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배우님이 메가폰을 잡은 첫 연출작.
작년에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하려고 검색했는데
우선적으로 만난 ‘정보’ 가
‘영화를 조롱하는 조’ 였다.
첫인상을 그렇게 새겨놓았더니 그동안 그렇게 인식하고 있던 영화.
와 그런데 이 영화 그런 영화 아니다.
그렇게 놀림감이 될 영화가 전혀 아니다.
경찰인 박형구가 주인공이다.
50여명 남짓이 사는 시골의 소도시 마을.
그 곳에서 방화 사건이 벌어져 사람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형구는 이걸 조사하는데
무언가 마을 사람들 전체가 수상함을 감지한다.
그런데 어느날
마을회관에서 사람들하고 술을 마셨는데
그게 과음이 되었고 주민인 한 남자 집에서 잠을 자게 됐다.
자고 깼더니
그 남자가 “선생님 이제 일어나셨어요?” 라고 한다.
경찰이라서 선생님이라고 하는건가? 여긴 박형구.
그런데 자기가 진짜 선생, 즉 마을의 학교 교사라는 것이다.
정말 농담이 아니라 이게 “머선 129?”
남 전화기를 빌려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더니
없는 번호라고 한다.
자신과 가족이 사는 집 아파트로 달려간 형구.
여느 때처럼 “삑삑삑삑” 비번을 눌렀는데
으아니 번호가 틀렸단다.
세 번, 네 번 하고
집에 있을 아내 이름을 다급하게 크게 부르는 박형구.
그 소리에 옆집 이웃이 나왔는데
나오더니 기겁을 하면서 “누구시냐”고 한다.
“지성 아빠”라고 부르면서 자녀들도 알고 지내던 이웃이 나를 모른단다.
소란에 문이 열리고 왠 낯선 아저씨가 나와서는 무슨 일이냐고.
집으로 뛰어들어갔지만 집 안은 전혀 다른 인테리어이다.
영화를 보는 나도 어리둥절하다.
이게 뭔가.
아무튼 박형구는 이름은 그대로 인데
선생님 박형구가 되었다.
아내도, 두 아들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알아보니 자신은 독신이었다.
영화는 이러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물로 전개된다.
박형구 역을 맡은 조진웅은 연기를 찰떡같이 하고
그 자신도 ‘미쳐 환장하겠는’ 신변의 변화에
관객인 나도 동참하며 보게 된다.
아마 ‘혹평’을 내가 접했던 게
이런 점 때문인 듯 하다.
영화의 묘사와 전개 방식이 친절한 편은 아닌 것.
유체이탈자처럼 열두시간 마다 사람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순간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그리고 그걸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하게 된 사내.
영화는 이를 따라가게 한다.
마침내 엔딩에 이르면
무언가 명료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해 온다.
극 중 대사 중에
“쉽지 않지만 복잡하지도 않아” 라는 박형구 대사가 있다.
딱 이 영화가 내겐 그랬다.
쉽지는 않은데 복잡한 얘기를 하려는 영화도 아니라고-.
주연 조진웅을 제외하고는
조연들, 처음 보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역시 배우 출신 감독님이 연출해서인지
다들 연기가 환상적이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연기 들이다.
찜찜한 거 같으면서도
또렷한 메시지와
묘~한 따뜻함이 있었던 영화
<사라진 시간> 이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감독님의 진중하고 치열하신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