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진짠지는 알아
I know what’s real.
_Harrison Ford
원작을 모티브로 2017년 새롭게 리부트한 작품.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감상했다.
지난 몇 달 동안 예전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1980년대 작품들이 있었는데 세월의 간극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움을 느껴서 소름 돋았었다.
2017년작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서 자꾸만 원작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새삼 <Blade Runner>(1982)가 얼마나 끝내주는 영화였는지를 느꼈다.
헐리웃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각광을 받은 작품도 있지만 ‘저주받은 걸작’이라거나 소수의 매니아층의 열광과 지지를 얻은 작품도 있었다.
후자에 속하는 영화 중에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블레이드 러너였다.
나는 1993년에 감독 편집판으로 재개봉했을 때 스크린으로 봤었다.
그 이후에도 비디오와 브라운관을 통하여서 몇 년에 한번은 보면서 「엄지 척」한 영화이다.
신예 드니 빌뇌브가 메가폰을 잡고,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서 만들었다.
사실 보면서 이런 투정이 자주 흘러나왔다.
‘거 참 되게 폼 잡네.’
원작의 아우라가 아무리 대단하다지만, 상업영화 치고는 롱 테이크도 많고, 절대 친절하지 않게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기승전결의 전 부분 쯤에서 꽤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다시 관람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일사천리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2시간 45분의 긴 러닝타임을 무사히 마쳤다.
리부트 신작을 보고 나니, 원작이 절실히 보고 싶어졌다.
영화가 다소 지루하였지만 이런 느낌을 선사받았으니 영화의 소임이 이거였는지도 모르겠다. :D
두 씨퀀스를 건진 것만으로 소득은 있었다.
하나는 이 영화에서 백미라고 꼽을만한
대커드와 조의 결투 장면이다.
대커드에 노년의 해리슨 포드가 그대로 출연하였고, 수사관 조는 라이언 고슬링이 맡았다.
다음은 엔딩 씬이다.
<블레이드 러너> 원작에 대한 기억이 아련해서 까먹고 있었는데
눈 내리는 황량한 공간과, 신디사이저 풍의 배경음악이 기억을 불러냈다.
아, 이 따뜻함.
원작 블레이드 러너가 다른 SF와 다른 차별점이 바로 이거였다.
눈을 즐겁게 하는 황홀한 미래세계,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소재 자체는 타 SF에도 나온다.
그런데 뭉클한 휴머니즘, 반젤리스의 음악이 블레이드 러너에 자신만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SF 하면 으레 차갑고 건조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리플리칸트가 뭉클했다.
복고풍의 악기 편성을 바탕으로 한 아련한 OST가 환상적이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스타일은 바뀌어도 존 윌리암스의 스코어는 동일했는데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반젤리스의 원곡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명장 한스 짐머가 참여해서 작품을 빛냈다.
하긴 원작 블레이드 러너를 어떻게 능가하겠는가.
드니 빌뇌브 감독은 성경 ‘창세기’의 라헬을 거론하면서 레이철에 빗대기도 했다.
원작에선 볼 수 없었던 설정.
블레이드 러너 원작을 어서 보고 싶다.
아쉬운 대로 반젤리스의 OST부터 찾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