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변호인>을 보고 리뷰를 간략히 남겼는데
오늘 다시 재감상하고 왔다.
참 신기한 것이, 극장을 향하려고 화장하고 옷입고 하는 순간부터 울컥함이 밀려 왔다.
극장에서만 10번을 본 2007년의 (다큐) <우리 학교> 이후 이런 영화가 오랫만인 듯.
참으로 균형잡힌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이란 걸, 재확인 했다.
어떻게 보면 거창할 수 있고, 교조적일 수 있는 내용들과 특히 대사들을 송우석, 송변은 정말 체화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예전에, 간혹 송강호의 연기가, 좋긴 한데 좀 애드립적인, 꼭 집어 설명할 수 없는 연극적인 톤이 있다고도 생각했는데, <변호인>에서는 그런 특성(!)마저도 철두철미하게 극 속에 녹아 들어 있다.
다시 보니, 신인 감독 답게 거침없이 표현하고, 풋풋하고 패기도 있었지만, 특히 편집의 면에서 -다른 연륜있는 연출자들에 비해- 어설픈 면이 눈에는 띄더라. 근데 전체 영화적으로 보면, 그 또한 잘 어우러져 있었다.
간혹 (천만 같은) '대박'영화들에 대하여, 평단과 영화인들이, 이런 영화의 결과와 반응은 거의 기적이라는 말을 쓰는 일이 가끔 있는데, 영화 자체로도, 팬덤 현상으로도 이런 영화는 자주 나오는 작품이 아닌 듯 하다.
아무튼, 다시 봤을 때, 80년대의 거리의 모습과 소소한 소품들, 특히 세팅과 로케이션에서 어찌나 디테일 하던지, 감탄을 계속 하게 된다.^^ 진우네 돼지국밥집 앞에서, 오뎅이나 호떡같은 거 파시는 행상이 있는데, 정말 요즘과는 확연히 다른, 그 모양에 절로 감탄했다. 그걸 뭐라 그러더라, 이동 가능한 길거리 노점상같은 것.
송변 사무소 사무장 오달수씨의 찰진 연기들에는 극장에서 나 혼자 크게 피식웃어 살짝 민망했고. ㅎㅎ
차동영 경감, 곽도원 연기는 어찌나 하나같이 얄밉던지, 극 중 군의병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그러한 고문과 체포를 맡은 경찰들은 또 그 후 어찌 된건지, 갑자기 현대사 공부 의욕이 솟구친다.
그야말로 매진 행렬인 상영관 풍경은, 슬프고 아픈 얘기임에도 극 중 인물들의 상황에서 함께 웃고, 함께 눈물 흘리며,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제작자 말대로 관객들의 상영 문화가 더 감동적인 부분이 있다.
내년 3월에 미국에서 아카데미 영화제가 있고, 각국에서는 대표 영화를 제출하는데, 한국에서 이 영화 '변호인'으로 하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고 싶을 정도다.
정말이지, 외국어영화상 탔던 작품들, <인생은 아름다워> 못지 않고, 일본 영화 <굿' 바이>에도 비견할 만 하지 않은가. :)
같이 본 가족은 송강호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짧은 한 마디로 영화의 소감을 갈음하는 걸 들었다.
앞 좌석의 노년의 젊잖으신 여자분은, 송영창이 맡은 판사가, 집을 찾아온 송변 앞에서 고함치는 장면에서 웃으시는데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뼈가 있었다.
남녀노소, 관객을 <변호인>의 팬으로 만들어버린 영화는 계층, 지역, 성별을 막론하고 올 킬 하는 분위기이다.
<세 얼간이>에서 느꼈던, 상실한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것'의 의미를, 가치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변호인>을 꼭 스크린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
다음Daum truewriter
예스24 bohemian75(은령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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