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세

굿 바이

사나예 2019. 11. 27. 20:37

 

 

김교수 라는 닉네임의 저자가 집필한 <굿바이 일본>을 읽었다.

 

지난달에 호사카 유지 교수님이 쓴 책을 읽으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일본의 실체가 완연하게 이중적이었고 정치 상황이 암담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 작가는 사이타마현의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고 도쿄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사업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뼛속들이 경험한 일본과 일본인.

이를 빼곡한 책에 새겨 담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 일본인을 뭉퉁그려 말하는 서사를 그렇게 달가워하지는 않아 왔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책은 꼭 필요했기에 읽은 거였고 일본 뿐 아니라 한 나라를 단일하게 규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좀 위험해 보였다.

 

허나 <굿바이 일본>을 읽으며 그 생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적어도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책이나 영상 등의 작품으로 파헤쳐볼 만하다고 여겨졌다.

 

일본에서는 원래부터 혐한 서적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10여년 동안 아베 신조가 정치를 장악하면서 그 현상은 더욱 강화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쿄 대도시 어디를 가나 대형서점에서 혐한 서적 코너는 당당히 있다.

어디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니라,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면서 일본 출판업계의 효자 상품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저자 김교수는 정말 제대로 작심을 하고 일본을 비판한다.

일본이 깨끗해서 좋다?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

바깥에서 외국인이 갖는 이러한 ‘통념’들은 저자의 파헤침을 통해서 와장창 부서진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할 점인 ‘일본의 기술력’도 낱낱이 고찰하고 있다.

 

 

2019년 7월 1일에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정부는 침착하게 대처해 나갔고 일반 국민들은 뜨겁고 가열차게 행동을 개시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신중론’이 한 쪽에 있었음을 또렷이 기억한다.

정치와 경제는 다른 거다. 아무리 그래도 경제대국 일본인데, 그들과 단절을 하는 것은 우리가 손해다. 이러한 논리로 일본 편을 드는 무리(!)가 있었다.

 

김교수에 따르면 이는 여전히 한국을 낮게 보는 자기 비하거나,

-사실 이게 합리적 의심인데- 매국 친일파의 논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편으로 이번 기회에 아베에게 고마워할 것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산업계 전반에서 여전히 일본 소재와 부품, 기술을 쓰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신중론 주의자들은 우리가 일본과 경제 단절을 하면 우리나라가 엄청난 손실을 입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그럴까?

 

김교수는 결론부터 말하며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물론 김교수가 이 분야의 유일한 전문가는 아니므로 <굿바이 일본>에서 주장하는 부분들이 불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폭넓은 시선과, 쓴 맛 제대로 보면서 경험한 일본의 실상 實狀은 설득력이 상당히 강력했다.

 

의문의 1승이라고 할까?

알고보면 부실하고 기형적인 사회를 듣다보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좋아지는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일본에 살다가 언젠가 우리나라 일산을 찾았던 김교수. 유명 패션몰인 라페스타를 간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에 쓰레기 더미가 있고 전단지가 뒹굴고 있는 걸 보았다.

그런데 그런 모습에 오히려 정겨움을 느꼈다고 한다. 읽다가 피식 웃었다. ㅎㅎ

 

일본에서는 꼭두새벽부터 집앞을 청소하면서 티끌 하나 없이 청결하게 하는 문화이다.

일본에 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저자도 일본은 청결을 참 사랑하는구나, 청소 오타쿠 려니 좋게 여겼다.

 

하지만 그들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보이는 것에 연연한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인이 남에게 간섭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고 여겼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은근하고 집착적으로 타인을 의식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 일본인들이 교육에서 주안점을 두는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이게 뭐가 나쁠까 싶기도 하다. 허나 곧 그 실상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자립적,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일생일대의 목적이 ‘남이나 주변에 피해를 안 끼치는 것’인 사회는 상당히 이상한 것이었다.

 

이게 왜 웃긴가 하면, 남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모든 게 오케이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보여지는 것’이 그렇게 무난하기만 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도 된다.

 

세계 어느 나라나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은 있지만, 유독 일본이 겉과 속의 격차가 심대한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본 리뷰어는 막 일본을 숭상 崇尙하는 부류도 절대 아니고, 몇 가지의 미덕 정도는 인정하던 평범한 관점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그 몇 가지의 남은 일본의 좋은 점조차 이 책을 통해 허울뿐인 허상이 많다는 걸 알고 자못 충격을 받았다.

 

책 프롤로그부터 저자는 입장을 피력하고, 끝 단락에서 자신의 집필 의도를 분명히 한다.

 

일본을 무분별하게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며 이른바 국뽕에 취하자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일본에서 외부인인 한국인으로서 살면서 깊숙이 발견한 일본의 모습이 있었다.

리얼하고 처절하게 경험한 실상을 빠짐없이 전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호사카 유지의 제언들을 대할 때도 그랬지만

<굿바이 일본>을 읽으며 우리나라 한국이 대단히 엄중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영문도 모르고 공격을 받은 지난 몇 개월은 어리둥절의 연속이었다.

사실 기분이 나쁜 것과 별개로 「일본이 왜 저러지?」 싶은 마음 또한 컸다.

김교수 저자의 글을 통해 파악한 일본은 무척 심각한 위기였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서 일본은 파산 직전의 모습이라고 저자는 진단하였다.

 

거기에다가 노예 근성을 가르치는 교육(역사는 왜곡),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문화,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뿌리깊은 구조까지.

 

일본이 메이지 유신으로 국가를 환골탈태하고, 이후에 근대화에 성공하여 유럽같은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하였다.

근본적인 모습에서 일본은 10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에게 일본이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만화로 일본의 문화는 멋지고 재미있게 포장이 되었다.

 

일견으로는 그렇게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래서 지난 1980년대 90년대에 일본의 대중문화는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 내면에 깔린 문화를 살펴보면, 일본의 문화에는 그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부정적인 점이 많다는 걸 저자는 조목조목 밝힌다.

이제 더 이상 일본의 대중문화는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린하우스 출판사, 김교수의 <굿바이 일본>.

무척 충격적인 비판을 담았지만 저자의 경험을 근거로 하여서 설득력을 갖췄다.

 

일본과 일본인의 실체를 바로 알고,

이제는 더 이상 겁내지 말고 그들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대응할 때인 것 같다.

 

다만, 가끔씩 미국이 일본을 지지해서 우리 힘으로는 벅찰 때가 있는 건 좀 우려되긴 한다.

 

이래저래 우리는 정치와 경제부터

외교, 국방, 대중문화까지

실력을 키우는 것 밖에는 길이 없음을 책의 저자는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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