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8월 5일.
전 세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칠레에 있는 100년 넘은 산 호세 광산.
이 곳에 일하러 들어간 광부들이 매몰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실들이 이러했다.
지하로 건물 200층 아래의 깊은 곳.
33인의 광부들은 다행히 '대피소'로 모두 피신하는데 성공했다.
출입구가 거대한 바위로 막혔는데 돌의 무게가 무려 70만톤.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2대의 무게라고 하니 실감이 되었다.

칠레에는 지하 광물이 풍부하여 광산업이 성행해 왔다.
그 동안에 수십차례의 광산 사고가 있었고 광부들도 희생된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규모는 역대급으로 밝혀졌고
구조는 난항이 예상되었다.

영화가 나온 것은 2015년.
지금으로부터 사건은 13년전의 일.
2010년 10월에 뉴스에서 생환되었다고 듣고 진심으로 기뻐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었다.

영화는 사고가 시작된 처음부터,
첫째날, 둘째날, 다섯째날 이러한 식으로 파트가 나오면서
최종 구조일까지를 그리고 있다.
상업영화이기에 다큐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상사하게 묘사해서 그 사건 속으로 관람자들을 이입시킨다.
휴머니즘 영화이지만 소위 신파는 별로 없고,
사건 속에 놓인 각 사람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33인의 광부들 19세에서 63세까지로 나이대가 다양했고 배경도 달랐다.
지상에서 구조하려는 사람들은
정부에 속한 사람, 전문기술을 갖고 있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애타하는 건 33인 광부들의 가족들.
적어도 300명이 넘는 부모, 형제, 자매들이 일손을 놓고서 현장에 와서
구조 브리핑을 전해받고, 기도하고, 서로 모여 위로하면서 견디고 있었다.

영화는
칠레라는 낯선 곳의 광산 지대를 배경으로 한다.
OST로 쓰이는 곡들은 칠레의 고유한 음악, 노래들이 많은데 그게 참 좋았다.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이기에 더 쫄깃했다.
위험천만한 상황에 같이 막막함을 느끼고,
구조 과정에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되고,
69일후에 마침내 모두가 구조되어 바깥으로 나왔을 때 나도 소름이 돋았다.

한 명, 한 명,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 희생하고,
서로를 신뢰해주고, 참아주는 모습들.
그 모든 과정들이 있었기에 서른 세 명의 광부들이
모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엔딩의 자막은 다시금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그 때 사고는 다분히 인재로 볼 수 있었는데, 재판 과정에서 회사는 무죄를 받았다는 것.
광부들은 그래서 보상을 1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엔딩에서는 칠레의 아름다운 바닷가에 모인 33인 나온다.
2015년 현재의 모습들이라고 하면서 한 분, 한 분 자막으로 이름을 띄우고
5초 이상 클로즈업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보아온 나는
실제 인물들의 얼굴 하나 하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활짝 웃는 분들에 따스함을 느끼고,
온화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분들에게 눈맞춤 하며,
어두운 그늘이 느껴지는 분에게는 위로를 보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줄리엣 비노쉬 등의 대 배우들의 진정어린 연기가 좋았고,
남미의 모르는 배우들의 순박하고 절실한 연기들에 감동했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었던 실제 사건.
영화의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영화 <33> 이었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원작이 되는 논픽션이 있다.
<Deep Down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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