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right 이웃사랑

청포도

사나예 2022. 1. 2. 15:09

 

 

 

 

시인이자 독립투사셨던
이육사 님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이분의 시들은 정말 얼마나 멋진가.

독립운동으로 투옥되어
수감생활 때의 수인 번호가 264.
그걸 필명으로 하신
얼마나 패기있는 일인가.

중국 베이징의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고

끝내 밀고를 하지 않고
몸이 상해 비참하게 돌아가셨다.

세밀한 묘사에 눈물이 왈칵.

그때 죽을 수도 있었던
서른 아홉의 최고의 조선 시인이셨다

적어본다.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제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무지갠가 보다

 

 

예전에 김원봉에 대해 픽션화한 책을 읽었었다.

이번 <칠월의 청포도> 또한 그러한 장르에 속한다.

 

저자 강영준님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기도 하다.

이육사 시인에 대한 철저한 자료 고증을 통해서

문학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썼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성을 담보하면서 소설을 읽듯이 읽을 있다.

 

시가 언제 쓰여졌는지 알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창작 시기를 모르는 시들도 있다.

 

이육사 님이 독립운동의 길을 걸으면서

선택들, 겪은 사건들과 작품이 어우려져 나오는데

그럼으로써 더욱 시를 시대 속에서 이해할 있었다.

 

광야’.

나도 무척 좋아해온 시였는데 그게 이육사 시인이 유언처럼 시였음을 알고 더욱 가슴이 시렸다.

1944년 1 16일에 중국 베이징의 감옥에서 순국하셨는데

두편의 시를 유서처럼 아우에게 남기셨다.

 

또한청포도시의 숨은 뜻을 있어 이번에 너무 좋았다.

그저 자체로도 애송한 작품인데

청포도가 어떤 의미인지를,문학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작가의 해석으로 전해 듣는 기쁨이었다.

 

청포도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그를 맞아 포도를 먹으면
손은 흠뻑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번에 느낀 이육사의 시는 자체로 순수하고 완전무결하는 거였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는데

이육사의 시를 그저일제에 대한 저항으로만 읽는 것은

그게 틀린 아니지만 온전하지는 않은 같다.

 

이육사는 정말로 시를 사랑하고 시인을 꿈꿨다.

격변하는 시대를 만나서 중국으로 가서 무장투쟁을 준비하고

언젠가 전면전을 대비하는 군인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시를 포기한 전혀 아니었고

그것들이 여러 시편 들에 알알이, 면면히 담겨 있었다.

 

이번에 이육사를시인으로 오롯이 알게

정말이지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

 

아까 유서 같은 두편이 있다고 했는데

다른 마지막 유작은 이것이다.

 

동방은 하늘도 끝나고

방울 나리잖는 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새벽은

깊이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이육사의 시들에는패기’ ‘낭만’ ‘ 있다.

얼핏 보면은 암울한시대에 낭만이라니. 꿈이라니. 싶을 수도 있다.

허나 그게 아니었다.

진정한 시는, 그렇게 불가능한 듯한체제 뚫고가는

젊은 시인의 진정한 소망을노래’하는 거였다.

 

윤동주의 시들을 전편 좋아하고 자주 암송하는데

이제는 이육사 님의 시들도 그럴 있게 같다.

동주 육사. 든든~~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 (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 (千古)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광야에서 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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