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그렇게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게 많지 않았다.

러닝 타임이 되게 긴데, 호흡 조절, 완급 조절도 썩 좋지는 않아서
지루한 컷이 많다.
게다가 작년에
‘당신이 혹하는 사이’ 에서 일본 침몰에 대해 자세히 다룬 편을 보고
영화의 가설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다.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다가 끝까지 완주를 못하기 딱인 영화.

그럼에도 이번에 본 건
배우들이 너무도 짱짱 해서 였다.
주연과 조연, 나이 든 배우와 젊은 배우, 그 조화가 완벽했다.
2006년 당시에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고 연기력있는 배우들이 나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일본에서는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서 국토가 상당수 붕괴했다.
많은 이들이 죽었고, 지금 남은 이들도 서둘러 나라를 떠야할 상황.
그런데 주인공 과학자의 한 가설이 남아 있었다.
바다의 깊은 곳, 3700미터 아래로 내려가서 폭약을 터트리면
후지산의 분화를 막을 수 있다는 가설.

그런데 여기에는 너무도 변수가 많아서,
폭탄을 발화시킨다고 터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누군가가 직접 내려가서 폭탄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문제는 지상으로 되돌아오지 못한다는 것.
즉 그 사람은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초난강이 이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 설정을 몰랐다가 보아서 놀라움을 주긴 했다.
그런데 그 설정의 과학 이론이 이해가 안 가고,
영화 <아마겟돈>의 재탕이어서 새로운 감동은 아니었다.


그런데 역시 배우들의 힘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했다.
생각보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이는 초난강,
나의 최애 일본 배우셨던 토요카와 에츠시.
두 사람이 지상과 바닷속에서 마지막으로 교신을 나누는 장면은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 진정성으로 빛나고 있더라.

도쿄 소방청 대원 ‘레이코’ 역의 시바사키 코우가 이번에 돋보였다.
그냥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정말 연기를 잘 하더라.
우리나라 배두나 배우 느낌이랄까.
미모를 타고 났고, 사람 자체의 매력이 있는데,
연기도 사려깊고 탁월해서 참 멋있었다.


2020년에 새로 나온 드라마 <일본 침몰> 10부작을 봤었는데
거기에도 쟁쟁한 배우들이 나왔었지만, 별로 설득력도 감동도 없었어서 김 샜던 기억이 난다.
‘일본 침몰’ 이 이야기는 1970년대의 소설가의 원작이 있다고 한다.
70년대에야 신박했겠지만, 지금 새삼스레 나오는 드라마는
그냥 복고, 향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06년작 <일본 침몰>.
영화는 스타일은 굉장히 지루하고, 설정들은 황당무계했지만
배우들의 안정되고, 진심어린 연기,
캐릭터간의 호흡으로 한번은 볼 만 한 영화 였다.

그나저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어쩔 것인가. ㅠ
정말 우리나라 생선 못 먹는 일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