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버닝

사나예 2019. 7. 20. 02:53

 

 

 

 

 

 

 

 

 

 

 

 

 

 

 

 

(결정적인 단서가 있고 글에 결말이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영화 글을 쓰기까지 참 어려웠다.

 

작년 이 맘때 영화를 보고 간단평을 올렸고

 

간혹 생각났는데

 

 

 

영화가 어려웠다.

 

 

 

딱 1년만에 심야에 다시 본 <버닝>.

 

역시 생각할 거리, 이야기할 거리가 풍부한 영화임을 재 확인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버닝>은 상복이 없었던 것 같다.

 

영화의 만듦새, 창의성, 모호하지만 깊이있는 철학에 비하면 영화제에서 별로 상을 타지 못했다.

 

 

 

다시 보니 역시 유아인의 연기가 너무도 탁월했다.

 

혜미 역할의 전종서도 괜찮았다.

 

작년에 봤을 때는 좀 어설픔도 느꼈는데 오히려 신선함이 있었다.

 

 

 

 

 

 

 

유아인이 맡은 종수.

 

그의 당혹스러움과 분노가 이번에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번 버전이 달라서 많이 놀랐다.

 

 

 

작년 극장본 엔딩은

 

종수가 벤을 살해하고 혜미의 집안에서 노트북으로 소설을 쓰는 씬이다.

 

그런데 이번 버전은

 

종수가 소설을 쓰고 그 다음에 벤을 죽인다.

 

 

 

이게 무슨 차이냐면

 

앞 버전은 예술적인 여지를 남겨서 이게 소설 얘기인가 싶었는데

 

지금판은 좀 더 장르적으로 명확한 것이다.

 

 

 

 

 

 

 

성경구절 몇 가지가 생각나는 영화였다.

 

‘악에게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롬 12:21)

 

 

 

스티븐 연이 절묘하게 연기한 ‘벤’은 분명 악의 형상이었다.

 

겉으로는 젠틀하고 종수를 깔보면서도 표현이 번지르르 한게 더욱 빡쳤다.

 

종수는 한번도 불쾌함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다가 혜미가 실종되자 결국 폭발해서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악에게지지 말고 선으로 이기라.

 

여기서 중요한 건 ‘선으로’였다.

 

종수는 분명 벤을 살해해 버려선 안 되었다.

 

 

 

그러면 혜미를 더욱 찾을 수 없게 된다.

 

종수는 벤이 혜미를 죽였다고 확신하고, 동시에 벤이 절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도 확신하고 자기가 처리해 버리게 되었다.

 

 

 

다시 봐도 벤은 너무도 빡치는 캐릭터였다.

 

충분히 적대감을 가질 만 하다.

 

종수의 극단적인 공격에 반대하게는 되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종수가 일면 이해되기도 해서 너무도 안타까웠다.

 

 

 

 

 

 

 

나는 왜 이렇게 벤이 싫은 걸까.

 

혜미 캐릭터를 그다지 좋아한 것도 아닌데

 

유아인의 종수 캐릭터에 많이 이입하였던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기까지 참 마음이 복잡했고

 

왜 굳이 나 혼자 이런 곱씹음을 해야 하나, 외롭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누군가는

 

종수처럼 현실에서 분노를 삭이고 있을 청춘에게

 

<버닝>이,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공감대를 주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쳐본다.

 

 

 

그렇지 않대도

 

단 한 사람 누군가 <버닝>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씨네필이 있다면

 

그대에게 바치고도 싶다.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로 고생했을 이창동 감독님께

 

혹은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써낸 시나리오 작가님께

 

그 피땀 어렸을 고통스런 창작의 고통에

 

경의를 표해 드리고 싶다.

 

 

 

두서없는 글이었다.

 

언제 다시 보고 조금 정제된 글로 표현해 보고도 싶다.

 

 

 

아무튼

 

유아인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

 

 

 

 1st

이창동 감독의 신작을 보고 왔다.

 

와 정말 놀라운 작품이었다.

하나하나 해석하면서 보게 되는 영화. 그런데 그게 유럽 아트 영화처럼 어색하고 거리감 있는 그런게 아니었다.

 

개봉일에 비를 뚫고 보러 갔던 건 감독님의 8년만의 영화여서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8년전 <> 때 극장에서 보아 드리지 못한 게 두고두고 왠지 미안했었다.

 

영화란 게 어찌됐든 상업 문화인데 이렇게 의무감이 개입된다는 게 신기하기는 하다.

