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하나와 앨리스

사나예 2018. 6. 12. 04:18

 

 

 

영화가 시작하면 두 명의 소녀가 걸어가는 장면이 롱테이크로 나온다.

여기서 벌써 ‘아 이것은 이와이 순지의 영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이와이의 팬이 분명하다.

<러브 레터>(95) 이후 오랜만에 전국배급망으로 국내 개봉했던 영화.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피크닉>(96),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등 암울한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4월 이야기>(98)처럼 발랄한 소품도 있는데 <하나와 앨리스>는 그 중간쯤이다.

 

 

야구치 시노부의 <스윙 걸즈>가 여고생 집단의 이야기라면,

<하나와 앨리스>는 ‘하나’와 ‘아리스가와’라는 두 소녀의 깜찍한 학창 생활 보고서다.

이 두 학원물은 등장인물들이 사는 곳이 각각 ‘야마가타’와 ‘카나카와’로 모두 시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도쿄에서 있을 치열한 공부 경쟁이나 학생 폭력 등의 문제 따위는 없나 보다.

 

그런데 우에노 주리는 연애에 그리 관심이 없는 반면 아오이 유우 (아리스가와)와 스즈키 안 (하나)은 첫사랑에 설레임과 가슴시림을 겪는다.

 

 

아리스의 단짝 친구 ‘아라이 하나’는 학교 만담 써클에서 만난 선배 ‘미야모토’를 연모하고 있었다.

어느날 미행이라는, 다소 스토커적인 짓을 하던 도중 미야모토선배가 가게 셔터에 부딛혀 쓰러지는 걸 목격한 하나.

그가 기억을 잠깐 잃은 듯 보이자 장난으로 “선배, 나한테 고백했잖아요!”라고 농을 치는데 그만 일이 커져 연인인 이유를 계속 알리느라 진땀을 흘린다.

사실 그 남자는 기억을 잃은 것이 -물론!- 아니었는데 요 발칙한 아가씨의 작전이 ‘먹혔다’.

 

 

극중에는 발레가 중요한 모티브로 나온다.

 

아리스가와가 하나를 위해 미야모토의 전(前)애인 역할을 하면서 조금씩 관계가 복잡해지고 절교 아닌 절교를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를 지켜 보던 그녀들의 한 친구가 충고를 하는 씬이 있다.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서 지내던 너 (하나)를 이곳 (발레교습소)으로 인도한 사람이 바로 아리스이잖니.”

 

 

앞서도 얘기했듯 아리스는 미야모토의 기억을 되찾아준다는 명목으로 그를 만나는데 도중에 그만(?!)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니...

결국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두 소녀의 해결책은 친구였다.

 

아리스는 발레로 배우오디션에 합격하고 하나는 터질듯한 가슴으로 한 고백이 마침내 인정받는다.

 

 

내게는 일본 청춘 영화의 아이콘이었던 아오이 유우.

이젠 성숙한 여인미가 폴폴 풍기지만.

저 때가 정말 아름답고 눈부셨던 그녀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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