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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나예 2018. 6. 8. 05:43

 

 

꽤 유명한 영화고 상영 당시엔 놓쳤다가 비디오로 나왔을 때 바로 보았다.

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소설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영화화한 ‘우행시’는 답답하고 슬프고 눈물났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새삼 감동이 느껴졌다.

 

사실 처음에는 의아해한 점이 왜 굳이 주인공 ‘정윤수’ 역에 당시 최고 꽃미남 배우 강동원을 기용했을까 하는 거였다. 작품의 결과는 ‘강동원의 재발견’으로 다행히 귀결되었으나 분명 그보다 그 역에 어울리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많았을 것이다.

 

강동원이 연기를 못한다는 뜻은 아니고, 어두운 그늘이 있는 역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몇 번째인가로 다시 보면서 그것이 오히려 탁월한 영화의 메리트라는 걸 느꼈다. ‘소격 효과’라고나 할까?이렇게 젊고 해맑고 새 옷 입혀놓으면 모델 뺨치는 젊은이도 살인자로 전락해 사형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인생의 도저한 깊은 아이러니를 보여줬던 것 같다.

 

‘유정’역의 이나영도 연기를 정말 너무 잘하더라.

 

울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다가 끝에 또 울고 말았다. 전설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로 많은 팬을 만들었다는 건 알았지만 그땐 잘 몰랐는데, 죽음을 앞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역할을 이보다 더 잘할수 있는 젊은 연기자도 드물리라.

 

'우행시’.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윤수가 사람을 죽인건 맞지만 그 상황이란 것이 있었고, 그가 당시 조금이라도 자기가 타인에게 끼친 피해를 속이려는 생각도 없었는데, 사형까지는 너무한게 아닌가..

공범 격 이었던 형과 같이 벌인 일이었는데, 자기 혼자 여러명 죽인 듯 뒤집어 쓰고.

 

‘어차피 사람을 죽게 한건 맞으니 살고 싶지 않아서’ 자기 자신을 사형수로 법이 결정짓는 걸 방치한 그의 ‘힘없음’ ‘체념'이안타까웠다.

 

 살인자와 사형수를 미화하는 것은 안되겠지만..

 

그를 인간적으로 또 결국에는 한명의 남자로 사랑하게 된 ‘유정’의 관점에 동조하게 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과거에 살인자였더라도 사랑함에 변함이 없을 테니까..

 

기억이 맞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라고 알고 있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살인자이면 무조건 사형인가. 무고한 사람을 죽게 하면 사형?

두명 죽이면 사형?

 

형법 제도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영화를 보니 다시금 한번 주의를 환기해 보게 된다.

 

인간,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깊이 들었다.

 

(되도록 그래서는 안되지만) 한 평생에서 한번은 한명에게 살의를 느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살의는 품었다면, 그건 죄 sin 가 아닌 것일까?

 

 

목요일 10시~1시까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유정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애잔하게 다가온 엔딩 장면이었다.

 

As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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