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시간이자 성찰의 시간

최강의 영향력

사나예 2019. 10. 22. 23:16



 



 

사람은 결정을 내릴 때 많은 요소를 종합하여 내리고자 한다.


두뇌의 지능, 마음의 감정, 축적된 경험, 주변의 의견, 언론과 인터넷이 판단의 주된 잣대이다.


 


뇌 과학과 심리학을 연구하는 탈리 샤롯의 <최강의 영향력>.


이 책은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를 탐구한 인문과학서이다.


과학이 밝혀주는 것들을 통해서 독자는 무엇이 영향력인지를 파악하고, 자신의 실제 삶에서 상대를 사로잡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8개의 챕터를 통해


선입견, 감정, 인센티브, 권한, 호기심, 마음의 상태, 다른 사람들, 영향력의 미래를 살핀다.


    


 



 


 

책의 심리학자들이 다루는 문제들은 해결이 좀처럼 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난제 라는 말이 딱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곤란하고 애매한 문제들을 잘도 모았는지.


하긴 심리학이 그래서 존재하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일상에서 현실에서 인생에서 쉽게 단정내릴 수 없는 사안들에, 심리학이 어떤 도움말을 주기를 사람들은 기대할 것이다.


 


처음에 등장하는 사례부터 흥미진진했다. 델마와 제레미아는 행복한 부부다. 거의 모든 면에서 서로 일치하거나 대화가 통하고 존중하고자 한다.


그런데 딱 한가지 사항에서 둘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자녀 교육과 관련된 것.


아이를 낳아서 키울 때 어느 지역이 더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프랑스 태생인 델마는 프랑스라고 확신하고, 미국 본토박이인 제레미아는 미국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읽으면서 처음에는 애교스런 사랑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에서 두 사람은 프랑스 부심, 미국부심을 뽐낸다. 그런데 대화는 점차 열띤 토론이 되고, 아이가 교육받기에 적합한 곳이 프랑스인지 미국인지 평행선을 달린다.


신기한게 제3자로서 보는 나도 두 사람이 다 맞게 느껴진다는 거였다.


 


유럽의 문화와 전통의 많은 유산이 있는 프랑스를 내세우는 델마,


건국부터 자유를 토대로 탄생하여 정치와 경제를 이끌어온 미국에 자부심을 갖는 예레미야.


둘의 논쟁은 온갖 증거들이 등장하였지만 끝내 타협을 찾지 못한 채 일단락 되었다.


 


저자가 이 예시를 통하여 말하는 것은 분명하면서 신박하게 다가왔다.


자신과 매우 상반되는 상대와 논쟁을 할 때 흔히 갖는 생각이, 어떻게 정당한 논리를 전개하고, 얼마나 증거를 많이 제시하는가가 승패를 나눌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샬롯 교수의 결론이었다.


 


교육환경에 적합한 곳이 프랑스냐 미국이냐를 비롯하여, 총기 규제를 하는 게 맞는가,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가 같은 문제들이 첨예한 사안들이다.


예방접종은 이 책으로 처음 들었는데 미국에서 떠오르는 이슈라고 한다.


태어난 아이에게 종합 백신을 맞게 하는데, 90년대 후반에 한 연구진이 이 종합백신이 치명적인 위험이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발표는 화제를 일으켰다가 몇 년이 지나고 학계를 통해 반박이 되어 조용히 사라진 바 있다.


 


그런데 요는 사람들이 과거의 그 발표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터무니 없어 보여도, 적잖은 부모들이 아기에게 예방접종 하기를 거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꾸준히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미국에서 아기들이 접종을 받지 않아 홍역을 치르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듯이 사람들이 갖는 선입견은, 그들이 많이 교육을 받은 계층이거나에 상관 없이 강력히 작동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앞서 델마와 제레미야가 끝내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건,


서로가 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논거들을 찾아서 들이밀면서 오히려 자신의 처음의 믿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즉 미국이 아동교육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그 명제에 걸맞는 논거들만을 찾고, 프랑스가 교육에 최상이라고 여기는 이는 그 의견에 부합하는 논거들만을 찾게 된다.


교육이 아닌 다른 민감한 분야에서도 이러한 식의 과열된 논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탈리 샤롯은 제안한다. 이런 경우에 정말로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자신의 논거만을 세울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먼저라고 말이다.


 


자신의 논거가 아무리 합리적이고, 더 인정받고, 심지어 학문적이라 해도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자기 논거를 그렇게 여기기 때문에 결코 설득할 수가 없을 거라고 한다.


 


상대방의 기존 견해는 무엇인가? 그들의 드러났거나 잠재된 동기는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엄청난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더더욱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태에서 소위 말하는 신념은 이제 거의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다른 신념, 욕구의 네트워크와 얽힌 상태로 존재한다.


상대의 기존 관점을 고려하면 자신에게 합당한 방식이 아니라, 상대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논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자신이 옳고 상대는 틀렸는지를 설명하는 증거를 끊임없이 들이미는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외면하거나 맹렬하게 반증을 찾게 한다.


 


따라서 정리하면,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나와 상대의 공통의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후에는 감정을 사용하여 자신의 메시지가 제대로,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해야 한다.


