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 전에 이 책을 샀었다.
책의 존재를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 과정을 거치고, 완료하면서
정말 행복해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꼭 만나고 싶은 책이었고, 기다리는 과정이 다 즐거웠다.
40여일 동안 책을 자유롭게 읽어 나갔다.
때로는 페이지터너로, 때로는 느릿하게, 묵상하기 위해 잠시 덮어두면서.
헨리 나우엔 Henry Nowen 은 가톨릭 사제이며 저명한 작가이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진정한 팬을 자처한다.
이번 책 <분별력>은 그리스도인으로써 '분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룬 책이다.
때를, 사람을, 상황을 우리는 언제나 선택한다.
사소한 선택들이 있고, 삶의 고비에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우리들.
신앙인은 기도를 통해, 가까운 이들의 조언과 격려를 통해서
선택을 결정한다.
분별력은 그 선택을 하게 하는 원천이고 동력이다.
헨리 나우엔의 글은 어렵기도 하지만 또 편안하기도 하다.
요즘 도서관에서 새로 나온 C.S 루이스의 책을 빌려 천천히, 집중해 읽고 있는데
루이스에 비하면 헨리 나우엔은 양반이다.^^
그러나 깊고 넓은 영성 Spirituality 에서 우러난 한 문장, 한 문장은
결코 허루투 읽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헨리 나우엔의 글이 좋은게,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토로하기 때문이었다.
사제로써 홀로 고독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게 힘들었는지
그런 것을, 어떤 치장도 없이, 때로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종교를 떠나서, 자신의 치부까지 담대하게 드러내는 글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책 또한 그러하다.
아직 3분의 1까지를 읽었다.
어떤 부분은 되새기고, 명확히 이해하려고 재독, 3독을 했다.
이런 경험이 흔하지는 않은데 참으로 유익함을 얻고 있다.
어떤 시구(詩句)나 성경 구절이 특별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 때,
자연이 노래하고 피조세계가 그 영광을 드러낼 때,
인생길에서 특정한 사람을 만난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을 때,
중대한 사건이나 시사 문제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때는 그것들이 가리키는 하나님의 뜻에 주목해야 한다. 분별은 그러한 표징을 읽고 하나님의 메시지를 알아채는 것이다. (8쪽)
때를 분별하는 것은 크게 3가지 범주에서 행해진다.
행해야 할 때를 아는 것,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것, 끌려가야 할 때를 아는 것.
이 간명한 분류가 나를 두드렸다.
흔히 행하는 것, 멈추는 것은 많이 이야기하는 데
'끌려가야 할 때' 라고?
아직 다 읽지 못해서 명쾌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떤 의미인지를 알 거 같다.
끌려간다는 것이 이전까지는 부정적으로 여겨졌지만
주님의 명령에 의해, 성령님의 강권에 의해서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
아직은 이러한 '낮아짐'에 익숙치 않고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신앙으로 도약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앙 책으로써 찾던 책이고, 그냥 책(!)으로서도 비범한
요즘의 원픽 <분별력> 이다.
책 에서
이 책은 영적 분별에 관한 책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과 우리가 벗 삼은 자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들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별하는 능력을 훈련함으로써 우리는 부르심을 확인하고 소명을 찾을 수 있습니다. (32쪽)
작은 사건들, 생각들, 삶의 정황들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소명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삶 안팎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상황들을 대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성령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일하시는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표징으로 그 사건들과 상황들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 p.151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인내는 수동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은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거나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르다. 인내하는 기다림은 능동적인 기다림이다.
우리는 인내하는 기다림 속에 우리가 기다리는 것의 표징을 발견하기 위하여 현 순간을 오롯이 누리며 산다.
분별은 하나님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새롭게 드러낸다. 전에는 인생에서 아주 중요해 보이던 것들이 더는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님 마음에 가까워질수록 성공하고 인기를 얻고 영향력을 갖고 싶은 욕망이 줄어든다. 이전의 관심사는 의식 저편으로 밀려나고, 새로운 소명과 새로운 방향을 따라가면서 뜻밖에 내면의 자유를 경험한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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