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뷰티플 마인드> (Beautiful mind)

사나예 2008. 1. 24. 01:21
뷰티풀 마인드
감독 : 론 하워드
주연 : 러셀 크로

반전’ 그리고 ‘러쎌 크로의 연기’, 아마도 이것이 이 영화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일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알리>보다 훨씬 할리우드에 더 가까운 대중 영화이기 때문에 휴먼 드라마와 미스테리라는 장르적 컨벤션(익숙한 장치)에 충실하려고 최대한 애쓰고 있다.

다분히 오스카를 노리고 제작되어 ‘천재, 정신병자, 노벨상’에 초점을 맞췄고(아카데미는 이런 걸 좋아한다), 거기에다가 요 몇 년 유행하는 ‘반전’이라는 트릭( <식스 센스>, <디 아더스>류의)을 끼워맞춘 것은 흥행 감독 론 하워드의 영리하고도 야심적인 포석이었다. -<분노의 역류>(91), <파 앤 어웨이>(92), <아폴로 13>(95), <그린치>(2000) 등 연출-

 
혹시나 잘 모르는 분을 위해 소개하면 실화 바탕의 이 영화의 주인공 존 포브스 내쉬 주니어(이하 ‘존 내쉬’)는 1994년 여러 학자와 공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적 수학자이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는 게임 이론이자 일명 ‘내쉬 균형’이라 불리는 이 이론의 근간은 1949년 서른살에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쓴 짧은 논문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수학과 경제학에는 문외한이라 궁금한 분은 따로 조사를 해 보시고-) 중요한 건 그가 2차 대전 후 과대망상에 시달려 극심한 정신분열을 겪었으나 결국 학자로서 재기에 성공해 노벨상까지 타고 그 내막에는 아내 알리샤 내쉬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다더라, 는 성공시대 스토리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왜곡한 것은 하나도 없다. 허나 일부 삐딱한 평자들은 이 영화를 비판하면서 존 내쉬를 영웅화하기 위해 중요한 사건을 은폐하거나(동성애) 로맨스를 미화, 과장하고 결정적으로 반전이 좀 치졸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어쨌든 <뷰티풀 마인드>는 오스카의 전초전 골든글로브 상에서 작품상․각본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을 석권했고, 일부 언론이 2002년 10대 영화 리스트에 올리는 등 미국내에서만은 화려한 팡파레를 받고 있다. 조금 이색적인 것은 작가 아키바 골드만이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거의 픽션으로 재구성한 능력이 인정받아 크레딧에 ‘각색’이 아니라 ‘각본’으로 나갔다는 점이다. 참, 원작은 98년에 실비아 나사르가 쓴 것으로 존 내쉬를 1천번 이상 인터뷰해 썼다는 책이다.
 
‘홀로 생각에 잠겨 이상한 바다를 영원히 항해하는 남자’. 실비아 나사르의 책 앞에 워즈워드의 시를 인용해 설명한 존 내쉬의 모습이다. <나의 왼발> <내 책상 위의 천사> <샤인> 등 영국과 호주에서는 치명적인 장애를 딛고 예술가로 훌륭히 발돋움한 실존 인물을 영화화한 작품이 꽤 있었다. “이 영화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데 의도적으로 로맨스를 강조했고, 실제 그 부부는 로맨틱하기보단 건조하고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결코 정신장애자가 한쪽편인 부부의 인생은 로맨틱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필자가 발견한 건 제니퍼 코넬리의 아름다운 연기로 더 빛난 눈물겨운 사랑이었다. 그래서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이 영화를 용서해 줄 수 있다는 어떤 기자의 말에 필자도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실제에서 존 내쉬와 알리샤 내쉬는 존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94년 즈음 재결합했다. 부끄럽지만 밝히자면 필자의 친오빠도 정신분열증을 오랫동안 앓아오고 있다. 영화 속에서 알리샤가 자다가 깨어 부엌에서(?) ‘난 어떡하냔 말이냐’며 벽을 치고 오열할 때, 필자는 완벽히 그 아픔에 공감하고 말았다. 그리고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존이 “전 평생 수(數)를 믿어왔습니다....그러나 어떤 논리나 이성으로 풀 수 없는 사랑의 신비한 방정식이 절 치유했습니다”라며 알리샤에게 고백할 때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실제 시상식장에선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지만 그의 ‘아름다운 마음’만은 진정 그러했으리라 믿고 싶기에... (2003. 잡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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