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에이미 Amy (2015)

사나예 2018. 10. 22. 19:32

 

불미스럽지만 먼저 지적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영국 사람들 당신들 정말 나빴다!! ㅠㅠ

 

2015년 제작 다큐멘터리 <에이미 Amy>를 보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라는 걸출한 여성 가수가 있었는데 술과 마약에 빠져 살다가 그로 인해 스물여덟에 죽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에이미 와인하우스에 대해서는 가수라고 들어서 알고만 있었다.

 

그렇게 좋아한 음악인은 아니었고 관심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이 다큐를 보고 참 안타깝고 슬픈 죽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놈의 재능이란 게 뭐라고 이렇게 젊고 창창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죽음으로 몰은 걸까.

에이미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의 재능이 거둬져서 평범해 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어.”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소울 soul과 재즈를 겸비한 실력파 가수로 2003년에 데뷔했다.

그 때 데뷔앨범이 대성공을 거두었고 3년 후에 발매한 2집은 더욱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그런데 에이미는 서서히 술에 빠져들었고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너무 안타까운게 가장 가깝고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같이 마약을 즐겼다는 거였다.

 

천재적인 예술가, 거기에 부와 성공을 20대에 얻은 영국인의 심정을 내가 접근할 수는 없다.

아마도 그래서 예전에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죽음을 뉴스로 듣고도 그저 딴나라 얘기로 듣고 까마득히 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다큐를 보면서 같은 음악인, 대중매체 종사자들이 에이미를 모욕하고 비난하는 걸 자세히 접했다. 그것들은 도를 넘은 것이었고 인격 살인에 가까웠다.

물론 술독에 절어 살은 에미미가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본인도 문제를 인지하고 재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단지 슈퍼스타라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씹는’(영화의 표현) 풍토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어제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가 오늘 가만히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이것은 비단 영국만의 문제인가. 가수, 배우, 스포츠 스타같은 나와는 동떨어진 사람들의 그들만의 세계에서 벌어진 일인가 하고.

 

그렇다면 이렇게 길게 애끓이며 글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에미미가 파파라치에 시달리고 주류 문화계에서 비아냥을 듣고, 에이미는 다시 괴로워하고 술을 마시고 또 끊으려고 몸부림치고 그런 게 너무도 안타까웠다.

악순환 이라는 단어가 딱 이런 경우였다.

 

남성 가수들, 남성 토크쇼 사회자, 가십 신문사들은 와인하우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적나라하게 보도하고 비난했다.

그것들을 보면서 대중문화가 발달한 한 사회가 20대 젊은 여성을 어떻게 억누르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느낀 깨달음이긴 하지만, 너무도 분개해서 진정을 시키고 와야 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재능이 독보적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렇게까지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을까.

에이미가 스물한살에 첫 성공을 거두고 그 이후에 성공가도를 달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그녀를 공격했을까.

에이미가 젊고 자유롭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20대 젊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들이 그토록 만만하게 모욕했을까.

 

그래미상에서 한 뮤지션이 에이미에 대해 야유를 했을 때 주변의 (아마 업계 관계자들)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BBC 토크쇼에서 사회자가 에이미를 농담의 소재로 삼을 때 객석의 관중들이 빵 터지며 웃더라.

 

정말 소름 돋고 무서운 장면이었다.

 

에이미가 죽어서 들것에 실려나가는 씬을 생중계하는 장면에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양의 대중 음악계란, 저렇게 한 사람을 끝장내고 파멸에 이르게 해야만 속이 시원한 걸까.

 

아주 오래전이지만 배우 리버 피닉스가 죽었을 때 나는 고등학교에서 그 소식을 친구에게 듣고 충격에 쌓인 적이 있다. 이후 한참을 리버 피닉스의 죽음이 잊히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30대가 넘으면서 잊혀졌고 간혹 생각나더라도 허세스런 생각이라고 밀어냈었다.

 

하지만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다큐를 보면서 이건 리버 피닉스의 가수 버전, 여성 버전의 비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영화의 리뷰를 남겨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사회, 대중문화를 발전시키고 찬란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나라들에서

주류의 사람들이, 한 천재적인 음악인을, 순수하고 연약한 20대 청년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그 슈퍼 스타들이 아무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술을 안 마시고, 가정에 충실하고, 봉사를 하고 그런 조신함과 건전함만 보인다면 가만 둔다.

그런데 그 젊은 천재들이 술을 하고, 폭력을 일으키고, 애정 관계의 파탄을 맞고 그런 식으로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늑대가 달려들 듯이 몰려서 물어 뜯는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술을 과음하고, 폭식 하고, 마약까지 한 것을 옹호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스타여도 20대의 완성되지 않은, 이제 인생을 개척해 나가려는 젊은 가수를 이렇게 고통으로 몰은 영국과 미국의 대중매체의 모습이 몹시 충격적이다.

 

<에이미> 다큐를 안 봤다면 전혀 몰랐을 것 같은데, 여러 가지 깊은 성찰을 하게 한 감상이었다.

 

그리고 꼭 리뷰를 남기고 싶었던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에이미가 생을 마감한 날은 나의 생일과 동일했다. 어쩌면 하루 차이도 안 나고 똑같니. ㅠ

작성을 마친 후에 그녀의 노래들을 들으러 가야 겠다.

 

Film spirit

fro N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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