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은 ‘사람은 섬이다’라는 신조를 믿고 있는 38세의 독신남이다.
영국에서 1958년 히트한 캐롤송 덕에 아버지의 저작료로 삶의 큰 불편없이 살고 있다.
친구는 가정을 갖지 않겠냐고 권하지만 윌은 그런 이들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마커스는 싱글맘인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수업시간에 멍하게 노래를 부르는 등 유별남 때문에 은근히 왕따를 당하는 소년이다.
최첨단의 매스컴 도구들로 나름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윌.
그러나 그런 그도 가끔은 섬의 ‘본토’로 가야하니. 무료하던 차에 그는 싱글맘이 자기에게 딱 맞으리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정에 굶주렸고 연애에도 정열적이며 이별도 부담없다며.
그런 그에게
마커스는 조금씩 그의 세계로 들어오고
그의 신조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1. ‘공동체’와 영국영화
토니 블레어가 집권을 한 1998년 이후, 놀랍게도 영국영화계는 많은 수작들을 발표하였다.
영국의 정신과 영화의 전통이 담긴 <어바웃 어 보이>와 <해리 포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돌이켜보면 그러한 놀라운 공통의 궤적을 발견할 수가 있다.
<풀 몬티>(1998), <빌리 엘리어트>(2001)가 감동적이었다면
<노팅힐>(1999),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어바웃 어 보이>(2002)는
또 다른 의미로 독특한 아우라를 뿜뿜 했다.
<빌리 엘리어트>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 어 보이>는
프로듀서들과 영화사, 배우, 음악 등 상당히 교차하는 지점들이 많아서 일관된 느낌을 준다.
<어바웃 어 보이>의 주제는 참으로 간단하다.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대사로 제시하듯 “사람은 섬이 아니다”가 주제임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극중 프랑켄슈타인의 말처럼 “혼자는 나쁘고 친구가 있는 게 좋다”는 것이기도 하다.
토니 블레어 정부의 ‘중도 좌파’는 새로운 의미의 사회주의를 제창했다.
앞서 제시한 일련의 저 영국영화들 속에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친구들(동료들)의 모습이 무척 중요하게 나오고 있으며 이는 다분히 영국 사회의 영향이라고 보고 싶다.
현재 어떤 영화들이 이처럼 소박한 이웃들의 모습을 대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가?
거의 코믹하게 나와서 의식은 안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어바웃 어 보이>와 <노팅힐>의 감동 요소에는 ‘친구’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어쩌면 셰익스피어 이래의 드라마 전통에서 인물 묘사를 잘 하는 전통의 소산일 수도 있겠지만.
영국영화의 오랜 사실주의 전통의 영향은 <어바웃 어 보이>에서도 보인다.
‘윌 프리맨’이라는 존재는 한국민이 보기엔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이지만
대중음악의 나라(비틀즈로 대변되는) 영국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어 보인다.
유럽의 ‘독신주의’의 대표를 허구적으로 만든 인물일 것이다.
A person's life is like a TV show, I'm the star of The Will Show and The Will Show is not an ensemble drama."
(사람의 삶은 TV 쇼와 같다. 나는 ‘윌 쇼’의 스타이고 ‘윌 쇼’는 앙상블 드라마가 아니다.)
윌의 대사 중
한마디로 윌의 삶은 원맨쇼였다. 하지만 영화는, 적어도 영국에서의 삶은 그럴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간 본질은 단순하지가 않다. 자유 의지가 있고, 개인적 책임이 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고 결정할 수도 있다. 마르크시즘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은 모든 것이 사회로부터 출발하여 개인을 억제하는 데 이르게 됨에 있다.
그러나 나는 위대한 선과 공동체 이해의 연결은 개인적 의무감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 토니 블레어의 저작, <영국 개혁, 이렇게 한다> 중
윌은 결국 자기가 누군가에게(마커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통해
‘책임감’(의무감)을 배우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은 ‘고독’, ‘관계’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은 섬이다. 난 이 말을 믿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의 섬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섬들은 바다 밑으론 연결되어 있다” - 윌
“난 둘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럿이다’. 그래서 좋다.
대게는 그렇다.
쌍을 이루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여분의 사람이 필요하다. 존 본 조비도 말하지 않았던가.
누구도 섬이 아니라고.(No man is an island.)" - 마지막 대사. 마커스의.
이 영화는 여러 가지 함의를 갖고 있지만, 결국 “윌 같은 남자가 혼자 따로 잘 살 수는 없다."가 아닐는지.
2. 휴 그랜트, killing me softly with him
휴 그랜트는 사실 백전노장의 배우다.
<모리스> 등 정통 영국영화로 알려진 그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후 많은 대중작들에 출연하게 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그가 경쾌했다면
<노팅 힐>과 <어바웃 어 보이>에서 그의 연기는 성숙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휴 그랜트는 영국쪽과 미국관객에게 모두 매력적이다.
지적․비판적 유머, 신사적 분위기는 전자에, 소박하고 서민적인 모습은 후자에 해당한다.
속물적이고, 백인적이며, 바람둥이의 아이콘으로 이미지를 굳혔지만,
누가 그를 진정 미워할 수 있을까?
청춘들에게 누구나 한번쯤 그런 삶을 동경해 볼 것이다.
대리만족이라는 영화의 기본적 임무를 그의 캐릭터와 영화들은 십분 충족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윌’은
다분히 허황된 요소도 많이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그런 삶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휴 그랜트에게는 그에게만 기대하는 무언가가 확실히 있는 거 같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도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같은 적절한 무게감, 유쾌한 가벼움을 장착한
그의 연기를 또 보고 싶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요즘 근황이라는 사진 ^^ 어쩐지 푸근해지셨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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