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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독일 영화계가 놀란, 한인 여성감독 조성형

사나예 2009. 12. 15. 21:57
독일 영화계가 놀란, 한인 여성감독 조성형
조성형 감독
‘신종플루’가 아니라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질긴 독감과의 전쟁을 치른 후 어느 날.
베를린의 예술거리라 고집하는 크로이츠베르그(Kreuzberg)의 영화관에서 그녀의 두 번째 영화를 만났다. 그녀의 영화는 독감의 생채기를 꿰매주는 것에서 지나, 외국생활에 노곤한 나의 영혼마저 어루만져주었다.
이미 ‘full metal village’(풀 메탈 빌리지)라는 제목의 영화로 헤센영화상, 슐레지엔 홀슈타인 영화제에서 최고 다큐상을 거머쥔 탄탄한 행보를 걷고 있는 재독 한인여성감독. 게다가 명망 높은 막스 오필스 영화제에서 '막스 오필스 상‘을 수상, 주목받는 한인감독이기에 코끝이 찡해지는 애국적 감흥까지 일면서 말이다.
그녀는 기록영화로 대상을 안은, 이 영화제 28년의 역사상 처음 기록영화의 방점을 찍은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최초의 수상자라는 영예를 거머쥔 신예주이다. 그녀의 질주는 거침없이 계속되었고, 두 번째 성공작 ‘Endstation der Sehnsuchte’(그리움의 종착역)를 낳는 쾌거를 올렸다. 영화전문가들은 동양에서 온 여성감독의 작품에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되었고, 현재 독일 전역에서 상영되고 있다.

# 한국, 독일... 교집합에서 고향을 찾다
이 영화의 무게중심은 우리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발전의 돛대를 달았던 파독간호사와 그들의 고향이야기다. 조미료 잔뜩 친 미끈거리고 자극적인 내음보다는 솔직하고 담백한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이 배경인 이 영화제의 등장인물은 비교적 단순하다. 우자 슈트라우스-킴, 루드비히 슈트라우수-킴 부부, 영숙 타이스와 아르민 타이스 부부 그리고 춘자 엥엘프리트와 빌리 엥엘프리트 내외 등 세 쌍의 부부가 중심인물이다. 하지만 영화의 면면에 흐르는 고향의 의미가 가슴을 친다. 이 세 부부의 생각과 삶의 한편에는 60-70년대 어려운 시기를 눈물의 빵으로 견뎠던 파독간호사와 광부들의 삶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2004년 ‘full metal village’ 만들면서 처음으로 고향냄새를 느꼈다는 조성형 감독. 독일로 온 지 딱 15년 만에 느낀 뭉클함이었다.
“촬영 중 만난 독일 시골마을 사람들에게서 어릴 적 고향의 내음을 맡을 수 있었죠. 그들의 끈끈한 정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자, 이상하게 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일기 시작한 거에요. 한편으론 이러다가 내 고향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두려움도 있었구요.”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조 감독은 그곳을 떠나온 지 벌써 25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그녀를 지탱하는 정체성이자 힘의 원동력이었다. 결국 그녀 자신에게 거는 채근이 이 작품의 시작인 셈이다. 고향을 소재로 한 영화를 계획하면서 독일과 한국을 접목시키는 매개로 남해의 독일마을을 고향으로 승화시켰다. 감독이 조사차 찾아간 남해는 아직도 오래 전 고향을 상키시켜주는 흔적들이 있었다.

# 영화의 길을 걷다
85학번.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다녔던 그녀는 힘든 대학시절을 떠올렸다. 학번에서 보여지듯 그녀가 다녔던 시기는 학생운동의 절정기였고, 그만큼 사회 또한 시끄러웠다. 단순히 안전하게 대학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망설임 없이 미국이 아닌 독일을 선택했다. 독일을 택한 이유는 71년에 파독간호사로 갔다가 4년 만에 돌아오신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고, 반미분위기의 여파도 한몫 했다.
그녀의 꿈은 원래 기자였다. 하지만 유학생활을 지속하면서 예술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싶었다. 독일에서 미술사, 철학, 영화이론을 섭렵했던 그녀는 마부르크 대학을 다닐 당시 예술전용극장에서 일한 탓에 영화를 보는 눈이 길러졌다. 결국 취미삼아 했던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기본기를 다진 다음, 2004년부터 본격적인 영화제작의 길에 들어섰다.
독일에서 여성감독으로 살아남는 것이 힘들진 않느냐는 질문에 담담히 웃는 그녀.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감독으로서 겪어야 할 어려움이죠. 아, 물론 독일 남성스텝들과 일을 할 때 내 나름 확신이 서지 않아 그에 대한 언급을 하면, 솔직함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여성으로서 ‘무능함’으로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여성들과 함께 일하면 서로를 배려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앞으로 여성스텝들과 일해보면 비교가 되겠지요. 하하...”

현재 독일남편과 결혼해 살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노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이 영화에서 찾고 싶었다. 머지않은 미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자신의 물음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옮겨두었고 관객과 소통의 통로를 만들고 싶었다.
기존에 생각했던 기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는, 촬영은 했지만 편집과정에서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한 장면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단다.
“사실 교포 1세대인 간호사와 광부를 주 테마로 다루고 싶었지만 독일 관객들을 함께 아우르고 싶었기에 한독부부에 포커스를 맞추었지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한국인 아내를 따라 남해에 와서 사는 독일남편보다 오히려 한국인 아내가 뒤로 두고 온 독일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것 같아요. 겉으로 보기엔 독일남편들은 언어적 장애 외에는 나름 만족하는 것 같더군요”

# 고향에 대한 사색
조성형 감독은 세 번째 작품에 돌입했다. 다음 작품도 고향을 테마로 한 3부작이다. 우리 역사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반쪽 땅 북한과 동독을 소재로 할 생각이다. 조사작업 후 내년 가을쯤 촬영에 들어간다면, 빠르면 2011년엔 대중 앞에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차기 영화에 대해 묻자 그녀의 목소리는 건전지를 막 채운 기계처럼 생동거린다. 차기작도 고향에 대한 테마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녀의 고향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모양이다.
영화 속 그들은 정말로 고향을 찾을 것일까. 괜한 궁금증이 목을 치밀어 오른다. 영화 속에서 춘자 씨는 나지막히 이야기한다. ‘고향에서 살다보니 때로는 젊은 시절 살고 떠나온 독일이 그립기도 한다고...’ 그렇다면 진정한 고향에 대한 물음에 조금은 가닥이 잡힌다.
이 영화의 총 지휘자인 감독 조성형에게 고향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향이 마냥 동경이 대상이라면 현실에 불만을 가지기 쉽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향은 마음에 마냥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닌, 현재의 삶에서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죠. 원초적 고향이 그립다고 어머니의 자궁으로 다시 들어갈 순 없잖아요.”
글&사진 | 위민기자 박경란
출처: www.wome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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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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