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아성 우성 정재

사나예 2019. 3. 9. 03:34

 

 

 

 

 

 

보러 가기 전에 마음을 경건하게 여몄다.

 

그리고 약간은 <동주> 같으리라 예상하면서 상영장을 입장했다.

 

그런데 이건 완연히 또 다른 거였다.

 

 

 

동주는 강하늘을 잘 몰랐고 박정민은 난생 처음 보는 배우였다.

 

그래서 적응은 해야 했지만, 순수한 캐릭터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항거 : 유관순 이야기>는..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이고 익숙했던 고아성이 유관순 열사를 맡았다.

 

이미 예고편, 인터뷰를 보면서 여러번 눈물을 흘렸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단아하게 한복을 입은 유관순의 고아성이 나온다.

 

그리고 죄수복을 입고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마음이 짠했다. 그래도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관순이 방에서 선배 ‘애라’를 만나는 씬에서 심쿵했다.

 

그 전까지는 고아성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언니!’ 하면서 반기는 고아성의 연기에서 비로소 내가 알던 고아성이 보였다.

 

그리고 마음이 덜컥했다.

 

 

 

 

 

 

 

 

 

유관순 역에 고아성이어서 좋았던 건,

 

이 지점이었던 것 같다.

 

 

 

일상적인 모습, 그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한 그 장면에서.

 

 

 

소신에 따라 만세 운동에 참가하고 서대문형무소의 차가운 방으로 왔다.

 

좁은 방에 25명의 여성 수감자가 있는 곳.

 

 

 

감수는 하고 들어왔지만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을 추스르며 애써 견뎌왔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믿고 따르던, 친숙한 선배언니를 같은 방에서 마주친 순간 울컥한 관순.

 

그 상황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연기도 그러해서 마음이 무너졌다.

 

어떤 거창한 역사, 성스럽고 저 멀리 있는 유관순 열사가 아니라

 

고등학생이던 관순을 목격하는 순간 이었다.

 

 

 

 

 

 

 

유관순 열사, 유관순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다. 아니 어쩌면 외국인도 많이 알 것이다.

 

 

 

영화 <항거>는 유관순 열사가 투옥되고 1년의 과정을 그리는 영화이다.

 

 

 

좁은 감옥, 열악한 환경에서 1년 동안 관순과 8호 수인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묘사한다.

 

 

 

관순이 처음부터 투사가 된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는 관순의 모든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자 했다.

 

 

 

 

<밀정>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장면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묘사였다.

 

한지민이 연기했는데 그 배우 잘못이 아니라, 역할의 묘사가 좀 전형적인 점이 많았다.

 

고문을 받아도 의연한, 여성 운동가의 모습.

 

그건 숭고하긴 했지만, 어쩐지 거리감이 있었다. 한지민이라는 배우가 연기는 잘 하지만 특유의 전형적인 톤이 못내 아쉬웠었다.

 

 

그런데 고아성의 관순은 그런 점이 전혀 없었다.

 

열일곱살의 순수한 모습을 잘 대변했다.

 

 

 

관순은 점차 변모해간다.

 

일본 간수들은 ‘독한 년’이라고 절레절레 하는 모습으로.

 

 

 

강인하고, 신앙심이 깊으며, 흔들리지 않는,

 

조선의 영혼을 가진 관순이 되었다.

 

 

 

 

 

 

 

배우 고아성은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외로웠을 작업이 엿보였다.

 

그건 ‘부담스러움’이었을 것이다. 내가 감히 유관순을 형상화해도 되나.

사진으로만 남은 분을, 조금이라도 누를 끼친다면 어쩌나.

 

 

고아성 배우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아니 어쩌면, 그동안 우리 영화나 드라마가 유관순을 다루지 않았기에,

그 막중한 부담과 책임감을 당신에게 지워서 조금은 미안하다고도 말하고 싶다.

 

 

관순이, 그를 연기한 고아성이 힘들지 않게 옆에서 잘 써포트한 배우들도 참 좋았다.

김새벽, 김예은 배우들.

 

 

 

10억의 저예산으로 두달 동안 제작했다는 영화.

 

만듦새는 조촐하지만 완성도는 미흡하지 않다.

 

 

 

진심을 담아서, 

유관순이라는 한 인간의 영혼을 헤아려서 표현했다.

 

 

<동주> <박열>에 이어서 오래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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