 


탈리 샤봇은 이처럼, 사람들이 갖는 스테레오 타입의 생각과 태도를 분석해 들려준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이 많이 깨어졌고, 허를 찔리는 기분을 자주 느꼈다.


심리학 실험, 조사, 연구들을 통해서 저자의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18세기의 제레미 벤담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지배하는 두 가지를 고통과 즐거움이라고 규정했다. 탈리 샤봇은 이를 확장해서 즐거움과 고통이 사람들을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즐거움, 긍정적 감정은 물질적 보상, 애착, 인정, 존경, 희망 등이다. 사람들은 이것들에서 자극을 받고 존재감을 형성한다. 또한 신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있을 때 동기 부여를 받는다. 질병과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소유물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유도할 때 보상(당근)을 제공하거나, 반대로 손실(채찍)을 경고하는 것은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누군가가 신속히 행동을 취해주길 원한다면, 채찍보다는 보상을 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의 관계에서 그러하고, 사회와 전지구적인 문제에서도 보상과 손실은 작용한다.


질병의 확산, 금전 손실, 체중 증가, 학업 실패, 지구온난화 등의 경고성 위협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그런 위협들이 모두 불확실한미래의 채찍이기 때문이다.


중대한 미래의 피해가 즉각적이고 확실한 사소한 보상보다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확고한 제한 시간, 부정적 피드백, 위협이 명확하고 즉각적일지 몰라도,


마찬가지의 즉각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보상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우리 두뇌의 진행회로가 행동을 동반한 쾌락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협, 경고의 효과는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여전히 이쪽을 선호할까? 저자는 고민했다.


저자 또한 제자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job을 얻을 수 없을 거라고 경고를 하고,


딸아이에게 따뜻한 외투를 입지 않으면 감기에 걸린다고 경고하곤 한다는 것.


 


우리의 뇌는 절망적인 상황을 시각화하고 그 암울한 예측을 공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저자는 단언한다. 이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런 본능을 극복해야 하고 대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부각시켜야 한다.


외투를 입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거야”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직장을 얻게 될 거야라고 말해야 한다는 저자.


 


경고하고 위협하는 것은 사람들의 통제력을 제한하는 데 반해,


보상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강조하는 것은 통제력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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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권한 편을 통해서 저자는 통제력을 갖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영향력인지를 고찰했다.


사람들이 통제력을 행사할 때는 만족감이라는 내적 보상을 받고, 통제력이 없을 때는 불안감이라는 내적 처벌을 받는다.


 


이러한 본능 때문에 많은 이들이 통제에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되고 집착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통제에 대한 갈망에도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그것이다.


 


가끔은 느긋하게 물러앉아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여객기에 대한 모든 통제권이 기장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은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라는 저자.


만약 비행기에 대한 통제권이 기장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곧 죽은 목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에 관한 의사 결정은 수년간 의학 교육을 이수하고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은 의사에게 맡기는 게 최선이다. 현금은 매트리스 밑이 아니라 은행에 보관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생산성을 저하시키며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지 모름에도 다수의 관리자들이 팀원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할 필요를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제권을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영향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을 극복하고, 대신 선택권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통제권을 내주는 것은 강력한 영향력 행사의 도구라고 샤롯은 확언한다.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계획서를 작성하게 하면 학습에 흥미를 느낄 확률이 커진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고객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회사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자발적 동기부여가 가능해진다.


 


직접 창작하기의 촉진은 사람들을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며 성공적이게 만들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통제권을 제공하는 것,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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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을 통해서 사람들이 무엇에 호기심을 갖는가를 영향력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아주 중요하다.


즉 지식산업 사회 시대에 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사람들은 희망을 주는 정보는 취하고 절망을 주는 정보는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보는 사람들의 믿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믿는 것은 그들의 웰빙에 영향을 끼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당신이 수행하는 일이 과연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일인가 라는 것.


 


당연해 보이지만, 이 점을 놓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안전 수칙 절차를 만들었거나, 유방암 유발 유전자 식별 방법을 개발했거나,


몇 주에 걸쳐 동료가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했다고 해 보자.


 


이러한 일들에서 당신이 아무리 철저하게 일을 수행했다고 해도, 만약 그것을 누구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난감할 것이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사람들이 이 일을 알고 싶어하는가, 라는 것.


 


또한 작가는 첨언하여서 조언한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중시하라고 해서 이것이 감언이설로 타인을 현혹시키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이다.


예를 들어, 다른 누군가의 작품을 비평해야 한다면 비평의 강도를 낮추기보다 문제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작품의 문제점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호평을 받기 위해 고쳐야 할 점의 관점에서 말하는 것과 무능의 관점에서 말하는 것 가운데, 어떤 것에 상대가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암 발병 유전자를 식별하는 검사는 언제 죽을 것인가의 측면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해야 효과가 있다.


비행 전 안전수칙 동영상에서는 목적지의 밝고 희망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야 효과를 거두는 것처럼.


 


이어지는 챕터에서 탈리 샤롯은


스트레스는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어떻게 극복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


만장일치는 실제로 만능인지, 영향력의 미래상은 어떠할지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이고 식상한 것들 속에서, 조금만 변화를 주면 어떤 영향력을 일으키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심리학과 뇌 과학을 통해서 깨트리게도 했다.


 


사소하지만 작은 변화들을 이어갈 때, 커다란 진보와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