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책을 읽을 때
풍찬노숙 이라는 단어가 꼭 나온다.
막연히 떠올리긴 하였는데 <봉오동 전투>로 그 단어를 확인한 기분이다.
못 자고, 못 먹고
군사력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첫 번째 승전을 이룩한 전투.
지난 몇 년동안 항일영화가 꾸준히 나왔고 퀄리티도 일정 이상이었다.
<암살>을 필두로 <동주> <밀정> <군함도> 등.
개봉날 보고 앓이 하다가 두 번째로 보고 왔다.
다시 보니까 ‘산악 영화’로도 보였다.
봉오동 전투 자체가 산악전 이었기에.
영화는 묻혀진 역사를 재현한 기본 소임을 이행한데다
의문의 1승으로 산악 영화로 거듭났다.
아쉬운 점들도 분명 있을 거다.
허나 ‘봉오동 전투’를 전면적으로 그린 상업 영화로
이보다 더 온전하게 만들기는 힘들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지루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또한 ‘명량’과는 달리 CG 사용이 거의 없기에
매우 실감 나게 다가왔다.
1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소 섭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 저런 지형이 있었나?’싶은
그리고 만주 봉오동 같은 산악을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독립군 자체도 출신과 지역이 다 다르고,
일본군은 일본인들이 연기하며
템포를 조절하여 유머러스한 면들도 적절히 삽입했다.
총 제작비 190억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들여서
진심으로 뚝심있게 밀어붙인 영화.
영웅주의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한명 한 명 독립군들이 가슴 벅찬 멋짐으로 다가온다.
앞줄에는 어머니와 자녀들이 보고 있었고
극장을 나왔을 때
어떤 남자아이가 아빠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아이들이 무엇을 느꼈을까.
잔혹한 리얼한 묘사들에는 일단 충격은 받았을 것 같다.
하지만 2번째로 보니
그 ‘잔혹한 묘사’가 이유와 맥락이 있더라.
변호인과 동급의 흥행속도라는데
관객수를 넘어서
개인적으로 인생 영화 갱신인 거 같다.
이번주에 또 보러 가야지~
안 그래도 극장이 제일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