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헨리 나우엔 <삶의 영성>

사나예 2018. 8. 20. 00:18

 

 

『우리는 소속감과 소통과 편안한 마음과 안전을 원하는데, 그중 어느 것도 우리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갈망이다. 우리의 전 존재는 다른 지성적 존재를 갈망한다. 우리 마음은 하나님의 마음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

( p.35)

 

헨리 나우엔. 캐나다의 발달장애인 공동체 「라르쉬」에서 살면서 사역을 한 기독교 영성가이다.

그를 안지는 10년이 넘었고 가끔 이런 저런 통로로 저술, 강연을 접했었다.

그러다가 요 근래 영적인 갈급함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구해보게 되었다.

 

나우엔의 저작들은 모두 굉장히 간명한 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형식 상으로 책의 개개의 분량이 길지 않다. 그러나 그 내용의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기대도 하고 각오도 했는데 이 책을 처음 펼친 날 그 울림에 책의 앞부분만 읽고 음미해야 했다.

 

그러다가 어제 다 읽게 되었다. 카페에서 읽다가 왈칵 눈물이 나왔다.

아, 이런 거구나. 헨리 나우엔의 영성과 그에서 비롯된 글의 감동이. 깊이가.

 

책의 제목은 《삶의 영성 A Spirituality of Living》.

저자는 세 가지로 영성을 설명하고 생각을 전개한다.

고독 Solitude, 공동체 Community, 그리고 사역 Ministry 이다.

 

1장 고독의 제자도 -하나님과 단둘이 있는 영성.

 

나우엔은 말한다. 고독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만날 뿐 아니라 자신의 참 자아를 만난다, 라고.

처음에 이 문장을 눈으로 보고 읽으며 충격을 받았었다. 맞다, 이게 진실이었지 하는.

 

영적 삶은 훈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영적 삶에서 훈련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도 참으로 정확하고 사이다였다.

『영적 삶에서 훈련이란 “하나님이 활동하실 수 있는 공간을 내려는 노력”을 뜻한다.』

 

이는 누가복음 6장 12~19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밤에 시작되어 아침을 거쳐 오후로 이어진다. 먼저 예수님은 하나님과 더불어 밤을 보내셨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사도들을 불러 공동체를 이루셨다. 오후에는 사도들과 함께 나가서 말씀을 전하시고 환자들을 고치셨다.

 

『고독이 먼저이고, 공동체가 다음이고, 사역은 나중이다. 밤에 고독이 있고, 오전에 공동체가 있고, 오후에 사역이 있다.』

( p.29)

 

예수님을 믿는다는 건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친밀하고 충만하고 전인적인 교제를 믿는 것이다.

예수님은 가장 친밀한 그 교제에 우리를 끼워주기 원하신다. 그래서 우리에게 성령을 주셨다. (요 16:7)

 

예수님처럼, 우리도 하나님과 단둘이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져야 한다.

기도란 하나님의 음성을 내 존재의 중심으로 듣고 내 삶 전체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사랑받는 존재다.’

존재의 가장 진실한 심연에서 그 음성을 붙들어야 한다. 

 

『부모나 형제자매나 교사나 교회나 세상 어느 누가 우리를 사랑해주거나 상처를 입히기 오래전부터, 누가 우리를 거부하거나 칭찬하기 오래전부터 “내가 영원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기에” (렘 31:3) 라고 말씀하시는 그 음성은 늘 있었다.』

( p.47)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생각은 나의 마음이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훨씬 크고 위대하시다.

어느 순간 필 받아서 감동받는 것이 우리 마음을 만족시켜주는 깨달음이 아니다.

 

우리의 기분과 정서, 깨달음과 기발한 발상을 초월한다.

 

그분의 말씀은 마술 같은 육성으로 오는 게 아니라 세월을 두고 점차 자라가는 지식으로 온다. 하나님이 주시는 그 말씀에서 우리는 내면의 여유를 얻어 삶을 살아간다.

예수님은 고독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셨다. 고독은 공동체가 태동하는 곳이다.

 

2장 공동체의 제자도에서는 겸손과 영광이 맞닿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말한다.

3장 사역의 제자도는 ‘고통의 자리’에 찾아가는 영성을 말한다.

 

영성 훈련을 통한 공동체를 이루고, 동역자들과 함께 아프고 소외된 자리를 찾아가는 영성을 실천해야 할 것을 가르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하나님께 내드리면 ’풍성한 열매‘가 맺힌다’는 결론에 이른다.

영적인 삶의 열매는 결국 사랑이다.

나우엔은 말한다.

우리에게 참된 기쁨을 가져다주는 건 ‘성공’이 아니라 ‘열매’라고. (p.103)

 

 

『삶의 열매는 흔히 우리의 고통과 상실과 연약함 속에서 싹튼다. 우리의 땅을 쟁기로 갈아엎어야만 비로소 삶의 열매가 맺힌다.

고독과 공동체와 사역, 이 세 가지 훈련을 통해 우리는 열매 맺는 삶을 살 수 있다.

예수님 안에 거하라. 그분도 당신 안에 거하신다.』 

( p.101)

 

 

헨리 나우엔은 매우 지적이다. 그가 제시하는 영성은 뜨거우면서도 냉철하다.

읽어보면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전하는 확신있는 위로와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할렐루야 하나님.

나우엔을 통하여서 진리를 가르쳐주시고 그 진리로 저를 소생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 <삶의 영성>은 헨리 나우엔의 일상의 예배 시리즈의 첫 권이다.

출판해 나와 있는 시리즈를 전권 읽어야 겠다~~.

 

 

『우리 삶에도 사막 앞에 마주 서는 순간이 있다. 그때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해내려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들려오는 음성이 있다. “손을 놓으라. 내려놓으라. 이 메마른 땅에서 내가 너에게 열매를 허락하겠다. 나를 믿으라. 나한테 너를 맡기라.

(…)

당신은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고, 큰 기쁨을 누릴 것이다.

당신의 기쁨이 충만할 것이다.』

( 100~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