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 star

온통 너라는 계절

사나예 2019. 1. 13. 20:30


 

 



 


 


있잖아.

가끔 드라마에서 속으로 친구를 좋아하며 끙끙 앓는 주인공들을 보면

네가 너무 생각나.

그리고 그때의 내가 너무 생각나.

그래서 또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 엉엉 울곤 해.

정말 좋아했었나 봐.

다 잊었어도 가끔씩 툭 풀려 와르르 쏟아질 만큼

너를 좋아했었나 봐.

그거, 사랑이었나 봐.

( p.20)

 



 



책의 기조를 대표하는 문단이 있다면 위의 글과 같다.


<온통 너라는 계절>은 한가람의 첫 에세이이다. 그녀는 인기있는 라디오의 방송 작가이고 2년 전에는 드라마 작가로도 데뷔했다.


 


종종 라디오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데 모두 괜찮았다. 심야 음악 방송 작가의 경우는 감성이 메말랐다 싶을 때 읽으면 감수성에 수분을 공급하는데 효과적이었다. ^^


 


그러한 효과(?)를 내심 기대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는데 아뿔싸. 약간 난감했다. 수분이 과하게 많은 거였다.


본격 사랑 에세이, 라고 명해도 될만큼 책은 작가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구구절절히 표출하고 있었다.


 


북로그컴퍼니의 책도 좋아하는 터라, 책의 예쁘장한 모양새와 편안한 구성에 쉬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사랑, 사랑. 사랑.


기 승 전 사랑.


 


책을 읽노라면 문득 사랑이란 것에 도취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사랑에 대한 견해에 완전히 동조하진 않는다 해도, 진솔함 만큼은 충분히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괜찮은 걸까? 싶을 만큼 저자의 경험담들은 깊고 아픈 이야기들을 담았다.


 


애절하고, 애틋하고, 때로는 미련스러웠던 사랑의 이야기들.


자신을 비하하고 학대하기까지 밑바닥까지 갔던 시절들.


작가는 사랑하고 사랑받았을 때의 황홀감,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끝났을 때의 비참함


그런 모든 것을 여과없이 글로 표현했다.


 


마치 이 책이 아니면 놓쳐버릴 듯이, 비장할 정도로 사랑의 모든 것을 눌러 담았다.


오랜만에 이런 류의 책을 읽어서인지 지금은 살짝 과부하이다.


 


그래도 글 몇 개에서는 나도 그땐 그랬지싶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이성적일 수 없었던.


이제는 다 과거인데, 새삼스럽게 한번 되새겨봤다.


 


저자는 현재도 라디오 작가인데 드라마 작가도 병행할 것 같다.


언젠가 한가람 작가의 작품을 접한다면 한층 친밀하게 시청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한여름의 추억>은 완소 배우 최강희가 나왔다니 언제 찾아봐도 좋겠다.


 


한가람의 첫 산문, 사랑 에세이


<온통 너라는 계절>이다.


 



서툴러서 미안해.

난 네가 보여줬던 그 마음에 가끔 위로를 받곤 해.

네가 했던 그 말은 마치 꽃잎 같아서

봄이 오면 그 꽃잎은 내 마음에 나풀나풀.

그래서 나에겐 이제, 봄이 그때만큼 잔인하지 않아.

(50)


 


 


잘 지내주고 있는 네게 정말 감사해.

나의 첫사랑.

내가 기억하는 그 단단한 네가

여전히 이렇게 잘 살아주고 있어서 나는 참 좋아.

(67)


 


 


보면 모르냐는 너의 눈빛과

네 손의 온도를 전부 기억해.

잊히고 있는 어느 날, 그런 온기 하나로 나 살아가고 있음을.

(98)


 


 


결국 끝은 아무 이유 없이 어떤 설명 없이

무례하고 알 수 없게 이루어진다.

(113)


 


 


사계절 내내 널 만나는 게 아니었어.

하나쯤 너 없는 계절도 하나쯤 있어야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건데.

  ( 152)


 


 


그리움이란 때론

올 풀린 스웨터 같아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것들에

울어버릴 수 있어.

  (170)


 


 


좋은 사람,

좋은 기억.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우린 그때

서로에게 참 대단한 일을 한 거야.

(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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