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했던 영화 동주를 보고 왔다.
소설 시인 동주를 두 번 읽으며 워밍업을 했고 송몽규에 대해 알고 갔다.
타이틀이 《동주》 이지만 부제가 이거일 것 같다. ‘그리고 몽규’.
진기한 체험이었다
1월과 지난주까지 소설로 푹 빠져있던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스크린으로 재현되어 너무도 감격적이었다.
이 영화만의 ‘신의 한 수’ 세 가지로 리뷰를 해 본다.^^
첫 번째 신의 한수.
이준익 연출.
‘사도’를 감명깊게 보긴 했지만 이준익 감독이 ‘윤동주 시인’에 관심을 이리 갖고 있을 줄 몰랐다. 게다가 저예산이며 흑백인 것은 더더욱 몰랐다. 이걸 알게된 때부터 많은 뉴스들, 인터뷰, 사진들을 열심히 찾아봤다. 볼 때 마다 읽을 때마다 울컥하는 점들이 몇 개씩 있었다.
그는 어차피 윤동주가 살던 시절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을 바에야(그러려면 100억이 넘게 든다고) 저예산으로 가는 과감한 방법을 택했다.
인지도 있는 신예 배우 강하늘을 기용했으나 대중적으로 거의 안 알려진 박정민이란 배우를 송몽규에 캐스팅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스태프들도 모두 합해야 30명 정도였다.
19회차로 촬영하고 한달만에 크랭크업했다.
영화를 보고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연출과 배우들이 몰입을 했을지 느껴졌다.
장군의 아들 식의 액션으로 소비되는 일제 시대 아니고, 진지하고 심각하고 암울하기만 한 일제 시대가 아닌,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잡은 연출로 이준익이 아니면 누구일까 싶었다.
두 번째 신의 한수, 박정민
박정민은 스물아홉살로 송몽규의 죽은 해와 같은 나이였다. 독립영화계의 송강호라는 배우였다고 한다.
‘송몽규’에 대해 지식을 갖고 가서 스크린으로 보면서 박정민이 어ᄄᅠᇂ게 송몽규를 연기했을지 매 컷들이 긴장감 있었다. 좋은 의미로 긴장되었다.
젊은 혈기에 임시정부를 찾아가고 무장투쟁을 지지하는 등 ‘전형적인’ 의미에서의 독립투사 이미지로 처음엔 출발한다. 하지만 러닝 타임이 흐를수록 박정민에게, 아니 송몽규에게 푹 빠져들게 됐다.
나중에 포효하면서 일본 검의관 앞에서 몇 분간 클로즈업으로 나오는 씬이 있는데 정말 마음이 미어졌다. 모르긴 몰라도 이 장면을 찍을 때, 디렉팅하던 감독님도 촬영스태프들도 울지 않았을까. 다시 생각해도 코끝이 찡하다. 그로 인해 대중들이 많이 몰랐던, 송몽규라는 윤동주의 친구를 우리는 선연하게 알게 되었다.
세 번째 신의 한수 흑백 필름.
1월에 흑백임을 알았을 때부터 기대가 되었다. 기대가 되면서도 오래동안 극장에서, 그것도 신작 개봉영화를 흑백으로 본 일이 없었어서 낯설지 않을까, 지루하진 않을까 의구심이 들긴 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인터뷰에서대로 오히려 화면에 잔뜩 몰입하게 했다.
배우들의 표정들의 미세함이 더 잘 포착되고, 우리 한옥의 대청마루의 시점에서 앵글이 잡히는 북간도 씬들은 뭉클하다. 그 자체만으로, 그런 화면들이 우리 영화나 영상에서 사라져갔기 때문에, ㄷ자 한옥이 이렇게 근사하구나 새삼 느꼈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른 의미로, 일본 검사와 윤동주의 심문 과정이 교차로 보여질 때는 아무래도 일본어이고 시대가 어려워서 조금 난해한 점은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욱 그 시대로 나를, 관객을 그 시대를 끌어당기는 듯한 절묘한 기술이 흑백 필름이었다.
아직 동주와 몽규의 생체실험 죽음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짓을 행한 규슈 제국 대학 의사는 패전하자 자료를 말소시키고 자살했다고 한다.
(과연 진짜 자료를 다 없앴을지 자살은 맞을지 일말의 의심이 든다. -_-)
그래서 울지 않자 생각하고 스크린을 봤다.
그런데 끝에, 끝내 팡 울어버리고 말았다.
송몽규가 일본 검사 앞에서 절규할 때.
엔딩 자막이 나오며
북간도에서 그 동네를 주름잡고 다니던,
함께 울고 웃던
젊은 동주와 몽규의 웃는 장면들에 가슴이, 마음이 아렸다.
아리다, 란 말.은 그리움을 포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준익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러셨다.
"비극은 아름다움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정말 그랬다.
눈부신 젊음들이 시들고 짓밟힌 꽃송이들이 된 모습에,
그런데 그래서 그 순수와 열정과 용기가 아름다움에
슬프면서도 내면의 무언가가 치유된다.
꿈틀꿈틀댔다.
사나예
은령써니(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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