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right 이웃사랑

번외 _박지리 장편소설

사나예 2018. 11. 4. 23:01


 


 


 


 



지난주에 최은영의 단편집을 처음으로 읽었다. 오랜만에 실력있는 소설가를 발견했음을 느껴서 반가웠다. 그것이 뒷북이어서 머쓱하긴 했지만.

그런데 박지리의 소설도 처음 읽게 되었다. 최은영처럼 실력이 분명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명고 총기난사 사고. 그것은 어느 해 4월에 발생했다.

박지리의 장편소설 번외를 주인공으로 한다. 나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데 동명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그는 지난 해 참사 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 학생이다.



<번외>의 하루를 그린다. 정확히는 12일이다.


 




 

그날은 1년전의 사고가 난지 1년이라 학교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는 아프다는 이유를 대고 조퇴를 한다.


담임 선생님, 양호 선생님, 교문을 지키는 경비아저씨마저 이런 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나는 무작정 학교를 조퇴하고 나왔고 날은 화창했다.


<번외>는 주인공 나가 정처없이 도시의 곳곳을 찾아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로 절반 이상을 그린다.


 


읽으면서는 사실적이고, 날카롭고, 가끔 쓴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2/3 페이지 정도를 읽으면서 색다른 감각이 찾아왔다.


이것들은 다 전부 사실이었을까?


 


가 만난 사람들이 다 실제하는 인물들이었을까?


실제 인물이었다 쳐도, 그 대화들이 다 그대로 나눈 거였을까?


그런만큼 소설은 꽤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오래전에 컬트 영화라는 장르가 붐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때 본 영국 영화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젊은 남자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평가하면서, 하루 밤을 새벽까지 쏘다니는 내용이었다.


그때 나는 영화가 굉장히 염세적이라고 느끼면서도 매력을 느꼈었다.


 


<번외>는 그러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적이고, 또 청소년의 심리를 무척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박지리 작가를 <번외>로 처음 만났다. 작가는 30대 초반에 명을 달리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 당신 소설 좋아합니다라고 쓰고 싶었는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중반 쯤을 읽을 때 음악을 들으며 읽고 싶었다. 유튜브 믹스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곡들을 재생했다. 얼마전에 알게 된 뮤지션인데 <번외>와 분위기가 어울렸다.


 


톡 쏘는 창법은 <번외>의 재기발랄한 문장과 비슷했다.


재능이 뛰어났지만 너무도 일찍 스러진 천재성도 흡사했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씁쓸한 이야기들


 


<번외>는 이야기의 완결성 면에서도 뛰어난 작품이었다.


희미하지만 한 줄기의 빛이 있고,


막연하지만 만져지는 희망이 있는 엔딩이었다.

 

 

 책에서 


 


이야, 반가워. 너 역시 살아 있었구나. 네가 떠난 뒤 네가 붙어 있던 문턱 홈을 볼 때마다 나는 슬픈 마음이 들었어. 너무 못생긴 네가 너무 살고 싶어 하던 게 느껴져서.

왜 그렇게 살고 싶어 했던 거야? ? 네까짓 게 살아서 뭐 한다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 행복한 거야? 행복해?


( 88쪽)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