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세스 노터봄의 <유목민 호텔>을 읽었다.
책은 기대 이상으로 흡족함과 기쁨을 안겨준 산문이었다.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 소설가 노터봄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
마주한 풍경과 만난 사람들을 수려한 문체로 담았다.
네덜란드의 작가의 글이 어떠할지 사실 예상이 전혀 안 되었는데
<유목민 호텔>은 너무도 멋지고 문장들도 아름다웠다.
1930년대 태생인 저자라서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꼈지만
글을 통해서 만나는 세스 노터봄은 전혀 그런 간극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베니스, 감비아, 독일 뮌헨, 아일랜드, 이란, 모로코, 호주, 영국, 일본,
스위스 취리히, 말리 등을 저자는 여행하면서 멋진 여행기를, 주옥같은 문장들을 남겼다.
네덜란드 인이면서 동시에 유럽인이고, 세계인으로서 보고 겪은 일을 기록하는 저자의 글 스타일이 너무도 경이롭게 다가왔다.
순서는 어떤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았다.
나라와 대륙, 여행한 시기를 종횡무진으로 구성했다.
이러한 장르의 책에서 보통 질서정연하게 어떤 카테고리로 규정한 책에 익숙했던 터라
처음에는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소와 시기에 구애받지 않는, 노터봄의 자유로운 글에 빠져들면서
그러한 제약들은 하나도 의식이 되지 않았다.
네덜란드 작가로서도 처음 좋아하게 된 분이 되었고
여행기 라는 걸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문학의 경지로 자연스럽고 멋지게 녹아드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글에 친밀감을 느끼고 편안해지면서
곳곳에서 위트가 넘치는 부분을 만날 때는 짜릿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낯설은 작가의, 미지의 장소와 과거들이 어우러져서
한편의 멋진 여행 문학을 완성한 걸작이 아닌가 싶다.
<유목민 호텔> -시간과 공간에서의 여행
옮긴이 금경숙 님이 네덜란드어를 직역해서 더욱 완전하게 다가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