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과 비슷한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며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토대로 한 영화 <프리덤>을 보고 왔습니다.
투자해서 본 보람이 있었고 기독교 색채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크리스챤이기도 하지만 평소 궁금한 역사속 이야기가 담겨있어 충분히 흥미진진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 1856년. 사무엘(쿠바 구딩 주니어)은 어머니와 아내 바네사, 아들 짐이 모두 노예로 사로잡혀있었는데 주인 먼로의 가혹한 부림을 당하며 지옥같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미국 동북부에서는 퀘이커교도를 중심으로 ‘지하철도’ 운동이란 게 있었어요. 저는 얼마전 선교사 책을 읽다 처음 접했는데 그 지하철도 운동이 전면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습니다. 퀘이커교도들은 당시의 엄혹한 시대에 비밀리에 노예들을 탈출시키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연방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거였고 주에 따라서는 최고 사형도 당하는 무서운 일이었지만 실제로 노예 탈출에 헌신한 사람들이 있었다니 참 가슴이 벅찼습니다.
주인공 사무엘은 신을 의심하고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를 위한 신은 없다’며 지옥같은 현실을 계속 원망합니다. 노예들이 실제로 당했던 폭력과 주인들의 끝도 없는 가혹 행위들을 보면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소망의 빛을 놓치않고 언젠가 노예에서 벗어날 거란 믿음을 끝까지 붙잡은 많은 흑인 노예들의 인내에 다시 한번 숙연하고 눈물이 나더군요.
노예 탈출 과정에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노고가 뒤따릅니다. 게다가 먼로(주인)는 유명한 노예사냥꾼 플림턴을 고용해 그들을 끈질기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잠시 한숨 돌리는 밤에 모닥불을 보며 사무엘의 엄마가, 사무엘의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증조할아버지는 ‘존 뉴턴’이 노예선 선장으로 있었을 때 그 배에 탔다가 존 뉴턴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었습니다.
복음성가 Amazing Grace를 작사한 존 뉴턴 신부님의 이야기가 그러면서 교차로 나오게 됩니다.
예전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란 영화에서 노인 존 뉴턴 신부를 본 적이 있는데, <프리덤>에서는 자신도 노예로 사로잡혀 고생을 하고 이후에 목돈을 벌려고 노예선 선장을 하던 중 대서양에서 폭풍우를 만났다가 목숨을 건지고 회심한 1748년 이야기를 보여주죠.
인상깊은 (실제) 에피소드들, 명대사들이 많았는데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배에서 존 뉴턴이 통역하는 흑인 노예와 대화하는 씬이에요.
폭풍우가 지나가고 죽어가는 흑인. 존 뉴턴과 그는 예전에 같이 노예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뉴턴은 흑인의 임종을 지키는데 그가 ‘저도 인간입니다.(I’m a man.) 저는 당신의 형제가 아닌가요?’라는 장면이 뭉클했어요.
남북전쟁(1861-64) 직전 시대가 얼마나 엄혹했는지를 다시 느꼈고
흑인노예들의 생활에 대해 또 한번 바라보게 되었네요.
더불어 양심있는 백인들이 위태로움가운데 묵묵히 또 끝까지 그들을 돕고자 했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알게 한 영화였습니다.
40년간 지하철도 운동에서 활약한 토마스 가렛, 감리교 흑인 목사 프레더릭 더글라스가 실제 사진으로 끝에 나오는데 참 감동이었습니다.
10만여명의 노예들이 자유를 찾아 캐나다로 탈출했다는 자막이 나오고
현재에서 세계적으로 노예 상태에 놓인 수만명의 사람들이 있다는 자막도 나오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별로 대사도 많지 않은데 눈빛과 절규로 진심을 전달하는 ‘쿠바 구딩 주니어’의 깊은 연기가 여운을 남긴 <프리덤>이었습니다.
그는 제작자(excutive producer)로도 참여했더군요.
<버틀러>와 <셀마>에도 출연했다는 그의 의식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은령써니
사나예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고생에는 박수, 하지만 사실의 나열이 감동은 아니지 (0) | 2015.12.21 |
---|---|
[스크랩] `스타워즈7` J.J. 감독, 38년 된 팬까지 모두 품에 안을까 [POP타임라인] (0) | 2015.12.09 |
[스크랩] 가슴 찡하고 뭉클한 감동을 준다 < Bridge of spies> (0) | 2015.11.11 |
[스크랩] 보편적인 가족애를 익숙한 공룡 영화에 담은 오락 쟝르 (0) | 2015.06.21 |
[스크랩] B급 SF의 감성을 브래드 버드 감독과 디즈니스러움으로 만들다 (0) | 2015.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