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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사나예 2008. 4. 8. 00:05

이 짧은 글에서, 필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 작품을 경유하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분석할 순 없다. 그러기엔 필자는 그의 영화들을 다 보지 못했고 또 관객들의 다양한 평가도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는 2001년 개봉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의 토토로’를 극장에서 보았고 2002년에 이 작품(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하 센과 치히로)를 보았다. (‘원령공주’는 흔히 말하는 불법테이프로 보았으나 조악한 화질과 자막없음으로 인해 좋지 못한 감상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해 말할 순 있으리라.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령공주’ 때 이 영화가 마지막이라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종의 은퇴선언을 번복하고 이 작품에 착수했을 때에는 그만한 의욕과 책임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령공주’의 말미에 ‘살아라’라는(마치 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 ‘이키루’를 연상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하야오는 또 한번 ‘삶’을 이야기한다. 그 대상은 부유한 가정에서 (외동딸로) 성장한 10대 소녀 ‘치히로’다. 이 아니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기도 하고 ‘오즈의 마법사’같기도 하다. 치히로의 아버지(가장)는 일본의 버블 경제를 얘기하지만 아우디 차를 몰고온 것으로 봐서 이 가정은 불경기를 극복한 것 같다. 나약하기만 했던(아니 어쩌면 이 시대 중산층의 아이가 모두 그럴 것이겠지만) 치히로는 부모님을 잃고 하쿠의 도움을 받아가며 놀랄만큼 ‘다른 세계’에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다른 세계의 미장센은 현실과 신화가 섞여있고, 일본과 중국( 및 타 아시아 국가) (의 주거 및 건축), 인간과 요괴들이 섞여 있는 알 수 없는 공간(또 시간)이다. 원령공주에서처럼 (맥락은 다르지만) 노인이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일본의 전형적인 다신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장르
일본 애니메이션
출연

 

 

 

 

 

 

 

 

 

또한 자연속에 신이 있다는 애니미즘의 영향으로 ‘하쿠’는 (요괴이고 용이면서) ‘강’으로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 나온다. 하야오는 그의 전작들에서 인류의 문명이나 전쟁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한 것을 꾸준히 비판해 왔다. 그의 영화들에서는 새로운 공동체나 이상향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주의자(공산주의)라는 말도 들었고, 무정부주의적이거나 반파시즘적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곤 했다. <센과 치히로>에서도 ‘인간에게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인간에 대한 강한 환멸을 표현한 것이다.

일본에서의 <센과 치히로>의 대흥행은 다분히 일본적 문화현상의 하나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센과 치히로는 재미있는(음악이 좋고 화면이 예쁜) 애니메이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남았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터널속으로 들어갔다가 같이 모험을 하고 터널로 나와서는 한바탕 꿈을 꾸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예전 애니메이션들, (tv용의) ‘미래소년 코난’ ‘알프스 소녀 하이디’나 간접적으로 참여한 ‘빨간머리 앤’ 등은 지금의 2,30대에게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외의 작품들은 소수의 추종자들(일명 오타쿠)에게 칭송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우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다른 크리에이터의) 아니메는 ‘반딧물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 일련의 서정적 작품들, 또는 ‘공각기공대’ 등의 sf물이라 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데즈카 오사무’가 종종 더 평가받기도 한다. 물론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그 기술적 완성도에 있어서 눈요기를 제공한다.

현실로부터 도피해 달콤한 꿈을 꾸게는 하지만 그것이 현실과 연결되는 힘은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 일본관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그 효과가 미미한 것 같다는 말이다.

제작년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못봐서 어쩌면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음악은 정말 좋은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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