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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

사나예 2019. 11. 21. 03:48

 

 

 

 

 

 

 

 

 

 

독특한 프랑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를 며칠전에 보았다.

 

영화는 본격 종교 판타지, 기독교 풍자 코미디였다.

 

주인공 꼬마 아이의 오빠가 예수이고(!) 그 아이가 새로운 신약성경을 쓴다는 스토리가 줄거리다.

 

벨기에 감독의 영화. 아무래도 유럽에선 종교 콘텐츠가 우리보다는 다양할 것이다.

그동안 소설·영화에서 기독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꽤 많았다.

 

풍자, 코미디, 판타지로써 종교·기독교를 이 영화는 본격 다루었다.

코미디나 판타지는 재밌자고 웃자고 만드는 장르.

 

그런데 예수가 등장하고 신이 등장하고 기독교를 텍스트로 하니, 마냥 편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볼 때도 어안이 벙벙했고, 이 영화는 『내 깜냥으로는 리뷰할 수 없겠구나』싶어

자신있게(?) 패스했었다.

 

그런데 며칠이 흐른 지금 그래도 몇 가지가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어서 몇자 끄적거려 본다.

 

 

우선 한국어 제목은 상당한 오역 誤譯이다. 제목은, 짧은 불어 실력인 내가 봐도 ‘이웃’ ‘산다’가 전혀 안 들어갔다.

그대신 새로운 성경 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영어로는 New Testment.

이는 내용과도 부합한다.

 

주인공 꼬마 아이 「에아」는 자신의 아빠, 엄마가 신, 여신이다. (라고 나온다)

에아의 오빠는 예수이다.

에아는 자신이 새로운 사도/제자들을 찾으면 그들을 통해 새로운 신약, 복음서를 쓸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신 神인 아빠는 전능하긴 하지만 전혀 온화하지 않고 괴팍하다.

인간들에게 머피의 법칙 2000여개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곤란을 겪는 것을 보며 즐기는 짖궂은 신이다.

아빠-신은 컴퓨터로 일을 한다.

 

딸인 에아는 태어난 이후 12살인 지금까지 집에 갇혀 살았다.

신이랍시고 폭군인 아빠를 에아는 극혐한다. 그래서 집 탈출을 도모한다.

 

집을 나오기 전에 컴퓨터를 통해서 인간들의 정해진 수명을 본 에아.

에아는 홧김에 그 수명을 핸드폰으로 인간들에게 전송하는 만행을 저질러 버린다.

사람들은 한날 한시에 신이라는 발신자로부터 자신의 수명을 전송받았다.

누구는 60년이 남았는데 누구는 24년, 10년, 누구는 1년, 심하게는 52일 후 사망일이 통보되었다.

 

영화가 볼 만 한 건, 황당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표현 방식이 무척 세련되기 때문이었다.

 

 

각자의 수명을 연락받은 사람들.

세계에는 폭동이라도 일어날 거 같은데 의외로 조용하다.

뜻밖에 다들 자신의 수명을 잠잠히 받아들이는 걸 묘사하는데 그게 자연스럽다. 신박하다.

 

영화는 종교 소재 판타지 인만큼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도, 평가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표현 양식들이 너무도 독창적이고, 새롭고, 유머러스해서 감탄을 자아낸다.

 

역시 프랑스를 비롯한 벨기에쪽 감독들은 가장 앞서가는 테크니션임이 분명하다.

영상 혁명이라고 할 만큼 기발한 표현들이 기똥찼다.

 

 

아무래도 서양 기독교 코드라서 그걸 갖고 내가 이입하기는 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세 군데에서 빵 터졌고 그런 내가 스스로 놀라웠다.^^

 

가장 웃음 터진 건 에아에게 오빠 예수가, ‘새로운 성경을 쓸 수 있다’면서 한 말이었다.

에아가 “난 글쓰기 잘 못하는데”라고 하자 예수가 “괜찮아. 나도 성경 내가 안 썼어.”라고 리액션하는데 빵 터졌다. ㅋㅋ

그 대사를 하는 배우들이 찰져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기독교의 요소들, 복음서, 기적 등을 인용하면서 코믹, 판타지로 거침없이 전개한다.

 

영화에 대한 해석과는 별개로, 이렇게 거침없이 상상력을 펼치는 문화가 사뭇 이색적이었다.

 

 

요즘 기독교 서적 하나에 푹 빠져서 즐기고 있는데, 그 책이 영국과 서양의 기독문화가 바탕이다.

이런 속에서 <이웃집에 신이 산다>를 보니 비교적 이질감 같은 거 없이 장르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이 글을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이유는 무엇보다 이거였다.

자크 반 도미엘!

 

와 이 분이 언제적 분인가. 벨기에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제 8요일>로 내게 뚜렷이 각인된 감독.

 

그러고보면 <제8요일>도 다운증후군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창세기의 7일을 갖고 펼치는 상상력이 돋보였드랬다.

 

신작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자크 반 도미엘이 여전히

자신의 색깔과 장기 長技를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점만으로 몹시 반가운 작품이었다.