

 

 책은 한국일보를 비롯하여 저자가 지난  년동안 언론 매체, 학계 잡지, 논문 등에 발표하여 수록된 에세이들을 모아 펴냈다.

칼럼들도 많은데 오랜만에 촌철살인의 칼럼 읽는 맛을 느껴서 지적인 쾌감이 상당했다.

 

한국어, 「우리말이란 것에 대해서 넓고 깊고 색다르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던져준다.

고정관념, 선입견, 왜곡된 개념이 의외로 우리에게 많았음을 알게 된다. 나부터 그렇고.

 

순수한 우리말을 쓰도록 하자 개념에 대한 것도 그러했다.

외래어를 무조건 배격하는  옳은 건지, 대해서도 언어학을 통해 알게 한다.

 

언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말도 과거로부터 축적된 언어 생활의 산물이다.

영어를 쓰지 않는  우리말을 지키는 거라는 단순한 주장에는 오류와 무성의함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언어는 문화를 형성하는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매개체임을 새삼 깨달았다.

 

한반도에 살며 ‘한국어 쓰는 공동체라고 해서  같은 ‘언어 생활 하고 있는  아님을 배웠고,

언어를 통해 ‘위세 만들려는 권력 의지란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 그렇게 민감할 필요있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에 대한 반론으로  책을 전달해도  것이다.

 

무슨 표현을 일일이 ‘검증해보고 쓰라는  아니다.

책을  사람이 전공자이기에  세심한 점도 있을 테다.

그러나 나는  책의 ‘문제 제기 집필 동기에 공감했다.

 

왜곡된 생각을 언어로 유포하는 일에 동참하지는 않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글에 귀기울여  이유가 있었다.

 

 

 


 

 

 

한국말. 모국어이기에 미처 세심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하여,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학문적으로 고찰한 저자의 생각 모음.

진지하기만   아니고 유연하며 재치있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어떤 새로운 표현과 ‘신조어 거저 생겨나지 않고,

사람들의 무의식, 특정한 무리들의 의도적인 기획이 개입한 것임을 알게 

통쾌한 깨달음을 주는  <미끄러지는 말들> 이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에서

 

고무 다라 라는 말은 부끄러운 말도 오염된 말도 아니다.  못나고 세련되지 못했지만 고무 다라는 우리의 일상과 함께하는 말의 요정일 뿐이다. 우리의 진짜  속에는 이런 요정들이 함께 한다. (37)

 

욕망은 다양하다. 그리고 복잡하다. 우리는  욕망을 언어로 만들고, 이를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 사회를 만든다. 신조어를 들여다보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우리들의 욕망이 읽힌다. (45)

 

사람들은 죽어 가는데, 자유니 민주니 국민이니 세상의 온갖 좋은 말들을 돌리고 돌려쓰는 저기 여의도 모래섬 위의 사람들은 사람을 살리는 문장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한다(50)

 

이제 승리에 취한 이들은  꼬마 인디언 노래처럼  광장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하나씩 사라지게  것이다 (70)

 

이름 붙일  없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며, 그곳이 여전히 식민지임을 보여 주는 증거다.예컨대 5·18 ‘80년대 무슨 사태라고 말하며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은 적극적으로 광주의 기억을 은폐하고 억압하는 행위이다.  (78)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가짜에 물들어가는  세상이  다른 지옥을 불러오지 않을까 두렵다. 그래서  두려움을 이겨보고자 조용히  다물지 못하고 이렇게 금지된 글을 쓴다 (100)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그랬듯이라는 밈이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이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면서 하는 말이다.그러나 지금처럼 혐오의 헛소리가 활개를 친다면 나는 비장하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같다.

한국 사회는 결국 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말은 그러니까, 질문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답을 찾나?  (114)

 

인간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세상을 구분하고 범주화한다. 우리는 범주를 통해 세계를 경험한다. 그리고 어떤 범주는 우리를 살게 하지만,  다른 범주는 우리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126)
 

교실이든 화면이든 만나는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번을 만나도 공동체와 함께한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만날  없잖아 느낌이 중요해 그렇게 생각한다 (163)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다.“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헌법재판관의  한마디는 살아있는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이렇듯 말은  행위이며  행위들은 모여서 사회를 주조한다. 다만 말이 행위가 되기 위해 충족되어야  조건들이 있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말하는 이의 자격이다.   (206)

 

온전한 공통의 감각이란 가해자를 가해자라고, 학살자를 학살자라고 말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라는 이들은 그나마 회복되고 있는 우리들의 공통의 감각을 다시 혼란 속으로 밀어 넣으며 희생자를 끊임없이 가해하는 모욕의 체계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2021 오늘, 나는 생각해 본다. 우리는  세계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 전두환이 만든  지옥, 용서가 불가능한 세계로부터. (224)

 

인간은 말해지지 않은 것의 의미를 알아내며, 심지어 다르게 말한 것의 의미도  나름대로 정확하게 파악해 낸다. (230)

 

MBTI 인기 있는 이유는 유형을 규정하는 ‘논리적인 사색가 같은 표현들이 ‘A B이다라는 은유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16가지 기성품 자아들 중에서 ‘ 없다.당신들의 자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239)

 

순수한 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기, 글쓰기는 인간이 수행하는 사회적 행위이다.

언어에서 ‘관계 제거하고 순도 높은 결정체를 추출하는 것은 불가능핟.

사람들 간의 관계, 사람들이 세상과 맺는 관계,  모든 관계 사이에 언어가 있다.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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