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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다크 서티 -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사나예 2013. 3. 10. 23:16

혼자서 세상과 싸웠던 여자, '마야'의 이야기 | 영화가 왔네 2013-03-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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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로 다크 서티(디지털)

캐서린 비글로우
미국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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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헐리우드의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 하면 세 명의 배우와 캐릭터가 떠오른다. 원조(?) 여전사 ‘시고니 위버’, 해병 역할 한 ‘데미 무어’ 그리고 툼 레이더 ‘안젤리나 졸리’. 그런데 이번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오사마 빈 라덴 제로니모 작전을 펼치면서 12년간 집념으로 정보전을 펼친 캐릭터에 ‘마야’ 제시카 차스테인을 덧붙여도 좋을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하면 화면은 검은 블랭크인채 소리들이 들리는데 이것은 실제 육성이다. 즉, 2001년 뉴욕 쌍둥이 빌딩 속에서 화염속에 죽어간 미국 국민들이 가족에, 911에 전화 걸었던 목소리들. 실제의 힘은 이렇게 강렬한 건가? 스타 배우도 아니고 심지어 화면은 암전인데 시작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이 영화의, 감독의 팬이어서 한걸음에 달려왔지만 이 작품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영화는 생각보다 ‘예술영화’틱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거창하고 특이하다는 게 아니라 챕터(장)을 나누어서 ‘사우디 그룹’ ‘아부 아흐메드’ ‘사람의 잘못’ ‘카나리아’ 처럼 검은 색 바탕에 글씨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어서다.

 

 

  주인공이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이기도 하고 주요한 조연들도 주로 ‘테러와의 전쟁’ 지역 현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현장 요원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CIA 입장에서 영화는 진행된다. 그것은 아슬아슬한 경계를 유지하면서 CIA 요원들의 애환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정부와 여론의 질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요원들의 애로 사항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것이 어쩌면 대다수 비(非) 미국인들에게 거북하고 거슬리는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근차근히 영화적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면, 그저 마야라는 한 여성이 스무살초반부터 12년이 지난 2011년까지 단지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나아가는 일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었다. 심지어는 나중에는 지지부진한 일에 미국 고위관료마저 마야를 두고 이렇게 말하지 않던가. “세상과 혼자 싸우는군.”

외부에서 보기에는 10년간의 알 카에다의 게릴라식 테러와 그 범인 색출의 구도가 무척 복잡해 보이지만, 국장인가 지부장인가 하는 남자가 회의에서 요원들을 호통치며 했던 이 몇 마디를 들으니 김빠질 만큼 간단 명료한 것이었다.

“그동안 저들은 3천명의 국민, 수백명의 외국인과 우리 요원들을 희생시키고, 심지어 영국(2005년), 스페인에서 테러를 일으킬 동안 우리는 빈 라덴의 위치도 몰랐고 최정예 그룹 20명 중 단 4명만 제거했다.”고 하며서 도대체 그동안 당신들(부하들) 뭘 한거냐고 나랏 월급 받는 값 좀 이젠 하자고 한다. --;

 

 

  특이한 것은 처음에는 마야라는 CIA 요원 캐릭터가 다른 요원들에 묻히는 감도 있고 팀 플레이를 하는 가운데에서 그녀의 강직한 성격이 드러나다가, 점차 10년이 흐르면서 다들 거의 반 포기에 체념하고 냉소적일 때 그녀만은 초심 그대로 였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정말 저 여자가 그랬을까? 와 저런 요원이 있었다고? 그런 의구심도 들게 하지만 어쨌든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의 집념은 더욱 강고해지고 빛난다.

 

 

누가 그랬듯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그래서 여성임을 떠나 마야라는 요원은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게 어떤 관점에서는 집착일지도 모르지만)

 

다시 말하면, 다른 요원들은 흥분하고 분노하고 나가 떨어질 때 끝까지 그녀만이 목표 하나에 충실하고 철저히 정보전에 집중하면서 달려갔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얘기지만 아랍 세계(파키스탄 포함)에서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단적인 예로 <제로 다크 서티>에서 빈 라덴 측근 서열 순위 3위인 사람을 잡았을 때 그에게 어떤 사람 인상 물어보고 설명을 듣고 나서, 마야가 ‘간달프군요’ 하는데 전혀 이해를 못하는 상대방, 그 장면 하나로 복잡한 상황이 이해됐다.

 

 마지막 빈 라덴 은신처 침투 작전은 정말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필자에게는 마치 그 예전 프란시스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의 몇 장면의 데자뷰를 느낄 정도였다. 실제 장면에 충실하기 위해 별다른 조명을 쓰지 않고 어둠속에 미 해병대가 임무를 펼치니까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고 여자 입장에서는 밀리터리에 아무래도 약하니까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하는 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고도의 리얼리티를 위한 디테일이었을 터이다.

 

 

 

(결과가 다 알려졌으니 스포일러는 아닐테니^^)

해병 대원이 빈 라덴을 '마침내' 제거하고 본부에 보고하면서 했던 말 '신과 조국을 위해 제로니모를 제거했습니다'라는 말에 마치 나도 마야가 된 것처럼 울컥했다. 그녀의 입장을 100프로 이해했다거나 동감해서 그랬다는 게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최첨단 미 수송기 안에서 혼자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던 그녀의 모습처럼 허탈함과 피로함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겹치면서 그러했다.

 

만약 캐서린 비글로우가 주인공을 브래드 피트나 제라드 버틀러, 심지어 안젤리나 졸리를 기용했다면, 결코 이런 오묘하고 슬픈 감정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평범해 보이고, 그냥 보통 30대 초반 여성같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마야 연기는 그래서 더욱 인상깊고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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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리뷰

다소 정치적으로는 불편하지만

직면해야 만 할 진실과 그 속의 집념을 가진 여성을 그린 영화

<제로 다크 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