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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칸 원정대 취재일기 - 4. 루브르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묻다

사나예 2008. 5. 21. 01:18

 

깐느(칸) 원정대는 일정 마지막 날 빠리 시내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흐린 일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우리가 깐느에서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한국은 소고기 수입 문제로 시끄러웠다.

 

얼마 전 프랑스 빠리에 거주하시는 닉네임 '파리 아줌마' 블로거께서 프랑스 인들의 광우병에 대한 걱정과 조심스러움을 전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원정대는 실제로 프랑스인들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고 간단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처음의 퍼포먼스는 루브르 박물관 내 분수 광장에서 진행되었다.

 

우리는 불어로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한가?'라고 묻는 피킷을 들고 돌아다녀 보았다.

 

그리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개의 프랑스 인들은 '농(Non, 아니다)'이라는 의사 표시를 했다.

  

하지만 우리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의사 표현 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많았다.

 

관내에서 마주친 미국인들 중에는 처음에 관심을 보이다가 영어로 질문의 뜻을 들려주자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말 없이 노려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미국인들의 그런 불만 어린 표정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미국인 중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호응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 누군가 우리에 대해 신고를 했는지

 

무장한 경비원 몇이 우리를 둘러쌌다.

 

그리고는 우리들이 들고 있는 피킷을 빼앗아 살펴보기 시작했다.

 

경비원들은 박물관 내에서는 이런 행사를 할 수 없다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의 이벤트를 일종의 시위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루브르에 있던 그 시간에 빠리 시내에서는 사르코지의 우파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래서 보안 요원들이 더 민감해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메리카'라는 단어 때문에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것도 같았다.

 

결국 우리의 설문 조사는 박물관 밖으로 떠밀려 나갔다.

 

사르코지 당선 이후 프랑스 정부 역시 미국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어쨌거나 우리가 만난 프랑스인들 중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믿는 프랑스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안전하지 않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있어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왜 이런 것을 물어보느냐고 질문했다.

 

우리는 '한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미국산 소고기를 전면 수입하려고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제서야 프랑스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의 취지를 이해했다.

 

그리고 그들의 엑스(Non)는 더더욱 단호해 졌다.

 

물론 프랑스의 소고기는 절대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에서 기르는 한우의 경우도 일정 부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의견들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나는 기본적으로 '안전 여부를 떠나 소고기는 될 수 있으면 적게 먹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소고기 중 현재 가장 위험한 소고기는 당연히 미국산 소고기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씩은 다 위험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위험한 것을 골라 먹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권리이다.

 

 

우리는 루브르에서 한국 유학생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 유학생 역시 우리에게 왜 이런 이벤트를 하느냐고 물었다.

 

프랑스에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한국의 소식을 잘 들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국에서 5월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부위와 연령에 거의 제한 없이 수입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유학생 역시 무척 놀라면서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깐느와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두 세 번 정도 소고기를 먹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먹을 때와 같은 찝찝함은 없었다.

 

프랑스의 농업 경쟁력과 그들 국민의 자존심을 생각해 보건데

 

미국산 소고기가 그들의 밥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 프랑스 왕정은 닭의 사육을 권장했다.

 

그래서 닭은 프랑스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송아지 요리' 역시 프랑스가 원조라고 보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듯이

 

프랑스 인들 역시 소고기 요리를 무척이나 즐긴다. ( 음식의 천국이니 뭔들 없을까마는)

 

어찌 보면 서양인들의 소고기에 대한 애착과 집착은 어쩔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햄버거는 반드시 소고기를 사용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광우병은 '소고기'에 대한 서양인들의 집착에 경종과 교훈을 남겼다.

 

 

더 맛있고 더 많은 소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이 결국 광우병을 낳은 것이다.

 

소 갈비 요리의 고향인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이지만, 어쨌거나 나는 다른 고기와 마찬가지로 소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고기를 먹게되는 빈도수는 점점 더 줄어들 것 같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소고기'를 먹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우리의 욕망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소에게 더 이상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임에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더 맛있는 고기를 더 많이 먹고 싶은 욕망,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더라도 이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그릇된 관념이 광우병 문제의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 전 파병을 거부한 프랑스.

 

그래서 미국인들은 한 때 프랑스인들을 미워했고

 

'프렌치'가 들어가는 요리 메뉴들이 미국의 식당에서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엉뚱하게도 정치가 음식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번 미국산 소고기 수입 논란은 아마도 반대인 것 같다.

 

음식이 정치에 영향을 주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 사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말았다.

 

물론 미국이 타국에게 자국의 소고기 수입을 강요한다고 해서 한국인들에게 더 큰 반미감정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인들의 분노 역시 미국을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아무런 준비와 대책도 없이 덜컥 수입을 결정해 버린 정부를 향한 것이니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의 부시 정부와 점점 더 밀착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이나 정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사르코지 정부가 우파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몰래 감시하거나 이유 없이 사법 처리한다는 소식을 빠리에서는 듣기 어렵다.

 

어쨌거나 '소고기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리고 '시위 문화'에 있어서 만큼은 당당하고 건강한 프랑스가 부러운 하루였다.  

 

출처 : 블로그 오프라인
글쓴이 : 라비벨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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