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
어떤 작가는,
그 대상을 알기 전과 후의 자신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제임스 해리엇의 <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가 바로 그러했다.
여러 가지 코드가 내 취향이어서 기대를
하긴 했다.
영국의 소설,
시골과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2차대전 직후의 시대.
처음의 에피소드가 소소한 웃음을 주면서
이야기는 기대감을 잔뜩 증폭시켰다.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저자의
경험담이 많이 투영된 작품이다.
요크셔 지방에서 시골 수의사로 일한
작가의 이야기라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한편의 영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에
마음이 훅 빨려들어갔다.
저자의 문체나 기법이 전문 작가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만의 전문적인 영역에 기반으로 했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다.
시골에서,
서로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들.
수의사와 농장주,
동물 주인의 관계는 서로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한 동네를 배경으로,
똑같은 수의사 일을 이야기하지만 어느 하나 지루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가축을 키우고 농사와 낙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순박한 이들의 이야기가 저자의 시선을 통해서 깨알같이
펼쳐진다.
고집을 부려서 수의사들을 힘들게 하는
캐릭터도 있고,
해리엇의 치명적인 실수를 너그럽게 넘긴 대인배도 있다.
해리엇의 글은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그 사이에 영국의 수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했다.
신약,
주사,
치료법 등이 새로 나와서 수의사는 조금 더 편하게 동물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해리엇과 동료들이 동물을 치료하면서 갖는
태도가 참 감명깊었다.
사명감을 갖고 책임을
가지면서,
무조건 편리한 방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들.
동물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소탈하게
표현된다.
동물에 대해 세심하게
표현하고,
죽기 직전의 가축을 살려냈을 때 보람을 말하는 작가.
생명체에 대한 존귀함을 갖고서 자신의
일에 임하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마음을 촉촉하게 한다.
인간의 병원에는 응급실이
있듯이,
수의사는 휴일이나 일요일에도 언제나 대기해야 했다.
아내가 해준 특식을 눈 앞에 두고
아쉬워하면서도,
왕진하러 후다닥 나서는 모습은 웃음이 나면서도 짠했다.
그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의사로서 권위를 세우는 직업도 아니었다.
동물과 가축을
돌보고,
그들의 주인인 사람들을 돕는 수의사의 모습은 하나의 직업으로써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는 수의사에게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을
빨리 맞고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암소가 일어나서 전혀
다리를 절뚝거리지 않고 풀밭을 어슬렁어슬렁 걸어왔을 때 찾아왔다. 나는 전에도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새롭고 따뜻한 승리감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 p.55)
오래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리엇의 이야기들은 어느 하나
동어반복이 없었다.
안심했다 하는 순간에 새로운 사건이
벌어져서 진땀이 나기도 한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보하기
위해서,
어려운 난관을 만나도 피하지 않고 도전하기도 한다.
도시,
현대의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들 사이에서 시골의 수의사의 지난 이야기는
오히려 신선했다.
이 작품이 영드로 제작된 이유를 알 것
같다.
과거와 시골이
배경이지만,
모든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고,
어떤 일들은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친다.
작가 해리엇의 시선으로 표현되는
이야기들은 생동감이 있고,
교훈이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영국식 개그 같은 이야기는
영국 코미디 같아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영국 소설.
정말 좋다.
반했다.
앞으로도 나올 시리즈가 있다는데
기다려진다.
reviewed by As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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