그런데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들과는 <초록 물고기>때부터 같이 해 왔기에 정말 의 영화 같지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모티브로 하였지만 많이 개작되어 감독만의 개성있는 이야기로 탄생했다.

 

 

 

 

 

 

종수. 유아인이 맡았다. 유통업체에서 알바를 하는데 어느날 나레이터 모델을 하는 여자로부터 말을 건네받는다. 모르는 예쁜 여자가 자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종수는 놀랐다.

이종수?” 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나야. 신해미.”

알고 보니까 초딩 때 동네 친구였다.

 

둘은 그날 저녁에 술을 먹고 친해졌다. 해미는 취해서 발그레해져서는 부탁할 게 있단다. 자기는 얼마 있다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는데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 밥 좀 챙겨주라는 것.

해미도 넉넉한 형편인 건 아니었지만 돈을 번 걸 다 모아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로 가는 거라고 한다.

내가 고양이 데리고 가면 되는 거야?”

아니. 우리집에 매일 와서 돌봐줘. 고양이는 낯선 데 가면 싫어한대.”

 

며칠후에 해미의 집으로 가고 둘은 정사를 나눈다.

해미는 다음날에 바로 아프리카 케냐로 날아 갔다. 해미의 마음이야 모르겠지만 관객은 종수가 해미에게 사랑에 빠져버렸음을 눈치채게 된다.

 

종수는 몇 주 후에 해미의 전화를 받고 기쁘게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 그런데 입국하는 해미의 곁에 왠 남자가 있다. 둘은 케냐 공항에서 알게 되어 오빠 동생 하게 됐단다.

종수가 자신의 트럭으로 운전해서 해미와 남자를 서울로 데려다준다.

차 안에는 쌔하고 어색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아 보면서 정말 스티븐 연이 얄미웠다. 스티븐 연도 재미교포 배우이고 역할도 이라는 교포 출신 한국인으로 나온다. 어찌나 얄밉던지, 해미가 그 오빠에게 끌리고 맨날 만나는 것을 말리고 싶었다.

내가 만약 해미의 동성친구였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벤 버리고 종수한테 더 잘 해주라고 할 것 같았다.

 

종수는 주인공이면서 화자이기도 하기에 투명하게 그의 모습이 보여진다. 하지만 벤은 스티브 연이라는 배우도 낯설고 그 역할도 너무나 의뭉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서른을 갓 넘은 나이에 반포동의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지는 그냥 일반적인 궁금증에 속했다.

 

그의 말하는 화법, 내가 평소에 거의 안쓰는데 정말 재수없다는 말을 유발하는 표정들.

재미교포 한국인 청년이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사람이 심지어 한국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한다손 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시선에서 그럴 수 밖에 없겠지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벤은. , 근데 왜 자꾸 리뷰 지면은 이 사람 얘기로 이어가는거지.ㅎㅎ

그만큼 벤이라는 등장인물과 스티브 연의 모습이,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본 적 그런 초유의 악역이었다.

이 캐릭터가 소름끼치게 거부감이 드는 것은, 벤 스스로는 한껏 젠틀하다고 젠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 진짜 완벽히 설명하지 못하겠고 궁금하신 분들은 꼭 확인해 보시라.^^

 

아무래도 다시 봐야겠는 것이 거장의 신작이어서기도 하지만.

이 캐릭터에 대해 이토록 반감을 갖는 감상에 대해서 곰곰이 반추해야 겠어서 겠다.

 

<버닝>은 객관적으로 정말 잘 만든 영화였다.

칸느 영화제 경쟁부문 작품에 초청될 만 하다.

영화제가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아니고 승부욕을 부리는 게 좀 그렇지만.^^

 

8년 전에 <>가 각본상을 탄 만큼

<버닝>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밀양>을 나중에 비디오로 보면서 전도연 만큼이나 송강호가 연기를 최고로 했다고 느꼈다.

우리 남자 배우도 이제 상 좀 탈 때가 되지 않았나. ^^

 

영화에는 불 타는 이미지가 중요한 메타포로 등장한다.

제목도 Burning.

한편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은 물의 이미지가 가득했다.

비가 내려서 길 여기저기에 웅덩이에서 빗물이 플로잉 Flowing 하고 있었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은유들이 흘러 넘치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초록 물고기>부터 <오아시스>까지 감독님의 작품들을 정주행 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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