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진집인가 시집인가.
우근철의 《짠한 요즘》은 사진작가가 쓴 에세이다.
지금 살짝 흥분 상태이다. 너무도 예상밖에 좋은 책이어서.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병률의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같은 부류의 장르에 속한다.
작가 우근철은 자신의 사진과 글을 담은 첫 번째 책을 냈었고 그 책이 좋은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여행지 사진, 글들을 담았다고 한다.
첫 번째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짠한 요즘>도 같은 형태와 결을 지향한 듯 하다.
가끔 명작을 만나면 감탄하는 게, 내가 미처 원한다고 인지하지도 못한 것을 건드려서다.
그 작품에 심취하고 나서야 ‘아, 이런 게 그리웠구나’라고 알게 된다.
<짠한 요즘>도 딱 그랬다.
외국에서 여행자의 눈으로 찍은 사진들, 제주도와 바닷가의 풍경들.
낙후된 나라에 사는 그러나 마음이 풍요롭기에 환한 얼굴들.
가난하지만 오늘도 하루를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
디지털 사진이 아니라 35mm 필름에 담아낸 사진들이다. 요즘은 현상하기도 어려워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그러한 투박한 질감.
오랜만에 한 권의 책에서 원없이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내가 이런 필름 사진 좋아하는 사람 이었었지.
사진가가 진심을 담아, 절박하게 찍은 사진들은 티가 난다.
그런 사진 작품들을 보면서 뭉클 뭉클했다.
물론 순간 포착을 하려면 어느 정도 기술을 습득하고 노하우도 있어야 할 거다.
모든 예술이 그렇겠듯이 그런 기본을 넘어서고 나면 결국은 그의 ‘진짜’가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
대중 음악계에서 싱어 송 라이터 중에서 작곡 잘하는데 보컬도 제법인 이들이 있다.
그런 걸 느꼈다. 사진 잘 찍는 사람이 글도 잘 쓰는구나.
우근철은 사진이 본업이지만, 끄적이듯이, 읊조리듯이 적은 글들이 참 좋았다.
담백함, 절제함을 아는 사람의 글.
의문의 1승이라고 하나.
서정적이고 솔직한, 그런 청춘 작가의 책 한 권 그냥 읽는 심정으로 펼쳤다.
그랬다가 허를 찔린 기분이다.
당분간은 이 책에 빠져 허우적댈 것 같다.
기분 좋은, 감사한 심취를 할 것 같다.
【책에서】
『그게 뭐든
지우려 애쓰면
더욱 선명히 생각나』
( 45쪽)
『온탕에 들어가면서 시원하다 말하는 것처럼
와 닿지 않던 말
시간 참 빠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54쪽)
『주름진 얼굴을 뭣 하러 찍냐고
제주도에 이쁜 게 얼마나 많은데
비가 오니 차로 모시겠단 말엔
소쿠리가 비린내 나서 안 된다
비 맞지 말고 얼른 들어가라고
한사코 몇 마디 나누는 것조차
보잘것없는 인생이다 낮춘 당신.
요즘 그 말이 자꾸 머문다.
주름과 비린내
보잘것없는 것에 대해』
(61쪽)
『고민을 털어놓을 때
거창한 해결 방법보다
그저 진심으로 끄덕여주는 사람
잊지 않고 내 말을 기억하는
그런 사람
마음 한켠 공감이라는
빈 공간이 있는 사람』
(67쪽)
『새로운 사람 알게 되는 것보다
새로운 너를 발견하는 게 좋다』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