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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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잇세이라는 배우에 얼마전에 입덕했었다.

10부작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순수 꽃미남이기도 하지만^^ 눈빛이 살아 있었는데

그게 정의로운 캐릭터와 어울려서 빠져 들었었다.

 

일본 최신작 <스파이의 아내>.

작년에 어떤 블로거가 호평한 걸 봤었는데 그래서 기대감을 갖고서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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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1940년의 일본이다.

이 소재 자체가 내게는 긴장감을 우선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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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보기에, 혹시 혹여나 ‘우익’ 영화이면 어쩌나 했던 것이다.

 

아오이 유우 배우가 예전에 그런 논란이 있었기에

조금은 두근대며 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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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신혼 부부가 있다.

유사쿠, 사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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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쿠는 규모가 꽤 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작년에 중국 만주로 비즈니스 차 다녀왔다.

여느 때와 같은 해외 출장으로 알았던 아내 사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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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출장에는 남편의 조카인 후미오도 동행했었다.

그런데 일본으로 돌아오고는 무언가 분위기가 바뀐 후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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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코는 남편도 뭔가 달라졌음을 느끼지만

유사쿠가 뭐라고 말을 안 하길래 조용히 내조를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일본 헌병이 후미오를 감시하고 있음을 알게 된 사토코.

급기야 어느날은 경찰서에 불려가서 심문을 당하고 왔다.

그날 저녁 사토코는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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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건가. 후미오는 왜 헌병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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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정하던 유사쿠는 정색을 하면서 “당신은 그냥 일상을 보내면 된다”고 한다.

만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걸 당신에게까지 알게 하면 위험하니 절대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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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코는 남편을 깊이 사랑하는 만큼, 이러한 반응이 아쉽다.

그렇지만 남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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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토코가 남편의 ‘비밀’과 관련되어가는 과정을 점차 드러낸다.

그건 놀랍게도 ‘관동군 생체 실험’이었다.

 

아, 이 대목이 갑자기 밝혀질 때 소름이 돋았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소재였어서.

 

일본의 드라마와 소설, 영화에서 뛰어난 작품을 좋아하는 나이다.

그렇지만 그것들 속에 과거 역사를 반성하는 작품은 극히 드물었던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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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활동이란 기본적으로 자유인 것이기에, 소재가 어떻하다고 불만을 그다지 가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배우들이

‘관동군의 만행’을 소재로 한 영화에 나오다니.

그것만으로 왠지 너무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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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지금 알았는데 ‘구로사와 기요시’.

와, 장르 영화를 매끈하게 잘 만드는 분인 거는 익히 알았는데

이러한 영화로 오랜만에 나오다니 놀랍다.

 

아오이 유우 배우를 청춘물로 좋아했던 나인데

이 영화에서의 성숙한 분위기는 사뭇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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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추억 속에서 고이 간직한 이미지가 있어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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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난 직후에는 좀 얼얼했는데

한참이 흐른 지금은 묵직한 무언가가 한 방을 친다.

 

헌병들이 감시하는 ‘후미오’를 고문하는 장면.

그건 정면이 아닌 뒷모습이었는데 그게 너무도 잔혹했다.

항일영화에서 고문 씬을 많이 봤지만 모두 피를 철철 흘리는 정면이었는데,

그것보다 오히려 상상을 하게 해서일까 너무 너무 잔인했다. ㅠ

 

지금 복기하면서 되짚어보니

영화에 ‘롱 테이크’가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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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볼 때는 지루하기도 하고, 난해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고, ‘생체실험’이라는 민감한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주인공들을 그리는 데에 

롱테이크 기법은 매우 적실했다는 걸 지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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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만행을 묵과하지 않고

그걸 알리기 위해 희생을 기꺼이 치르는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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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일을 하면서 자신들이 대단하다는 도취감은 1도 없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담담한 주인공들이 더욱 감동을 주었다.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가 그걸 찰떡같이, 담백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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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집요한 주제의식, 

비리를 묘사할 때의 적나라함이 또한 대단했다. ㄷㄷ

 

오랫동안 음미할 만한 일본영화 한편을 발견했다.

<스파이의 아내> 이다. スパイの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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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스피릿 for N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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