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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영 <시로 쉼표> 시집 -도서협찬

사나예 2021. 3. 14. 21:10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설, 에세이를 막론하여 미문이다 싶은 글은 리듬감이 있다.

시처럼 느껴지고 노래가사 같은 운율이다.

 

미지의 작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기대 반 낯설음 반인데

나에게 시인의 경우는 낯설음 분량이 컸다.

이번에 모처럼 새로운 시인을 만났다.

 

전선영의 시로 쉼표.

감사하게도 취향 저격이었다.

 

친근함. 이게 시집의 가장 큰 특성인 거 같다.

 

따뜻하고 정겨운 어휘와 언어들로 시집을 가득 채웠다.

다정 다감한 詩語 들 또한 친밀함을 한층 높혔다.

 

 

소나기

 

어제까지

안전했던 그 사람이

갑자기

위험한 존재가 된다

사랑은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 같다.

 

이 시에는 꺅! 하고. (웃음)

 

 

너에게

 

추운 겨울 말고

과한 여름 말고

딱 봄만큼만

따뜻하자.

 

따뜻하자 란 행이 좋아 뇌뇌였다.

 

 

기적 소리

 

말간 하늘에 별안간 양떼구름 모여들더니

연기가 몰씬몰씬

소리가 쿵쿵쿵쿵

빈 들판에 꼬리 길게 끌며

기적을 울리는 열차가 달려 온다

소경 눈을 뜨고

말문 트인 벙어리 행복 웃음

앉은뱅이 일어나 걷는다

역사를 빠져나가는 기적 소리

소리 주인 찾아

오늘도 숨 가쁘게 달려간다.

 

 

작가의 시 중에는 동요 같은 작품도 여럿인데 의외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별 선물

 

썰물처럼 떠나간 너는

그리움으로 밀려 오고

네가 모두 빠져나간 후에야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사랑을 배웠다.

 

 

썰물아 이젠 그만 밀려 오렴. (눈물 닦고)

 

 

아래 작품은 가장 최근의 나인 거 같아서 뜨끔했다.

 

 

숨 쉴 틈

 

네모 격자판 위 모서리만을

위태롭게 걸어왔다

 

틀 안에 가두려는 것들

틀 밖에서 유혹하는 것들

것들과 것들의 사이

위태로운 경계를 말이다

 

날 선 모서리에 발이 베이고

틀 안의 넓은 공지에 잠시 숨을 고르다가

그 공지 점점 좁아지는 답답함에 못 견디어

다시 경계의 가장 끝자락을

위태롭게 걷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격자무늬들 틈을 따라

틈과 틈 사이에서

잠시 졸다 보면

 

어느 틈엔가

같은 자리만 맴맴 돌아버리는

무언의 일상.

 

 

 

추억, 환희, 슬픔, 치유 등을

때로 담담하게 때로 격정적으로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소재와 형식이 다 달라서 어느 하나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그대는 참 예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되게 평범한데도 이상하게 뭉클했다.

시인이 딱 나에게 건네는 말 같아서.

 

 

그대의 손,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담백하면서 진정한 위로를 전달해 주어 암송하고 싶은 작품들이다.

 

 

책 표지의 뒤편에 수록된 생동은 가을을 노래하였는데

계절을 으로 바꿔 읽어도 와 닿았다.

 

 

전선영 시인은 시로 치유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으시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 읽었지만 시 치유 라는 게 뭔지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감정 날씨을 옮겨 적어 본다.

 

감정 날씨

 

구름 낀 날

바람 부는 날

비 내리는 날

그리고 손꼽아 맑은 날

 

자연 날씨도 그러한데

마음 날씨 어찌 늘 맑음일 수 있겠어요

 

고요하게 타오르는 불덩이

 

세상은 더 많은 것을 가지라 하지만

가능한 가장 단순하게

살아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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